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이 입을 피해는 무려 45억 원에 달해!!
- 마사회, 혁신안은 고객이 외면하는 경마상품을 보다 재미있게 바꿔보자는 것
- 경마혁신 반대는 명분도 없지만 을에게 눈물 흘리게 하는 또 다른 ‘갑질’
지난 15일(목) 한국마사회의 경마혁신안(2015년 경마시행계획) 발표에 경마계가 시끄럽다. 마사회가 밝힌 경마혁신안은 산지통합 경주시행, 외산마 도입가 상한선 상향, 레이팅시스템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마사회는 “지난 10년간 경주수를 두 배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정체되고, 이용객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더 이상 변화 없는 상품으로는 한국경마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결국, 더 이상 흥미가 없어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는 경마상품에 대한 개선이 이번 경마혁신의 본질이라 하겠다.
하지만 경마 유관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경마상품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작업은 시작부터 난항에 빠졌다. 생산자단체가 시작한 반대움직임에 마주들이 가세했고, 일부 마주들은 마사회와 마주협회 비대위가 협의한 최종안을 일방파기하고 새롭게 꾸린 비대위와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마보이콧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마사회로써는 난처할 노릇이었다. 이미 협의한 안에 대한 재론 자체에 대한 불합리함은 차치하고 당장 연간 경마계획의 수립을 위해 협상을 진행할 물리적인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수 십 차례 협의를 통해 유관단체의 입장을 반영한 이후였기에 더 이상 유관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해준다면 ‘경마상품의 본질적 개선’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마사회는 혁신안을 포함한 2015년 경마시행계획을 예정대로 발표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회장 직속의 ‘경마위기대응TF’를 발족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소위 배수의 진을 친 것. 지난 21일(수) 현명관 회장은 예정에도 없던 특별조회를 통해 전 직원을 한자리에 모은 후 “손님들이 외면하는 음식을, 아무런 개선도 없이 그대로 식탁위에 내놓는다면 그 식당은 장사를 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경마상품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경마에 대한 가치판단은 마사회 직원도, 마주도 아닌 경마팬들만이 할 수 있다”면서 “경마를 보다 재미있게, 보다 박진감 있게 바꾸고자 하는 경마혁신에 반대해 마주들이 경마를 중단시킨다면 이야 말로 ‘갑의 횡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명관 회장이 말한 ‘갑의 횡포’는 마주들의 경마중단 시 경마로 먹고사는 조교사, 기수, 관리사들과 경마장에서 일당을 받는 7천 여 PA, 각종 용역업체 직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는다는 뜻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마산업의 연관산업인 경마전문지 시장 역시 경마를 시행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게 된다. 경마장에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마주들의 일방결정으로 일자리를 빼앗기는 꼴이다. 현 회장이 ‘갑의 횡포’라 말한 이유이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마주들의 단체 출전거부로 인해 만약 경마가 일주일간 중단될 경우 ‘을’들이 입게 될 피해액은 무려 45억 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교사와 기수 등에게 지급되어야 할 경마상금이 약 20억, PA들과 용역원들의 인건비가 약 10억으로 총 30여 억 원이 갑의 횡포에 의해 을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금전적 피해다. 이 외에 경마전문지 및 식음료업체 등도 15억 여 원의 피해를 입는다. 물론 정확한 집계가 아닌 산출치라는 해명이 붙었지만 일방적 결정에 의한 피해액치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마전문가는 “마주들은 규제 일변인 경마정책 등 정부와 풀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시행체의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면서도, 이번처럼 본인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에서는 목소리를 높인다”면서 “진정 경마의 발전을 바란다면 경마라는 상품 자체를 개선하자는 이번 혁신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경마관계자에 따르면 마주들의 단체행동은 부경의 경우 오는 2월 6일(금)로, 서울의 경우는 다음날인 7일(토)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경마혁신안이 포함된 2015년 경마시행계획이 처음 적용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00만 경마팬들의 눈과 귀가 ‘그 날’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