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종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6-06-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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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 축하한다. 한국경마의 첫 2000승 달성이다. 기분이 어떤가.
박 - 감사하다. 지난 5월 21일 52조의 '강호천년'이라는 마필과 함께 우승을 차지했다. 많은 분들의 기대와 응원속에 2000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막상 결승선을 통과하고 난 후는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이었다. 가장 큰 감정은 후련함이었다. 몇주전부터 마주치는 분들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2000승은 언제?', '빨리해라', '이번주는 해야지?'. 우스게로 넘겼지만 한편으로 부담도 되어 하루라도 빨리 2000승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는 일이 어디 있던가. 생각보다 기간이 길어졌고 주위분들까지 조금씩 안타까워 하는 듯 했다.  

 세레모니는 거의 안하는 편이다. '강호천년'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할때는 팬들께 기다려주셔서 고맙다는 의미의 세레모니를 했다. 많은 분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니 더욱 속이 시원해졌다. 마사회에서 준비한 여러 행사들에 참여를 하다보니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끌려다녀서 정신이 없었다. 그날은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2000승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고 - 2000승 기회가 있었다. 가장 아쉬웠던 경주가 '호루라기'였고, 2000승 달성하자마자 1승을 추가했다. 
박 - 지난 5월 15일 마지막 경주에서 2000승의 확률 높은 기회가 찾아왔다. 14조의 '호루라기'라는 마필이었고 가장 인기를 모았다. 내심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특히나 더욱 아쉬운 경주였다. 1400m 거리에서 선행을 나갔고 라스트 100m를 버티지 못해 우승에 실패했다. 

 '호루라기'와 함께 2000승을 기대했었다. 문제는 당일 날씨와 주로 상태였다. 14조 이신영조교사와 경주 시작 한참 전부터 상의하고 고민했다. 과연 어떤 작전을 들고 나갈 것인가. 당일 비가 많이 오는 불량주로 였고 이전경주들을 봤을때 선행형 마필들이 입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 빠른 마필도 없었고 '호루라기'의 게이트 번호는 1번 이었다. 선행을 나가면 덜 뛰는 경향이 있었지만 장고 끝에 선행 나가기로 작전을 짰다. 아쉽게도 라스트 100m를 견뎌내지 못했다. 안타까운 경주이다.    

 일주일 후에 '강호천년'과 2000승을 했었고 그날 5조의 '우승하우스'라는 마필과 2001승을 함께 했다. 모든 경주는 우승을 하기 위해 출전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하우스'는 약간 부족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부담감이 줄어서 그랬는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경주마는 영리한 동물이다. 기승자의 느낌을 잘 알고 있다. 기승자가 긴장하고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면 경주마 역시 믿고 모든 힘을 쏟지 못한다. 2000승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우승하우스'가 알았는지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 5월 21일의 2승은 뜻깊은 우승이다.    


고 - 기록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제2의 2000승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지.
박 - 제2의 2000승이 아니라 제3, 제4의 2000승도 가능하다. 나의 기록은 최초의 기록일 뿐이지 최고의 기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나 유능한 후배들이 많은가.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선배인 내가 본받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당연히 문세영기수가 가장 가까울테고 서승운기수와 김동수기수, 이현종기수, 조재로기수등. 얼핏 생각해도 여러명이 떠오른다. 다들 쟁쟁한 실력이고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는 후배들이라 기록은 깨어질 것이다. 그리고 깨주길 바란다. 

 바로 며칠전, 기수 데뷔를 앞두고 있는 수습기수들의 주행연습을 보았다. 경마교육원의 교육이 갈수록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 최근 신인기수들의 실력을 보면 알수 있었지만 이번에 직접 보고 나니 깜짝 놀랄 정도였다. 전혀 신인기수 답지 않은 자세와 기승술을 가지고 있었다. 용병기수라 속였으면 믿을 정도의 주행모습이었다. 이렇듯 새로운 능력기수들의 등장과 일취월장하는 후배들이 든든하게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기록들이 나올 것은 의심치 않는다.       


고 - 성실함은 누구나가 인정한다. 정말 전혀 쉬지 않는지 궁금하다. 
박 - 사람이 어떻게 쉬지 않겠는가. 요즘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취미 생활을 즐기지 못했지만 가끔은 아내와 영화도 보고 골프를 치기도 한다. 영화는 마음이 끌리는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때 보고 골프는 시간이 잘 맞아야 치기 때문에 자주 하지를 못하고 두어달에 잘해야 한두번 즐기나 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박태종기수는 집하고 경마장 밖에 모른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딱히 말 타는 것 이외에 큰 재미를 느낀 것이 없기 때문에 경마장에서 퇴근하면 갈곳이 집밖에 없다. 경주마에 기승하는 것이 좋고 체력단련 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기 때문에 운동하는 것이 쉬는 것이다.  


고 - 30년동안 말을 탔다. 뒤를 돌아보면 어떤가. 
박 - 마사회에서 2000승 기념으로 쵤영을 했고 예전 인터뷰 모습을 편집해서 보여주던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아무생각없이 운동만 하고 살다보니 어느새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뒤돌아보면 후회되는 삶은 아니었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한다는 생각 뿐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낀 것이 또 있다. 하나뿐인 딸아이가 벌써 고3이 되었다. 성격이 나를 닮아 내성적이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알아서 제 앞길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것을 보니 참 기특하고 대견하다. 아버지가 경주마 기승과 체력단련에 열중하느라 신경도 쓰지 못했는데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걱정 끼칠일을 하지않아 마음이 놓인다. 어느순간 반석차 1등을 하더니 안뺏기려고 더 열심히 하던데 성격뿐만 아니라 승부욕도 나를 닮았나보다. 공부로 승부욕이 생겨 다행이다. 

 30년동안 말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다. 집안의 모든일을 알아서 잘 해주기 때문에 잡생각 없이 경주에만 집중을 할 수 있다. 2000승은 가족들 덕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딸아이에게 고맙고 아내에게 고맙다.     


고 - 최고참 중 한명이다. 오랜기간 기수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박 - 해마다 부상이 있었고 거의 입원을 했었다. 대부분 진로 방해를 받아 낙마를 했었고 마필의 골절로도 두번정도 낙마를 한 것 같다. 부상중에 가장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

 1998년에 결혼을 했었고 그 다음해인 1999년 초겨울에 가장 큰 부상을 당했다. 흉추 압박 골절이었다. 큰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정신을 잃어 아내에게 나중에 알게된 이야기이다. 경주 사고장면이 화면에 너무 잘 잡혔고 내가 죽었다는 소문이 났었나보다. 밤새도록 전화가 빗발쳤다. 찾아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 경마팬분이 입원실로 찾아왔다. 입원실 오기전에 영안실을 먼저 들렀다 왔다고 말해줘서 처음에 죽었다는 소문이 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소문이 일파만파 커져 당시에는 없었던 마사회 안내방송까지 있었다고 했다. 지금이야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당시에는 나도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고 - 옆에 아내분이 와계시다. 박태종기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상을 사는지 궁금하다. 
박(아내) - 남편은 직진만 있는 사람이다. 아내인 내가 봐도 30년동안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트 할때도 그리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을 정도였고 그런 한 길만을 쫓는 모습이 가장 멋져보였다. 아내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박태종기수가 경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살림을 월등히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신경쓰이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딸아이가 초등학생때 밤새 복통이 심해 응급실에 가야하는 상황인 적이 있었다. 남편은 얼마 있다가 새벽조교에 나가야 되서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딸아이에게 아버지는 곧 일을 나가야하니 깨우지 말고 조용히 나가자고 했더니 금새 울음은 그치고 끙끙 앓으며 둘이 손잡고 병원 응급실에 갔던 기억이 난다. 딸아이도 아버지의 모습에 무엇인가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철이 빨리 들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 가족 모두가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과 가고자 하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평생 응원을 해주고 싶다.     


고 -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박 - 예전에는 조교사나 재결위원으로 잠깐 고민한적이 있었는데 역시 나는 뼈속까지 기수인 것 같다. 기수로 시작을 했으니 기수로 끝까지 가고 싶다. 목표는 정년까지 경주마에 기승하는 것이다. 당연히 부상은 없어야 되겠고 성적은 좋을때도 있고 나쁠때도 있기 때문에 기록적인 것에 대해서는 크게 연연하지 않고 싶다. 

 실력 좋은 후배들을 볼때마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체력단련에 애를 많이 쓰고 있다. 아직까지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정도 더 기승 할 수 있도록 더욱더 열심히 운동하면서 체력관리에 힘을 쓰겠다.  


고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박 - 2000승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30년 동안 말을 타왔지만 아직도 인기마에 기승할때면 긴장이 된다. 팬분들의 응원이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승부욕을 불태울 수 있게 해주니 계속 응원과 성원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기수가 되겠다. 유난히 더운 2016년이지만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 두팔로 06/05 09:40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 단방으로 06/06 19:26
    태종씨--그정도면-한국-경마신기루입니다--적당-
    히하시구-이젠--가족과여행도다니면서-노후엔-여
    행도다니면서-사세요-,-ㅎ--암튼-대단함--ㅊㅋㅊㅋ
  • 차세대주자 06/07 20:57
    정말! 레젼드 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