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7-02-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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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 이혁 기수 인터뷰 -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컨디션은 항상 좋은 편이다. 경주마의 컨디션에 좋고 나쁨이 있을지언정 나 자신의 컨디션은 항상 좋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프리기수로 전향하면서 조교 두수와 경주 기승 두수가 많아졌다. 많은 기승 두수에 의해 피곤한 날이 있어도 집에 돌아가 두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면 바로 피로가 풀린다. 

 기승 두수가 많다보니 승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승률에 대해서는 데뷔초부터 연연하지 않았고 올해들어 운이 좋게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성적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경마 기수라면 모든 경주를 우승하기 위해 기승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인기마에 기승하더라도 이 마필의 최고 성적을 내기 위해 집중을 많이 한다. 

 몸으로 하는 직업이다보니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적으로 나태해지고 슬럼프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체력관리가 몸에 배어있어 아직까지 별다른 버거움은 느낄 수 없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이다. 





어느새 7년차의 기수생활이다. 
 7년이라는 시간이 와닿지 않는다. 최근 1년의 경주 기승 횟수를 보면 가장 많이 기승한 기수 중에 한명이다. 하지만 아직도 경주마에 대해 잘 모르겠다. 7년이라는 세월을 뒤돌아봐도 내가 기승한 마필의 정확한 성격을 알고 기승했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베테랑 선배들을 보면 과연 내가 나중에 선배들 만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경주마들은 전부 성격이 다르다. 같은 마필에 여러번 기승을 하더라도 매 경주마다 다른 컨디션을 보인다. 어느순간 이 마필에 대해 이제는 완벽히 알겠다라고 생각하더라도 다음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내가 이제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생각은 언제나 착각이었다. 

 프리기수가 된 이유는 많은 경험이 목적이었다. 경험을 쌓으면서 경주마에 대한 모든것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갈수록 더 어렵고 혼란에 빠졌다. 평생가도 완벽함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7년차라는 경력은 무색하다. 기수의 길을 걷고 있는 과정일뿐이다. 아직도 아버지에게 많이 혼나고 있다. 





지켜보면 성실하다. 너무 열심히 노력해서 안쓰러울 정도이다. 
 모든 기수가 열심히 노력한다. 특히 나같은 경우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동료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따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노력해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노력마저 더 하지 않으면 내 꿈을 이어갈 수가 없다. 

 경주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프리기수로 전향한 뒤로 내가 기승하는 마필에 대해 분석을 한다. 조교가 힘들었던 날도 빼먹지 않고 금요일만 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기승하는 모든 마필의 동영상을 한두 한두 일일이 분석한다.

 프리기수라 기승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인기마든 비인기마든 경험을 위해 가리지 않고 최대한 기승을 하려한다. 그러다보니 처음 기승하고 잘 모르는 마필들이 있다. 그런경우 동영상 분석이 상당히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성격상 아예 모르고 기승하면 불안하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몇 두에 기승하던지 금요일 저녁의 분석시간에 전부 봐두고 나름의 작전 구상을 해야한다. 비인기마가 대부분이라 각 마방에서는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한두씩 이 마필의 특징들을 잡아낸다. 선행형 마필인지 추입형 마필인지, 발주는 잘 나오는지, 가속력은 좋은지, 직선주로에서 내측으로 치우침이 있는지 외측으로 치우침이 심한지. 물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고 나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 시간은 나에게 중요하다. 

 아무리 자세하게 분석해도 경주날이 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더라. 그래서 수첩에 특징들을 늘 적어 놓고 다닌다. 기수 대기실에서 경주 준비의 벨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내 손에는 항상 수첩이 들려 있다. 이렇게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도 막상 게이트가 열리면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진다. 경주마다 수많은 변수가 있어서이다.

 경마라는 것이 변수가 있어서 재미있다. 어떤 변수에 따른 대처 능력이 기수가 헤쳐나가야 할 임무일 것이다. 순간적인 판단도 미리 분석하고 구상해놔야 빠르게 반응할 수 있고 노하우가 생기는 듯 하다. 아무리 준비해도 매번 달라지는 것이 경주마 기승이다. 그래서 아직도 모르겠다. 이제는 안다고 생각해도 알고 있는게 아니었다. 

 베테랑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평생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배워나가며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력하다보면 비슷한 정도는 노하우가 쌓이지 않을까.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고 나아가는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이 있다면. 
 항상 말씀드리는 것 같은데 45조의 '파랑주의보'와 23조의 '한라축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함께 좋은 성적을 내준것도 있지만 많은 것을 알게 해준 고마운 마필들이다. 

 45조의 '파랑주의보'는 원정경주로 일본을 다녀온 뒤로 하락세일 줄 알았던 마필인데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2015년 11월이었다. 운이 좋게도 3착을 기록했는데 그 다음경주에 바로 우승을 차지했다. 연이은 우승으로 3승이나 함께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준우승 두번과 순위권을 기록하며 잘 뛰어 주었다. '파랑주의보'는 마음을 비우고 기승해야 잘 뛰는 마필이다. 마필이 기승자의 마음을 느끼는지 욕심을 부리면 직선주로에서 함께 지치는 듯 하다. 

 23조의 '한라축제'는 망아지때부터 계속 기승하던 마필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암말이다보니 암말 고유의 예민함이 있다. 다리가 강한 마필이 아니고 기복도 있는데 경주에서 만큼은 잘 뛰어준다. 한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다시 조금씩 재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경주마는 1등급에 올라오면 확실히 컨디션의 차이가 크다. 계속 잘 뛰는 마필이 없듯이 컨디션 조절이 잘 된다면 상대적으로 언제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능력들이 있어 컨디션이 중요하다. 성적이 좋지 않은 마필이더라도 컨디션 좋았을때 입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1등급 마필들은 컨디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차후 기대가 되는 마필이 있다면.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에는 23조의 '태양의전설'을 가장 먼저 말씀 드리고 싶다.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에 있는 신예 마필이다. 직전경주는 승급전이었고 긴거리에 도전을 했다. 경주 당일 '태양의전설'은 어찌나 힘이 차 있었는지 질질 끌려 갈 정도였다. 선두권에서 경주를 풀어나갔고 5등급 마필들의 1700m 치고는 초반 페이스가 매우 빠른 편이라 상대 마필들이 따라오다가 지친 듯 하다. 힘이 좋아 끝까지 여유있게 버틸 수 있었다. 

 또 한두 말씀 드린다면, 19조의 '동서가득'이라는 마필이 앞으로 기대가 된다. 직전경주 처음 기승해 본 마필이지만 추입력과 힘이 좋았다. 발주가 느린 단점이 있는데 경주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씩 보강이 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42조의 '소캐스티'도 좋은 마필이다. 마체가 조금 작아도 힘과 근성이 좋은 마필이다. 발주기내 요동만 아니면 출발도 빠른 마필이고 아직 어려서 그런지 페이스 조절이 잘 되어야 한다.    





경주마의 어떤 습성을 선호하는가. 유독 추입마를 잘 타는 것 같은데. 
 좋아하는 습성은 선행과 선입형 마필이다. 선행형 마필은 초반에 알아서 끌고가는 맛이 있어 선두권을 장악하던지 따라갈 경우 자리 선점하는 것도 편하고 힘이 덜 든다. 현재 우리나라 경마는 앞에 가는 것이 유리하다. 

 딱히 추입형 마필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비인기마에 기승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마필에 맞는 습성대로 최대한 기승을 하지만 대부분 비인기마 같은 경우 편하게 따라가서 한발 쓰는 작전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입마필에 기승을 했을때 예전과 달라진 부분은 있다. 

 데뷔초부터 추입마에 기승할때는 항상 외곽으로만 빼서 추입을 하려 했다. 어느순간 고민을 하게 되었고 외곽의 편한 진로 보다는 내측으로 곱게 따라가다가 모래를 맞더라도 거리 손해를 줄이고 추입을 해보자라고 생각하며 추진 했던 마필들이 입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에는 굳이 추입마로 외곽 진로를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 프리기수로 전향하면서 기승 두수가 많아지고 경험이 쌓이다보니 여러 방법으로 실전에서 시도해보고 느끼는 기회가 많아졌다.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지금처럼 꾸준히 배워나갈 것이다. 지금도 들어오는 마필을 가려서 받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도 나를 찾아주시는 마방이 있으면 기회가 된다면 전부 기승을 할 것이다. 승수나 승률에 대해서 크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야 자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단기적으로 봤을때는 부상없이 풀시즌을 소화하고 싶다. 아직은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관계로 한주라도 쉬게되면 점점 잊혀질 수도 있다. 작년은 나름 기승정지 횟수도 적었고 부상도 없었다. 올해도 시작은 괜찮아서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기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질 않았다. 기수 생활은 꾸준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없는 듯 하다. 어떤 마필에 기승하던지 항상 최선을 다하겠고 어느 순간에든 배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인기마에 기승할때도 그렇지만 비인기마에 기승할때에 화이팅을 외쳐주시는 분이 계신다. 입상이 힘든 마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라는 응원 한마디에 '그래 이겨보자'라는 각오가 새로이 써진다. 기수에게 응원의 한마디는 승부욕을 자극 시킨다. 어떤 마필에 기승하던지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검빛의 모든 팬들께 감사드린다. 2017년에는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라겠다. 가정에 평안과 사랑이 함께 하시길. 감사합니다.  








  • 평정심 08/24 07:32
    이혁 기수의 완전 팬입니다.
    비인기마도 열심히 타서 고배당을 만들어 주기때문입니다.
    다치지 말고 지금 처럼 열심히 해주세요!!
    이혁 기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