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완식 기수
최고일 필요는 없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매순간 최선을 다하면 족하다.
재능보다 노력으로,
다른 이들의 희망이고 싶다.
Q_ 7년만의 대상경주 우승이다.
- 대상경주는 정말 오랜만이다. 51조의 '빅파워'와 호흡을 맞췄다. 미리 구상한 전개가 있었고 마필이 잘 따라주어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빅파워'의 추입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초반에 무리하지않고 여유있게 따라가다 막판 한발 쓰는 작전이었지만, 비가 많이 쏟아지는 전반부 몇개 경주 기승을 해본 후 작전을 바꿨다. 무리해서라도 앞선에 붙여서 경주를 풀어나가기로 한 것이다.
경주 직전 '한라축제'라는 마필이 게이트내에서 요동으로 출주취소가 되었다. 타마필의 긴장은 주위에도 영향을 끼치기 마련인데 그날따라 '빅파워'는 상당히 차분해있었다. 그때부터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필의 준비가 워낙 잘되어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스타트 전부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경주가 시작되었고 최대한 서둘러서 4~5위권에는 붙으려 했는데 의외로 선행마 바로 뒤까지 붙어주며 최적으로 경주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순응도가 높은 마필이었기에 당일 컨디션이 최상인지라 믿고 맡겼다. 서로의 힘안배가 잘 이루어져 직선주로에서 모든 힘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2년전쯤 '빅파워'는 1900m 우승한 경험이 있다. 최근경주에서는 늦추진과 중간의 아쉬운 힘안배 실패로 우승을 놓친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YTN배' 우승으로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었다. 아주 기뻤다.
Q_ 31조에 소속중이다.
- 거의 3년째 31조와 계약중이다. 조교사님은 기수때부터 친분이 있던터라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지금도 조교사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한때 '과천의 귀공자'라 불릴 정도로 기승술이 세련되고 부드러웠던 김효섭조교사님은 기승 기수한테 맡기고 믿는 것 뿐아니라, 경험을 토대로 기승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계셔서 이해를 잘 해주시고 때로는 자신을 낮추며 서슴없이 물음과 상의를 함께 하신다.
마방 분위기도 너무 좋다. 한두한두 위탁 마필들의 관리도 그렇고 한사람 한사람 관리사분들도 서로서로 신경을 많이들 쓰신다. 얼마전쯤 여러가지 상의를 하다가 장래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조교사님이 고심을 하다가 프리 기수로의 전향을 조심스레 권하셨다. 마방보다 기수를 먼저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고민을 많이 해봤고 내년에 전향을 고려하고 있다.
Q_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자주 거론된다.
-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내이름을 언급하다니 민망하다. 어린 후배들을 보면 참 귀엽기도 하고 때론 안타까울 때도 있다. 신인기수들은 실수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위에서 조금만 조언을 해준다면 훨씬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선배로서 도움을 준 경우가 있을 뿐이다. 특히 김동수기수나 정정희기수는 갓들어온 신인들이라 안좋은 습관이 생기기전에 고쳐야 할것들을 인지하고 경주를 경험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터라 신경써서 알려주고 있다.
군대간 조인권기수나 부상중인 이상혁기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친한 후배들이다. 이들이 하루빨리 건강하게 복귀해서 함께 경주로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막내기수일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많은 후배기수들이 생겼다. 내가 받은 선배들의 가르침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수해 줄 것이고 나 또한 후배들에게 신인의 열정을 배우면서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
Q_ 조교와 경주때 지켜보면 완벽주의를 선호하는 것 같다.
- 완벽주의 까지는 아니다. 기수들은 모두 똑같다. 자신이 경주에서 기승할 마필을 미리 조교하고 성격을 알아야 훨씬 자신감이 생기고 그에 맞는 전개를 펼칠 수가 있는 것이다. 최대한의 호흡을 맞추기 위한 준비이다. 조교때도 경주처럼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그런지 유난히 경주보다 조교때 부상이 잦은 편이다.
Q_ 아직도 부상중인데.
- 부상때마다 복귀는 서두른다. 완치가 덜 되어도 어느정도 몸만 추스리면 마필에 기승하고 싶어서 몸도 근질근질 하고 감각을 잃으면 나중에 더 힘들기 때문에 일찍 복귀 한다. 이번에도 발등 뼈가 살짝 붙어 더 쉬어야 했는데 붙긴 붙은거라 서둘러서 복귀를 했더니 마방에서 걱정을 좀 하시더라. 아직 장화를 신을때나 일반 운동화를 신을때도 통증이 있다. 하지만 마필에 기승만 하면 통증이 안느껴지니 상관 없다.
Q_ 두아이의 아버지로 책임감이 더해졌다.
-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은 아이들이 있다. 아직 어리지만 마음만큼은 해달란것을 다해주고 싶다. 두 아들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께서 장사를 하시면서 어렵게 키워주셨다. 가정형편이 너무 좋지않아 하루하루 살기 바빴다. 그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않고 최선을 다해주신 아버지께 너무 감사하고 어려서부터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다. 두 아이에게도 내가 받은 사랑을 전해주고 아버지께도 앞으로 더욱 잘해드릴 것이다.
큰아이가 8살이 되었는데 말을 너무나 좋아한다. 얼마전 KRA키즈 승마단에 입단할 정도로 말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다. 승마선수나 경마기수가 되겠다하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것이다. 작은아이는 커서 소방관이 되고 싶다면서 말은 절대 타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 씩씩하게 잘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무럭무럭 자라는 두아이를 보면 이제서야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부상을 당할때면 내 자신이 아픈것보다 가족들이 먼저 생각나고 걱정이 된다. 언젠가는 문득 '기수를 하면서 내가 잘못되면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점점 어깨가 무거워지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
Q_ 영예기수 자격을 갖췄다.
- 영예기수는 기수로서 가장 큰 영광일 것이다. 500승이 넘었다해도 남은 조건들이 힘들어 큰 욕심을 내고 있지는 않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문세영기수와 함께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조금 더 고민을 해볼 것이다. 그렇다고 영예기수가 최종목표는 아니다.
Q_ 앞으로 기수로서 목표는.
- 기수 은퇴 후에는 후배를 양성하는 교관이나 조교사면허를 따서 마방을 부여받는 몇가지의 길이 있지만 당장이나 앞으로 몇년간은 기수로서 크지않은 목표를 잡고 있다. 첫승부터 시작해서 오백승을 넘기며 우승한 경주들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못한 일반경주들도 나에겐 한경주 한경주가 소중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소중한 한경주 한경주를 후회하는일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상없이 꾸준히 마필에 기승해 경주에 출주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이다.
Q_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 지금까지의 기수생활을 돌이켜보면 그다지 화려하지도, 빛나지도, 크게 주목 받아본적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껏 달려왔다. 이런면이 마음에 드셨는지 요즘에는 내입장에서, 내편이되어 걱정해주시는 팬들이 많아졌다. 검빛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격려에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보답해 드리겠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지금도 과정의 길에 있는 나에게,
경주마 기승은 너무나 소중한 행복이다.
<취재기자 : 고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