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공식보도자료] 마사회, 급진개혁안으로 경마계 진통

  • 운영자 | 2015-01-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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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밀어붙이기식 급진 개혁안으로 경마계 진통

    - 마사회 개혁 ‘자기혁신’ 아닌 생산자 희생양으로 삼아 논란
    - 생산자 및 마주들 ‘경마혁신안’ 철회 촉구 성명서 발표
    - 생산농가 죽이기, 말산업육성법 역행하는 산지통합경주 전면 거부
    - 급진적 개혁리스크 한국경마 치명타, 2년 내 목표 달성 사실상 어려워


마사회가 공기업으로서 ‘자기혁신’이 아닌 생산농가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혁신안을 발표해 경마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소위 경마의 선진화, 국제화라는 미명아래 최근 마사회가 발표한 ‘경마혁신안’이 생산자 및 경마관계자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서울마주협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천병득)는 지난 1월 25일, 산지통합경주를 거부하는 성명서를 전격 발표했다.

   마주협회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전시행정으로 급조된 ‘경마혁신안’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경마혁신안을 재수립해 줄 것을 마사회에 촉구했으며, 경마산업의 목적인 ‘마사진흥과 축산발전’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 ‘경마혁신안’을 저지하기 위해 산지통합 경주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는 마주협회 비대위가 대외적으로 공표한 첫 공식입장이다.  

  밀어붙이기식 전시행정으로 경마계의 진통을 야기한 마사회의 ‘경마혁신안’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마매출 하락에 따른 마사회의 내부 경영위기에 대응한 고육지책으로써 ▲산지통합경주 시행, ▲레이팅제 도입, ▲외산마 가격 상한선 상향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중 특히, 고가 외산마 도입, 산지통합경주 시행은 단기적인 졸속 계획이 아닌 중장기적 계획이 관건으로 시간을 할애해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때문에 사전에 경주마 수급을 담당하는 마주 및 국산마를 생산하는 축산농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예상되는 우려사항과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여 전략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마사회는 ‘경마혁신안’이 발표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마주협회나 생산자협회와 협의를 가진 바 없다. 마사회가 유관단체와 협의를 시작한 것은 9월 24일 마사회 발표 이후부터다. 그것도 올해 2월초부터 무조건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12월 안에 협의를 끝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유관단체와의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수립된 혁신안에 대해 마주협회와 유관단체는 즉각 반대를 표명, 11월 중순 서울마주협회 제1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이후 몇 차례의 협의를 통해 원안에서 다소 완화된 조정안이 12월 말 도출됐다. 하지만 협의안은 총회에서 다수 회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되었고, 집행부 불신임과 함께 新비상대책위원회(2015년 1월 10일)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마사회는 새롭게 구성된 제2대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일체의 대화를 중단한 채 혁신안 강행을 발표했고, 비대위는 불가피하게 마주로서의 고유권한인 출전신청권 사용을 통해 협상 재개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서울마주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천병득 위원장은 “마사회의 혁신안은 경마산업의 본질을 잃어버린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말 생산 축산농가의 도산뿐만 아니라 국적 있는 경마발전을 위협하여 궁극적으로는 한국경마의 존폐 위기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말산업의 발전은 생산의 기조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천 위원장은 “혁신안은 말산업을 FTA시대 농어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발전시킨다는 정부의 말산업육성법 목표에도 역행하기 때문에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마사회가 전향적 사고로 산지통합 경주를 일정기간 유보하여 단계적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주들은 이와 함께 마사회가 수차례 마주들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은 경주마들의 안전과 최소한의 복지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토로했다. 서울마주협회 비대위는 “선진 경마 구현을 위해서는 말과 사람이 죽어나가는 낡은 경주로의 개선과 포로수용소 수준의 마방환경, 외산마에 대항할 수 있는 국산마 능력향상 등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마사회가 일방적으로 혁신안을 시행하는 것은 마사회의 방만 경영과 급격한 매출감소로 불어 닥친 내부 경영위기에 대한 대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개 마주와 생산자들은 현행 경마제도가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경주마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마주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경주마는 데뷔 후 보통 2∼3년의 경주마 활동을 하기 때문에 경주마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최소 2∼3년 전부터 협의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최소 1∼2년 전 예고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마사회 혁신안은 장기간 존속해 오던 제도를 완전히 뒤바꾸는 대변혁인데도 불구하고 유관단체와의 일체 사전 협의없이 급진적으로 진행돼 이미 진통이 예고되었던 것. 올해 2월부터 시행되는 계획을 불과 5개월 전 전격 발표하고, 협의를 뒤늦게 시작한 것은 마사회의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잘못된 관행에 기인한다.

    더구나 마사회는 마주협회와의 갈등이 시작되자 마주협회 비대위가 경마중단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마중단으로 속단하고, 대내외적으로 마사회의 경마혁신안을 합리화하는데 혈안이 돼 경마팬을 볼모로 여론을 호도하는 한편, 마주단체의 고유권한 및 자율권을 침해하는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경마계의 더 큰 혼란을 야기 시켰다.

    한편, 마사회는 마주협회 비대위의 혁신안 반대에 대해 “지난 10년간 경주수를 두 배로 늘렸는데도 매출액은 정체되고, 이용객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면서 경마상품에 대한 개선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연간 경마계획 때문에 혁신안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경마혁신을 통해 2016년 경마선진국인 Part2 국가로 진입하고, 국제경주를 유치해 한국경마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끌어들여 경마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나 마사회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경마 매출하락의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스포츠토토, 경륜, 카지노 등 경쟁상품의 등장과 최근 온라인,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흥미도가 높은 게임인구로의 유입 등 경마가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회가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그동안 마케팅을 무시한 채 방만 경영과 무사안일의 행태로 위기국면을 방치해 고정팬 층을 잃은 결과이기도 하다.

   마사회는 대표적인 공기업으로서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심각한 방만경영과 인사비리 등이 도마에 오르며 중점관리대상으로 강력 경고를 받았지만 미약한 경영개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동안 사회적 문제가 된 용산 장외발매소 논란 역시 지역주민들과의 타협없이 무단으로 밀어붙이기식 개장을 강행해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었고, 뒤늦게 주민들에 대한 협의와 회유를 시작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주민들의 공분을 사 쌍방 고소, 고발 등 장외발매소 문제를 극단으로 내모는 악재로 작용했다.

    마사회가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발전계획을 수립, 강행함으로써 철퇴를 맞거나 관련단체들과 내홍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임 회장이 취임할 때마다 급조된 경마발전계획의 수립으로 마사회와 때마다 진통을 겪어온 유관단체들은 이번 경마혁신안이 치명적이고 급진적 개혁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경고한다.

    축산 농가들의 단체인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와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는 마주협회에 앞서 지난 1월 16일 성명서를 발표해 “마사회의 경마혁신안은 그동안의 국산 경주마 육성정책과 모순될 뿐 아니라 축산 농가들의 미래를 빼앗아가는 정책”이라며 경마혁신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아직까지 우리의 국산마 생산은 걸음마 수준으로 단계적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생산자들의 주장이다. 한국 어린이와 외국 육상선수가 함께 달리는 레이스의 승부는 불 보듯 뻔하다. 국산마 생산의 전초기지인 제주 축산농가들은 때 이른 산지통합에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마 생산자들은 “국산마의 무조건적인 보호육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반드시 국산마의 수준을 끌어 올리겠다”는 각오다. 다만, 급조된 발전안이 아닌 중장기적 계획과 전략을 통해 진정한 국산마 진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마사회의 ‘경마혁신안’은 경마시행 국가 분류군인 Part2 진입을 목표로 2016년까지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급진적 계획으로써 사실상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상적인 경로로 Part2, Part1 진입에는 100년 이상의 노력이 요구되나 이번 마사회의 혁신안은 생산농민, 축산업의 몰락을 도외시한 채 경마시행국의 위상에만 몰두한 혁신에 불과하다.

    경마선진국 일본의 경우 Part2에서 Part1에 도달하기 위해 유관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50여 년 동안 전략적인 국산마 생산발전계획을 장기적으로 실천했다. 일본의 사례만 보더라도 마사회의 이번 혁신안은 부정적인 사회인식과 경마에 대한 각종 규제, 걸음마 수준인 국산마의 경쟁력 상황 등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실현 불가능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경마의 국제화와 선진화를 위해서는 단기계획이 아닌 치밀한 전략에 의한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며, 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경마산업의 순환구조 특성상 급진적인 혁신안으로는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조된 혁신안이 잘못되어 치명적인 손실과 부작용이 잇따르게 되었을 때 제일 큰 타격을 받는 것은 투자자인 생산자와 마주다. 정부나 마사회가 실패한 발전안에 대해 책임을 질 일은 만무하다. 마사회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피해를 입을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미봉책으로는 급진적 발전계획의 성공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수천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경주마의 가격 및 육성, 훈련, 관리, 제반비용 등을 생각하면 더더욱 민감한 문제다.

    마사회는 최근 마주단체와 갈등이 심화되자 혁신안의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에 대해 해명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그러나 마사회의 주장과는 달리 경마혁신안의 또 다른 문제점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마사회는 외산마, 국산마 통합경주 시 국산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산마 우대정책으로 부담중량을 줄여 국산마의 우승기회를 높이고, 국산마와 외산마의 상금수득 비율을 산지통합 전과 같이 70:30으로 유지시켜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주들은 여기에 마사회 혁신안의 근본적 오류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경마의 생명은 공정하고 박진감 있는 경주전개이다. 마사회가 계획처럼 인위적으로 외산마의 능력을 저하시켜 국산마가 우승하도록 만들고, 상금도 70% 수득하도록 경주를 편성한다면 과연 공정하고 재미있는 경마가 시행될 수 있을까. 또한 국제경주에 출전할 수 있는 우수능력의 고가 외산마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국산마와의 능력차를 좁히기 위해 부담중량으로 외산마의 능력을 인위적으로 억제시키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이처럼 생산자와 마주들은 마사회가 스스로 의도하는 방향과는 달리 자가당착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주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산지통합경주 시행의 경우 국산마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쳐 마주에게는 일부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능력 있는 외산마를 무제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1년에 160두, 산술적으로 마주 1인당 3년에 1두밖에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국산마를 구매해야 하는데 전체 경주 중 가장 많이 개최되는 국산마 6등급 경주의 상금은 17% 축소되었고, 상금액이 높은 1∼2등급 경주는 외산마와 같이 경주해야 하기 때문에 국산마의 상금수득 기회는 줄어들어 결국 산지통합은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급격한 외산마의 증가를 막기 위해 입사T/O제를 시행하여 서울경마장의 경우 연간 160두만 입사시키겠다고 하는데,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연간 입사두수 만큼 160두가 도태되어야 한다. 외산마의 성적이 좋고 구매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마주들은 사고나 부상이 아니면 일부러 외산마를 도태시키는 일이 드물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외산마 재적두수는 점점 늘어나 국산마 구매두수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경주마 생산 역사는 지난 20여 년 간 생산자뿐만 아니라 마사회, 마주 등 경마관계자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상호 간 희생을 감내하며 개척해온 국산마 진흥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생산자들의 존폐는 곧 경마인 모두의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   

  서울마주협회 비대위가 성명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마주들은 심사숙고 끝에 경마중단이 아닌 산지통합경주에 대해서만 기존 산지분리경주 방식대로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경마팬들은 마사회 혁신안으로 인한 이번 경마계의 성장통을 계기로 한국 경마문화가 더욱 성숙될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진심어린 소통을 통한 ‘경마혁신안’ 재수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생산자들과 마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마사회가 대화를 모색해나갈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