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인터뷰]
정평수 기수
외길을 걷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보통사람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법,
헤매고 부딪히고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좋다.
뒤를 돌아보면 이리저리 해맨 길은,
분명 누구보다도 넓을 것이다.

Q_ 27년차의 기수생활이다.
- 어느새 27년이 넘었다. 시작은 뚝섬이었다. 돌이켜보면 좋았던 시절도, 안좋았던 시절도 있지만 그래도 좋았던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마필에 기승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뚝섬에서 데뷔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천 경마장으로 넘어왔었다. 당시 최신시설에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뚝섬을 이야기하니 데뷔할때가 생각난다.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누님의 권유로 경마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되었다. 워낙 운동을 잘하고 좋아해서 몇달동안이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막상 기수의 직업을 결정하고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체력검정시 모든 종목 만점을 받을 정도로 쉽사리 통과했다. 300명 가까이 시험을 보았는데 30명정도 합격해서 그때의 동기들이 아직도 조교사와 기수로 함께 하고 있다.
Q_ 얼마전 부상이후 서둘러 복귀했고 성적이 좋다.
- 갈비뼈 골절로 좀 쉬었는데 가만히 있으면 답답해서 복귀를 서둘렀다. 7월말 정도에 복귀하고 8월초에 또다시 발주연습하다 낙마를 당했다. 큰부상은 아니라 쉬지않고 기승을 했다. 경마기수가 부상으로 기승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억울하다. 부상을 달고 살아야하는 직업이지만 모든 기수들이 부상없이 기승하길 바랄뿐이다.
성적은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않을 때도 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한경주 한경주 최선을 다할뿐이다. 그러다보면 기회가 찾아오고 좋은 성적까지 따라오기 마련이다.
Q_ 6년이 넘도록 9조와 인연을 맺고 있다.
- 너무나 마음에 드는 마방이다. 조교사님을 믿고 따르고 있다. 직선적인 조교사님의 성격때문인지 마방 식구들 전부 뒷끝도 없고 잘못된 것들은 바로바로 지적하며 고쳐진다. 마방 분위기도 항상 좋을 수밖에 없다. 기수생활 끝까지 9조와 함께 할 것이다.
Q_ 최고참이다. 요즘 후배들 보면 어떤가.
- 선배 김귀배기수가 최고참이다. 그 뒤로는 동기들과 함께 최고참이 된다. 요즘 신인기수들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기승술이 숙련되어 있다. 우리때는 1년 6개월 교육후에 바로 마방 선배들한테 혼나면서 배우는데 지금은 워낙 체계적인 교육을 2년동안 마치고 데뷔를 하다보니 기존 기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감량잇점도 예전의 3kg에서 4kg으로 달라진 것도 조금은 더 기회를 얻는 유리한 조건이 아닐까 싶다.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줄 것이고 후배들의 열정과 의지는 배우며 함께 경쟁하고 싶다.
Q_ 가정적인 아버지로 정평이 나있다.
- 네식구이다.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첫째를 가질때까지 8년의 시간을 기다려야했고 희안하게 둘째도 8년을 기다려야했다. 그래서인지 더욱 사랑스럽다. 애들 커가는 것을 보는게 가장 큰 낙이다. 큰딸애가 고등학교 1학년인데 공부를 곧잘 한다. 군포의 한 고등학교에서 전교 3등으로 장학금을 받고 있다. 너무나 자랑스럽다. 둘째 아들놈은 운동을 잘하고 좋아해 K클럽 축구팀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딸래미는 엄마를 닮아 키가 170cm인데 아들놈은 아직 초등학교 2학년생이지만 키가 좀 작아 걱정이다. 무엇을 하고싶어 하든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싶다.
Q_ 첫승을 기억하는지.
- 기억하다마다. 예전 25조의 '금광'이라는 마필이었다. 상대마필은 '열애'라는 마필이었고 결승선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이었다. 당시에는 우승한 기수가 음료수를 돌렸었고 '열애'라는 마필이 우승한줄알고 음료수를 전부 돌리고 나니 '금광'이 우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참 재미있었던 일화다. 27년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질 정도로 생생히 기억난다. 기수에게 첫승은 특별하다.
Q_ 유난히 애착 가는 마필은.
- 상당히 많다. 뚝섬배 대상경주 우승을 함께한 '이화령'은 암말치고 덩치가 큰데다가 대상경주 우승이라는 기쁨을 안겨주었고, 최근에는 9조의 '원더볼트'와 앞으로가 기대되는 '임페라토르'가 애착이 큰 마필들이다. 새로 들어온 2세마들도 싹수가 있어 잘 성장해주길 바라며 정성을 쏟고 있다. 안타까웠던 마필이 한두 있다. 정말 좋아했던 마필인데 종자골 골절도 경주로를 떠나야했다. 예전 48조의 '정안장군'이라는 마필이다. 그 마필은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Q_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가 있다면.
- 좀전에 언급한 '정안장군'의 경주가 기억에 남는다. '정안장군'은 암말치고 근성이 좋은 마필이었다. 계속해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국산1군까지 승군을 했고, 48조에서 '정안장군'과 '문전쇄도'라는 마필을 동반 출주 시킨 경주가 있었다. '문전쇄도'에 기승을 하게 되었지만 신경은 '정안장군'에 쏠려있었고 함께 입상하길 진심으로 바랬었다. 전개가 잘 풀려 내가 기승했던 '문전쇄도'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안장군'은 그 경주가 마지막 경주였다. 마지막일줄 알았다면 당연히 '정안장군'에 기승을 했을 것이다. 병원에 간 '정안장군'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가장 안타까운 경주이자 가장 안타까운 마필이다.
Q_ 조교사 면허에 관심이 있는지.
- 기회가 된다면 면허 취득을 하고 싶다. 몇년전 시험을 치뤘었고 필기는 합격했지만 실무에서 한번, 면접에서 한번 실패를 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도전을 해보고 싶다. 전과는 다르게 후배들의 체력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한다. 시간분배를 체력단련쪽으로 더 써야하기 때문에 조교사 면허 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제약이 좀 따른다. 성공이든 실패든 일단 도전을 해보는 것이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Q_ 앞으로 기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 앞으로 십년, 이십년을 기승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않기 때문에 큰 포부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길어봐야 십년 안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한다. 기수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일것이다. 기수 생활을 하는 동안 부상없이 꾸준히 마필에 기승하는 것. 어떻게 보면 부상없이 꾸준하게 기승한다는 것이 큰 포부일 수 있겠지만 최선을 다할것이다.
Q_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 요즘 승수 좋은 기수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 계속해서 잊지않고 성원해주심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기수들한테 용기를 주는 팬들이 되주시면 고맙겠다. 수많은 검빛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겠고 여름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추워지는 환절기에 건강 챙기시길 바란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
지나온길이 넓은 만큼,
누구보다도 다른사람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
<취재기자 : 고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