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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경 기수 인터뷰

  • 운영자 | 2017-01-05 15:54
  • 조회수7500추천2

시작하기 위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시작부터 해야한다.
- 이철경 기수 -




◆ 호주에서 기수생활을 했었고 부산 관리사를 거쳐 현재 서울 수습기수로 활동 중이다. 
 고향 근처에 축산고가 있었고 가까워서 입학을 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기수가 꿈은 아니었다. 축산고 재학 중에 기수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신체 조건도 맞아서 진로를 결정했다. 준비를 하면서 점점 더 기수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꿈이 되었다. 

 축산고 3학년에 과천 경마장으로 실습을 오게 되었다. 그날따라 기분이 묘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경마장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꽤 큰 교통사고였고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부숴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그로인해 1년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오른다리 수술만 8번을 해야했다. 병원에 있느라 첫시험을 놓치게 되었다. 기수는 커녕 자칫 평생 절뚝거려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수술도 잘되고 재활을 열심히 해서 걸을 수 있었지만 뛰지는 못했다. 경마 교육원에서는 체력 단련을 하기 때문에 입학의 자격요건이 되지 않았다. 희망이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을 무렵 무심코 알아본 외국 경마에 눈을 돌리자 실날같은 가능성이 보였다. 한국 경마 교육원은 신체적 결격사유가 되지만 외국은 그렇지 않았다. 

 영어를 잘 하시던 삼촌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 호주의 경마 학교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호주의 한 경마학교에 가기로 마음 먹었고 그때부터 영어 공부와 체력단련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마침내 호주에서의 3년 고생끝에 기수 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호주에서의 기수생활은 2년정도 경험해봤고 조교는 호주에 있는 동안 계속 해왔다. 전적은 2년동안 450전에 29승을 기록했다. 한국과 호주는 경주도 그렇고 조교도 많이 다르다. 조교를 하루에 25두를 할만큼 한국보다 훨씬 빡빡하다. 경마장도 호주는 300여개 정도 되고 그 중 5~60 군데의 경마장을 돌아다니며 조교와 경주 기승을 했다.

 한국행을 결정한 뒤로는 일년정도 조교에만 매진했다. 그때 파트1 다운 세계의 명마들을 경험해봤다. 경주마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호주산 마필들은 조숙형이 많고 세계적으로 단거리만큼은 알아준다. 잔디 주로가 기록은 빨리 나오긴 해도 2년동안 1000m 경주를 뛰어본 결과 1분을 넘겨본 적이 없을 정도이다. 장거리는 아일랜드와 뉴질랜드가 알아주지만 단거리는 호주산 마필들이 강하고 튼튼하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기수 면허 시험을 봤다. 워낙 낯가림이 심하고 인상이 좋은 편이 아니라 평소에도 기분이 나쁜줄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 탓인지 면접에서 낙방을 하고 말았다. 일년을 쉬게 되면 몸도 망가지고 정신도 헤이해질 것 같아 지인이 소개해 준 부산의 4조 마방에서 관리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정말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셨다. 다음해에 기수 면허를 취득하게 된 것도 4조마방의 도움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직설적인 성격이라 솔직히 말씀드리지만 아직도 뛰지를 못한다. 걷다가도 무릎 한번 삐끗하면 일주일은 절고 다녀야 한다. 다리는 아파도 이 악물고 버텨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체중관리이다. 동료들은 유산소 운동으로 체중관리가 되지만 나는 뛰거나 오래 걸을 수 없다. 근력운동과 식단만으로 체중 관리를 해내야 한다. 그래도 원하던 한국에서의 기수 생활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즐겁게 버티고 정진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제 적응을 한 듯 하다. 초반에 많이 힘들어 했다. 
 지금도 완벽한 적응은 아니지만 초반에는 엄청 힘들었다. 부산에서 조교를 하는데도 적응하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린 듯 하고 서울에 와서 실전 경주를 기승하는 것은 부산 조교 경험이 있는데도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부담감이다. 파트1 국가인 호주에서 6년반 이라는 시간동안 경주마를 타봤으니 기대하는 바가 컸을 것이고 나또한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달랐다. 누구의 말을 인용해서 내가 이럴려고 한국에 왔나 싶을 정도로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 

 서울 경마장 데뷔 하는 첫번째 기승을 22조의 '광명사랑'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 경주에서 갈비뼈 두대가 부러졌다. 나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큰 만큼 통증이 심했지만 책임감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내색없이 한 주 기승을 마쳤다. 치료를 받기 위해 바로 2주를 쉬어야 했다. 

 한국의 경주에서 가장 놀란 것은 모래였다. 호주에서는 모래주로가 있었지만 한번도 경험을 하지 못했다. 내 얼굴로 날아오는 모래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고 기승하는 마필이 모래를 맞고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을 넘어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 되었다. 자리 잡는 것은 둘째치고 모래에 적응 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몇주를 보냈다.

 스타트부터 페이스까지 완전히 다른 경마였다. 호주는 발주 나오고 약간의 추돌은 경주의 일환이다. 마필들의 직진성이 좋기 때문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데 한국은 위험할 정도로 마필이 흔들릴 수 있다. 경주 페이스 흐름은 호주같은 경우 초반부터 그대로 이어지는데 한국은 중간에 갑자기 페이스가 늦춰져 당황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처음부터 백지 상태에서라면 배우고 적응하기 수월했을텐데 6년이 넘는 시간동안 익힌 것들을 한순간에 바꿔야 되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선택했고 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것이다.             





◆ 33조와 인연을 맺었고 계속 이어가고 있다. 
 기수 면허 시험 실기평가 시간에 경주마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친구들은 교육원 출신이라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때 흔쾌히 말을 내어주시던 분이 33조 서인석 조교사님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도움을 받고 있다. 

 33조 마방과는 마인드가 잘 맞는다. 마필의 자원이 많아 할일도 많고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오히려 내가 원했던 것이고 지금이라도 조금씩 한국 경마에 적응하게 된 것이 33조 마방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응은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어떤 마필에 기승하던지 조교와 경주 전개에 대해서는 대부분 믿고 편하게 맡겨주신다. 데뷔 초반 성적도 나오지 않고 경주 적응을 못해 힘들어 할때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당근만 주셨다면 부담감때문에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채찍을 함께 주셔서 각오가 남다를 수 있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정신 무장이 되었던 것 같다. 워낙 배울것이 많은 마방이라 언제까지고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컨디션은 아주 좋다. 경주 경험이 쌓이고 적응이 되어가며 점점 더 즐거워지고 있다. 당장의 성적은 그다지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 물론 경마기수는 성적이 모든것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역시 승부욕도 있고 좋은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다. 다만 지금은 성적에 연연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데뷔초에 부상과 교육원의 리콜교육 때문에 적응시간이 좀 더 늦어지긴 했어도 최근에 기승 두수도 늘고 있고 적응이 되면서 성적이 나아지고 있다. 한국 경마의 페이스 조절은 확실하게 알았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마필의 능력과 각질별로 경주가 흘러가기 마련이고 미리 생각한 작전과 진로가 맞아 떨어지는데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매경주 생각을 많이 해야한다. 순간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다반사다. 미리 예측하는 페이스가 같았던 적은 한두번 뿐이었다. 전체적인 흐름도 생각해야 하고 어떤 마필이 선두권을 장악하는지와 상대들의 전개 파악, 힘안배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을 담고 기승을 해야 한다. 호주 마필들보다 능력은 부족할지 몰라도 생각이상으로 재미있는 한국 경마이다. 자신감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 지금껏 기승한 마필들 중 애착이 가는 마필이 있다면. 
 전적이 아직 많지 않아서 기승한 마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고 친해지다 보니 하나같이 애착이 간다. 최근 기승한 마필중에 애착이 가는 마필은 33조의 '맘껏달려'가 제일 마음이 간다. 망아지 순치부터 함께 했고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던 마필이다. 직전경주 우승을 차지하며 승급을 했고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마필이다.

 33조의 '스타보니비'는 너무 아쉬웠던 마필이다. 지난 11월 27일 경주에서 2착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내줬지만 우승까지 기대했던 마필이다. 겁이 많아 상대 마필이 쫓아와야 더 뛰는 성격인데 경주를 잘 풀어냈지만 의외의 마필에게 아쉽게도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이외에도 33조의 어린 마필들 중 공들이고 있는 마필들이 많아 2017년에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승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꾸준한 기승을 하고 싶다. 나이가 지긋한 선배들을 보면 부럽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경마 기수라는 직업을 선택하며 외길 인생으로 흐트러짐 없이 몇십년이고 계속 한다는 것은 보통 의지로는 힘들 것이다. 선배들처럼 꾸준한 기수로 자리매김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부상이 없는 것도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기승을 몇달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크고 작은 부상이 많다. 내 자신이 급해서 서두르는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노하우가 생긴다면 부상도 많이 줄어들거라 생각한다. 

 장기적 목표로는 조교사 면허도 관심을 두고 있다. 부산이나 서울의 조교사님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고 한국 경마가 발전을 하면서는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때쯤되서 조교사 면허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 볼 계획이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호주의 경마 문화와 한국 경마는 차이가 크다. 경마의 꽃은 기수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무색하다. 외국 만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졌으면 좋겠다. 

 데뷔초 한동안 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하자 팬들께서 '또 꼴등하러 나왔냐', '말을 왜타냐'라는 등의 질책을 하셨고 듣자마자 충격을 받았었다. 화가 나지도 않았다. 당혹스러웠고 민망했다. 몇주전 성적이 좀 괜찮게 나오자 또다시 팬들은 말씀 하셨다. '저놈은 천원이라도 사야돼, 뭔짓을 할지 몰라.' 좋아해야할지 나빠해야할지 여전히 난감했다. 

 무관심보다야 질책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수위를 낮춰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히려 위로와 격려가 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검빛의 모든 경마팬들의 하시는 일이 술술 잘 풀리시길 바라고 항상 웃는 일들만 가득하시길 기원드린다. 무엇보다 가장 첫번째는 건강이니 꼭 유의하시고,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    










  • 01/09 23:59 수정 삭제
  • 01/10 03:33 수정 삭제
  • 킹스 01/18 23:44
    철경아 이제부터 너를 응원한다 --- ^^
  • 마신이 01/23 23:24
    철경기수 올해나이는 ?
  • 말타go 01/23 23:32
    철경아,희망으로 일어나고 희망속에 잠들자.
  • 해마루 01/24 11:57
    철경기수~응원해요 !!^^
    최선을다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