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7-05-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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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내 미래가 어찌될 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손에 달려 있는지는 알고 있다.
- 이동하 기수



 첫 부상이 큰 부상이었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지난 2월 25일에 경주 중 낙마로 부상을 당했다. 35조의 '브라이트캣'이라는 마필에 기승을 했었는데 망아지때부터 호흡을 맞춰오며 애착이 가는 마필이었기에 아픔은 두배로 다가온 것 같다. 

 당시 긴거리 첫 도전이었지만 '브라이트캣'의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고 최적의 게이트를 배정받아 어느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경주였다. 선두권 공략에 나섰고 앞선에서 경주를 펼치다가 상대 마필에게 선행을 뺏겨 힘안배를 하고자 내측 선입권으로 제어를 했다. 차분히 잘 따라가다 4코너에서 추진을 막 시작할 무렵 '브라이트캣'이 외측으로 급작스럽게 사행끼를 보였고 중심을 잃어 낙마를 하게 되었다. 

 낙마를 하고 구르면서 뒤따라오는 마필의 발길에 가슴을 채였다. 순간적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내가 죽는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던가. 주마등이라는 단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병원에 실려가면서도 숨쉬기가 힘들었다. 갈비뼈 두대가 골절되어 폐를 찔렀는데 다행히도 살짝 파고들어 수술까지는 필요치 않다고 했다.  

 한달정도 쉬었는데 수습기수들은 4주 이상의 휴식기가 있을경우 교육원에서 2주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전 감각을 살리기 위함이고 과천 경마장에 돌아와서도 한주정도 새벽조교만 실시한 후 경주에 출전할 수가 있다. 경주 중 처음으로 부상을 당했는데 큰 부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의 상황은 아찔하다. 

 부상에서 복귀한 후 한달이 넘은 시점에서 컨디션은 많이 올라왔다. 큰 부상을 당하고 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 어렸을때부터 축구선수를 해 온 덕분에 부상을 달고 살아서 그런지 부상에 대한 후유증은 없다. 





 만 일년이 채 되지 않은 기수 생활이다.
 7월이 되면 기수로 데뷔한지 일년이 된다. 부상 기간을 빼면 지금까지 9개월 정도 기수 생활을 했다. 축구선수를 그만두고 기수로의 새로운 꿈을 키워나간 것에 대해 나의 선택은 만족스럽다. 경주마에 기승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신인 기수라서 열정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십수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데뷔초 성적이 좋아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 부담스러웠지만 나 자신도 기대감이 커졌다. 부상 이후에는 성적이 좀 떨어져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나름의 자신감과 배움의 성적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35조 마방에 소속되어 활동 중이다. 마방 분위기는 어떤가.
 처음 35조 마방과 인연을 맺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마방 전체의 가족적인 분위기에 빠른 적응을 했었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신인 기수인데도 의견을 많이 수렴해 주신다. 35조 조교사님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때까지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배울 것이다. 

 35조 조교사님께 가장 고마운 부분은 나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주신다는 것이다. 기본기를 강조하시며 당장 눈앞의 1승 보다는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인도해 주고 계신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승 자세를 확실하게 완성시키라고 조언을 하신다. 조교사님의 진심어린 조언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승 자세 때문에 고민이 많은 듯 하다.
 길지않은 기수 생활이지만 기승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떤 기수든 겪어야 되는 시간이라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었다. 요즘이 나에게는 여러가지로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특히 기승 자세에 대해 머리속이 복잡하다. 

 나만의 기승자세를 확립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35조 조교사님이 요구하는 만큼의 기승 자세가 잘 나오지 않는데 그정도의 자세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다. 지금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찾고 있는 중이다. 능력이 있는 마필에 기승할때면 편하게 기승 자세를 잡을 수 있겠는데 부진형 마필에 기승을 하면 자세가 흐트러진다. 선배들의 동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봐도 항상 똑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선배들을 보면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새벽 조교때 부터 기승 자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등자 길이를 조절하며 자세를 바꿔보는데 아직은 내 스타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몸의 유연성이 좋지는 않더라도 축구 선수로 수년간 활동을 해와서 신체적인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기승 자세 만큼은 내가 원하는데로 나오지 않는다. 계속 고민을 해 볼 것이고 포기하지 않고 조만간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것이다.




 지금까지 기승한 마필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이 있다면. 
 운이 좋게도 능력이 괜찮은 마필에 기승을 했다. 일년이 채 되지 않은 기수 생활이라 기승한 마필들은 전부 기억을 하고 있다. 유난히 애착 가는 마필을 꼽으라면 35조의 '서클댄서'와 '꿈의실현'이다. 마방에 갈때마다 가장 먼저 인사를 하고 만져준다. 의도치않게 마방의 입구에 들어서면 '서클댄서'와 '꿈의실현'이 자리잡고 있어 위치도 마음에 든다. 

 '서클댄서'는 기수로 데뷔하고 처음 주로에 함께 나갔던 마필이다. 시작을 함께 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마체는 작아도 근성있고 항상 열심히 뛰어주는 마필이다. 성격도 순하고 착해서 가장 마음에 든다. 마방안에서 하는 짓도 너무 귀엽다.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서클댄서'와의 인사다. 지금은 컨디션 조절때문에 출전주기가 조금 미뤄졌지만 다음달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주에 출전할 것이다. 

 '꿈의실현'은 '서클댄서'와 쌍벽을 이룰정도로 애착이 가는 마필이다. 현재 휴양을 나가서 자리를 비웠지만 항상 '서클댄서'와의 인사를 마치면 '꿈의실현'과도 인사를 잊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다가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35조의 '더밀어붙여'도 예뻐하는 마필이다. 훨씬 더 뛸 걸음이 있는데 실전에서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속 입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직전경주는 힘안배를 조금만 더 했으면 좋은 결과가 가능했을텐데 너무 아쉬웠다. 잠재력이 있는 마필이라 승군을 해서도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브라이트캣'은 나를 떨어트려 잠깐 미워했지만 망아지때부터 함께 했던 마필이라 정이 들어버렸다. 앞으로는 잘 뛰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기대가 되는 마필이 있다면. 
 데뷔초 함께 하며 좋은 성적을 내줬던 마필들이 조금은 빨리 승군해버려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적응을 하면서 다들 지금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기승하는 모든 마필들은 기대를 하고 있다. 

 35조의 '플레이시스투고'가 계속 좋아지고 있고 직전경주 긴거리 첫도전에 우승을 차지했다. 앞으로 더 뛰어 줄 마필이다. 9조의 '세라피스'는 직전경주 한번 기승을 해봤는데 의외로 힘이 꽉 차 있었고 승군을 했지만 성장 여력이 있는 마필이다. 

 과연 실전에서 어떨지 모르지만 유난히 기대가 큰 마필이 있다. 미국에서 건너왔고 아직 마명도 없다. 망아지인데도 순치가 잘 되어있고 걸음발이 남다르다. 기본기를 좀 더 다지고나서 마명이 정해지고 주행심사를 거친 후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말씀을 드리겠다.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현재 15승을 기록하며 3kg의 감량 이점이 있다. 감량을 떼고 정식 기수가 되기 전까지 나만의 스타일과 기승 자세를 확립할 것이다. 매경주 우승도 중요하지만 조교사님의 말씀처럼 당장의 승수보다는 길게보고 기본기를 다지면서 차근차근 정진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기승 자세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

 앞으로는 여러 마필에 기승하며 경험을 쌓고 싶다. 경주마도 사람과 같이 성격들이 판이하게 다르다. 각기 다른 성격들을 경험해보면서 경주에서의 변수들에 대한 대처 방법을 직접 몸으로 익히고 싶다. 원하는 것들이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없어서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배워나가겠다. 처음에 잘 할걸, 이라는 후회를 하지않기 위해 지금 이시기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예시장이나 하마대에서 이름을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힘찬 응원의 한마디가 경주에 이렇게나 좋은 영향을 끼칠지는 몰랐다. 앞으로도 응원의 목소리를 부탁드린다. 

 아직은 신인 기수이다. 꾸준히 지켜봐주신다면 신뢰받는 기수가 될 것이고 그만큼 노력할 것이며 자신도 있다. 올 여름은 비가 적고 많이 덥다고 한다. 검빛의 모든 팬들이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에서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