인터뷰를 할때마다 경력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반평생을 경마와 함께 보냈으니 추억이 오죽 많을까. 데뷔때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많은 것이 변했다.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 세번이나 지났으니 당연하지만 가끔은 예전이 그리울 때가 있다.
1988년에 경마교육원 입소를 했다. 마지막 뚝섬 경마장의 입소였고 동기는 현재 부산에서 활동중인 김태경 기수만 남았다. 88서울올림픽의 영향으로 과천에 경마장이 생겼다. 승마대회를 과천에서 개최했고 마장마술이나 장애물경기가 넓은 경주로에서 치러졌다. 결승전은 종합운동장에서 열렸지만 과천 경마장의 좋아진 시설에 다들 탄성을 자아냈다.
88서울올림픽이 마무리 될 때까지 뚝섬 경마장에서 교육을 받았고 1988년도가 끝나갈 무렵 과천 경마공원으로 경마장을 옮겨 왔다. 달라진 것들이 많았지만 신인 기수였기 때문에 적응은 무리가 없었다.
30년 가까이 오랜시간 기수 생활을 해왔는데 아직 선배들이 계시다. 김귀배기수, 김옥성기수, 정평수기수, 신형철 기수, 박태종기수까지. 다들 대단한 분들이다. 기수 생활을 유지하는 동안 함께 다치지 않고 즐겁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슬슬 노후를 고민해야 할 나이이지만 기수에 대한 매력에 미련이 남아 쉬운 결정은 하지 못한다. 정년이 되어가는 분들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외길 인생의 단점인 허무함 이랄까. 할줄 아는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지만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면서 점점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참 미묘한 감정이 생기더라. 어떻게보면 이것이 순리대로 가는 방향이고 나의 선배들 역시 이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