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씨의 고배당 적중기

  • | 2001-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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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토요일 PM 9:42

5시간째 내일 있을 2경주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경주까지 훑어본 상태지만, 아무래도 2경주가 배당이 나올 가능성이 많은데다, 실낱 같은 적중의 feel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흠...분명 이때의 능력만 발휘한다면, 1착에 가장 근접한데..'
그가 고민하고 있는 마필은 6번 게이트의 '자석'이었다. 두번의 후착을 하고, 기대이하의 경주를 펼친 5월 경주를 끝으로 휴양에 들어갔던 마필...

휴양 후 두번째인 이 경주에 승부의지가 확연히 느껴지는데다, 과천벌 제2의 박태종이라 일컬어지는 함완식 기수의 기승이다. 게이트도 6번이면, 그리 불리할 것도 유리할 것도 없지만 만만한 편성에 무엇보다 함완식 기수의 기승술을 믿고 있는 그로선 절호의 기회라고 보여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인기도 4-5위권 이하다. 입상만 한다면 중고배당은 틀림없다......

문득 5시간이 넘게 꼼짝하지 않고 예상에 몰두한 자신을 발견하고, 뻑적지근한 몸을 일으켜, 창가로 가 담배 한개피를 입에 물었다. 주택가의 형광불빛이 오손도손 정답게 여겨진다.
토요일... 외식을 하고 돌아온 가족도 있을테고, 모처럼 불고기파티를 하고, TV앞에 둘러앉아 재담을 나누고 있는 가족도 있을 것이다. 그의 얼굴에 씁슬한 표정이 한순간 흘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풍경....유행가 가사 같은 혼잣말이 절로 새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괴짜' 와 '범생'...
늘 그의 삶을 수놓은 두 단어였다. 전교 1,2등을 하는 범생의 모습에서 한달새 꼴지에서 1,2등을 다투기도 하고, 1년 내내 지각한번 하지 않다가 또 1년 내내 지각, 결석왕이 되기도 했던 학창시절..20살이 넘어선 범생의 모습은 사라지고, 괴짜의 삶만 걸어온 그였다. 겉으론 멀쩡한 범생의 모습을 하고서도 말이다.

'시시쿠나..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 언젠가 우연히 읽게 된 어느 시인의 싯귀가 알 수 없는 통곡과 함께 가슴에 사무쳐버린 그였다.

'천직이다...유일한 삶의 등불'
그에게 경마란 그런 것이었다.

'그래! 자석은 꽂힌다!' 늘 그런 식이었다.
알듯말듯 혼란스런 머릿속을 어느 순간 명쾌한 확신이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고 나면, 나머진 너무도 쉽게 진행이 된다. 그에 합당한 논리와 추리만 곁들이면 되는 것이다.

자석!
4월22일 경주에서 앞서가든 빠르네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선입력을 보여주다. 추입해오던 무림천하보다 더 나은 직선걸음을 보여주다. 선두력을 갖춘 전형적인 선입형 마필. 직전경주보다 배이상 늘린 조교량에서 승부의지 확연시 됨. 함완식 기수의 기승술 믿을 수 있음. 뒷심약한 선행마포진, 월등한 추입력을 갖춘 마필 부재. 3-4위권 자리잡고, 내측선입시 1착 유력.

5시간이 넘게 고민해오던 '축' 선정이 한순간 만고불변의 축마로 자리를 잡게 되는 순간이다..일사천리. 베팅액의 50% 자석의 단식에 승부! 예상배당 10배에서 15배! 이제 자석은 그에게 있어 1.1배의 새강자 단식보다 더 분명한 축마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갈등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복식적중'이라는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기 때문이였다.
정출!
제일감*으로 떠오른 후착은 김동균 기수의 정출이었다.
(*주로 바둑에서 순간적으로 가장 좋은 수라고 느끼는 감이라고 함^^;)
8월13일 당시 가속세대와 만복이에 복식승부를 하고, 받친 마권이래야 천하제패가 다였는데, 막판 정출의 추입 탄력에 가속세대가 덜미 잡힐뻔한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쎄다...' 솔직한 느낌이었다. 거품 인기마라고 무시했던 추리가 착오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다음 경주에선 웬만한 편성이 아니면, 축으로 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필이였지만, 정출에겐 병력아닌 병력이 있었다. 땀을 흘리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발진하는.. 경주 능력에 이상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은 분명했던 탓에 두번이나 경주제외가 있었던 것이다. 직전경주에선 두드러기가 염려되어 극히 적은 조교량으로 출전했던 탓인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었다.
'이번엔 틀리다..정상 조교다..강승부인가?...헌데...’
왠지 느낌이 좋지않다. 1000은 짧아 보인다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왜 1200이 아니고, 1000인가..?'

순발력이 둔한 마필은 아니지만, 발 빠른 마필이 제법 보이는 이 편성에선 선두권에서 달리기가 힘들어 보이는데다, 후미그룹에 쳐진다면 늦추입 3착..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었다. 1000이라는 거리가 정출에겐 불리한 점인 것은 분명했다.

'1200이라면 자석과 단방승부가 되련만...'

그는 못내 아쉬운 감정을 삭이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20배가 넘을듯한 단방승부가 한순간 눈에 보였지만, 다시 재고를 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자칫 냉정한 추리에 영향을 미칠까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정출에게로 집중된다. 다른 마필 녹화테잎을 보다가도 어느새 정출의 모습이 겹쳐진다.

'자석이 1착할 수 있는 레이스라면, 정출 역시 가능하지 않은가?'
'아냐..아냐..1000이야..1200이면 몰라도..어려워..'
'그래도..선두권에서 버틸 구비룡이나 루시만 잡아채면 되지않나..!!'

혼란스럽다. 분명 입상권에는 있는 마필이지만, 승부마필로 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 그는 예상가가 아닌 승부사다. '가능하다' '유력하다' 는 말은 승부사에겐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없다'란 말과 똑같은 것이다.

경주가 끝난 후 비록 틀린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전까진 자신의 예상에 100% 자신을 가져야만 승부를 할수있다. '절대' '오직' 예상가에겐 금기인 이런 단어가 승부사에겐 필수불가결한 단어다. '절대'란 말은 경주결과에 대한 '절대'가 아니라 스스로 믿음에 대한 '절대'인 것이다. 기어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정출에 대한 미련이 그리 만든 것이다.

보글 보글...
부엌에 들어선 그가 끓고 있는 물을 한참 들여다 본다. 인스턴트커피 두봉지를 컵에 붓고는 멍하니 생각에 잠긴 것이다. 불과 2-3분의 순간이지만, 수십개의 경주전개가 그의 머리속에서 펼쳐진다. 12마필 모두가 그의 머릿속에선 다 한번씩 선행을 나서본다. 심지어 42전 동안 입상한번 못했던 완성품조차 결승선을 1착으로 골인하는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선 가능성을 가지고 펼쳐진다.

뜨거운 커피가 입술을 타고 흘렀다.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몸에 퍼져갔다. 그와 동시에 흐트러졌던 마음이 서서히 차분해 짐을 느낄수 있었다.

'자! 다시 시작해보자! '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예상지를 펼치고, 리모콘을 손에 들었다. 2경주를 공부한지 벌써 6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12마필들이 뛰어온 경주를 몇번이고 반복해서 보았다.
얼핏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기실 그것은 엄청난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한마리 한마리가 어떤 편성에서 어떤 전개로 어떤 질주를 했는가를 정확히..정말 '정확히'파악을 해야한다.
그런 작업이 없이 단순히 기억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일인 것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예상'
한마디로 완벽한 예상을 할 수 있어야 승부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승부를 해도 그 결과는 엉뚱하게 나오는 게 비일비재.

'초보도 3, 베테랑도 3, 승부사도 3 '

언젠가 그가 소줏잔을 기울이며, 유일무이한 친구인 L에게 했던 말이다. 12경주 중에 초보도 3경주는 맞춘다. 어쨋든.. 베테랑도 3경주는 맞춘다..물론 내용이야 천지차이겠지. 몇 명 정도인진 알 수 없지만, 베팅을 업으로 삶을 꾸려가는 승부사들도 3경주다.. 하지만, 그들은 하루 12경주 중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고르고 고른 한달에 12경주일지 아님 1년에 12경주일지 모를 승부경주 12경주 중에 3경주인 것이다.

-승리와 패배의 차이는 '배당과 베팅'이다.

당시 L 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지만, 어쨋든 그가 중.고배당 경주를 승부처로 삼는다는 것과, 그래서 4경주 중에 한경주를 맞춰도 '승리자'가 됨을 알았던 것이다.

'올해도 풍년은 제외다!'
비교적 인기마에 속한 올해도풍년을 그는 손쉽게 지울 수 있었다. 아무리 뛰어온 모습을 분석해도 결승선까지 버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2번게이트 태종기수기승..이라는 점 때문에 너무 과한 인기를 모은 마필이라는 결론이었다.
'분명 선행력은 있는 마필이지만, 제아무리 박태종 기수라도 이렇게 뒷심 부족한 마필을 끌고 들어오긴 힘들다. 게다가 루시와 구비룡..선행다툼할 마필이 있는 이상은 편한 전개는 무리..'

그는 앞서 달릴 세마필 루시와 구비룡, 올해도 풍년중에 루시에게 가장 많은 점수를 주었다.
'아직 힘이 덜차 사양기미가 있는데다, 질주시 목이 뻣뻣한 단점은 있지만, 선행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데다, 구비룡이 외곽을 돌게 된다면..선두권 마필 중 버틸수 있는 마필은 루시 뿐이다..'

루시란 마필은 그에게 뼈아픈 상처(?)를 줬던 말이었다. 루시의 데뷰전때 양지골이란 마필로 당시 1착인 좋은소식과의 복식승부를 했었는데, 4C 돌고 내측선입을 하던 양지골 앞을 루시가 가로막는 바람에 입상에서 멀어지게 했던 것이다.
'네 놈(?)이 이번엔 빚을 갚겠느냐?..' 하지만, 역시 승부마필로 하기엔 석연챦은 점이 많다. 여태껏 불안한 주행을 보였는데, 이번이라고 매끈한 질주를 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었다.

옆에서 불이 난다 할지언정, 그래서 집이 무너진다해도 눈치채질 못할정도의 집중력이였다.
경마삼매경..라고 표현하기엔 너무 치열한 것인가? 이제 어느 정도 후착마들의 윤곽을 잡았다.
먼저 그가 지운 마필들은 다음과 같았다.

올해도풍년 : 뒷심부족, 전개불리
완성품 :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입상
하루센 : 선행도 못하고 추입도 안된다
구비룡 : 기대치는 있으나, 외곽고전, 기수불안,승부의지불안
비바도나 : 단지 고가마필, 능검모습으론 3-4전 후라야 고려할만
혁신적 : 태종기수기승에 미승리마 경주라면 한번 고려
대망 : 20전내에는 입상기대 못함
골든이글 : 언젠간 고배당마필,하지만 지금은 아님

8마리를 지우고 나니, 후착유력마는 3마리가 남게 되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아무래도 정출이였다.

정출 : 진로 막히거나 외곽질주없이 조금만 빨리 붙는다면
루시 : 초반 선행유력, 선두마필중 버틴다면 루시
그리고....마지막 찬란한 영광이였다.


2000년 12월 16일 PM 11:06
"오빠! 공부하고 있었어?? 낼은 어때?? 승부경주 있어?"
L이 찾아왔다. 보자마자 늘 같은 질문을 쏟아낸다. 그럴때마다 곤혹스러워지는 그였다.

'낼은 어때?' 항상 그 질문에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만다. 물론, L에게는 단순한 인사같이 별 의미없는 질문이겠지만, 차라리 '낼도 몰겟지?' 라고 물어주는 편이 그로선 답하기 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매번 볼때마다 같은 질문을 해대기에 언젠가 술자리에서 결국 볼멘소리를 한적이 있었다.
'나 볼때마다 낼은 어때..낼은 어때? 하고 묻는 것 좀 고만혀라..그 말 들을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이눔아~ '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헹!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인사가 있을라구!' 싫다는데도 그럴수록 더 잊지않고 하고 싶은 게 그 질문이라고 L 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낼은 어때.....?
경마를 하는 한 영원히 떨칠수 없는 질문.. 스스로에게도 수없이 되뇌이는 질문..

낼은 당신 인생이 어떨꺼 같소..?
말문이 막힐 법도 한 질문인 것이다.

"난 낼 즐거운파티 단식,연식에 승부얌~ 냠냠~"
공부하다 먹으라고 가져온 만두를 자기가 먼저 집어먹고서는 냠냠거리며 하는 말이였다.

"웅..그랑프리말이구나..어렵지 않을까?"
"어차피 대상경주야 뒤통수치는 결과아니겠어? 이번엔 내가 먼저 뒤통수치는 승부당!! 캬캬캬!!"

순간, 이 여자야 말로 入神의 경지에 접어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른다.
소문을 듣자하니 자기가 경마최고수라고 수다를 떨고 다니는 모양인데, 단순히 허풍만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낼있을 경주에 대해 몇마디 나누고는 낼 본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뒷심이 상당히 늘었다.....복병중의 복병감이다...!!'
찬란한 영광....
순발력이 있어 곧잘 선두권에서 달렸지만, 뒷심부족으로 늘 덜미잡히던 말이었다. 하지만, 9월경주에선 의외로 추입하는 모습을 보인것이다. 불량주로탓일까?

10월 경주에선 비록 늦발은 했지만, 내측으로 질주를 했기에 여력이 있을 법도 한데, 후미에서 놀다시피하는 모습을 다시 보인다. 역시 아직인가?

어, 근데 직전 11월경주는 먼가 수상하다....정표기수가 최선의 스타트로 승부의지를 강하게 보인다.
그러나 곧 2번게이트의 완성품에게 진로가 막혀버려 후미로 쭈욱 밀려버린다. 경주내내 후미에서 질주하다 직선에서의 모습이...오옷!! 탄력이 살아있다..추입이 된다!

'1000으로 줄었다..이 정도 순발력이면 선입권질주가 가능하다..' 게이트도 1번. 승부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자석을 위협할 정도일지도 모른다. 순간 그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며,심장마저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고배당이닷!'
하지만, 이내 곧 냉정을 되찾고 방금 느낀 feel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이 되어 바라보았다.
'파묻힐 가능성도 많구나...' 그렇다 늘 1번 게이트가 좋은 것은 아니다. 발 빠른 말들이 먼저 펜스 옆을 점거해버리면, 게다가 앞서 달리는 마필이 중반페이스가 아주 느린 떵마에 해당된다면, 울며겨자먹기로 후미로 쳐지기 일쑤인 것이다. 외곽으로 빠질려고 해도 우루루 뭉쳐달리는 포위망을 뚫기란 고도의 기승술로도 힘겨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험성만 빼고는 후착감으로 손색이 없다. 물론 강승부 한다는 전제하에서...

정출! 루시! 찬란한영광!

어디에 주력할것인가?
잡힐듯 말듯 아슬아슬 버티는 루시..
외곽에서 시원스럽게 쭉쭉 올라오는 정출..
내측선입을 멋지게 성공시키는 찬란한 영광..

온갖 장면을 추리해보지만, 누구 한마리로 딱 압축이 되지 않는 그였다. 물론 어떤 상황에도 자석이 입상하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고 있는 터라, 50% 승부는 이미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그냥 세구멍 승부하면 되지않느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소액레져경마에서나 가능한 일이였다.

1000원씩 세구멍 승부..잃어도 3000원..쉬울 수 있다. 하지만, 예치권 몇장의 승부가 들어가게 되면, 세구멍이란 것은 여간 부담되는게 아닌 것이다. 늘 '효율성'을 따져야 하는 계산은 필수. 차라리 단식 한방으로 승부하는 것이 잡다해지는 베팅보다 훨 효율성에서 나은 것이 대개의 경우였다.

1시간여를 주력을 정하려 머리를 싸매었으나, 쉽게 결정이 나지않자 그는 최종정리에 들어갔다.

'정출은 인기가 좋으니, 자석과 배당이 그리 높게는 형성이 되지 않을것이다..그럼 일단 50%중 30%를 정출에 나머지 10%씩 루시와 찬란한영광에 베팅하는 걸로 정하자..만약 내일 배당판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 효율성이 적어진다면, 자석 단식에만 승부다!'

상황종료..
이어서 그는 남은 경주중에 행여 숨은 찬스를 놓치는 게 없을까 하고 다시 한번 훓어보는 작업을 잊지 않았다. 때때로 잠이 모잘라 또는 피곤에 지쳐 나머지 경주중에 너무도 쉽게 잡을 수있는 단방경주를 놓칠때도 있었던 터라, 같은 실수를 되풀이 않으려는 신중함이였다.

몇마리 중고배당을 터뜨릴 복병마가 보이긴 했지만, 승부로 하기엔 리스크가 많아보여 포기하기로 했다. 충혈된 눈으로 마지막 담배를 태우고, 쓰러지듯 잠들어버린 게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였다.


2000년 12월 17일 AM 11:29

마필들이 게이트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이제 곧 출발이다. 베팅은 어제 정한대로 였다. 특히 자석의 상태는 아주 좋아보여서, 100% 자신감이 들었다. 찬란한 영광은 90배 전후를 웃돌더니 이제 120배가 넘는 배당으로 마감이 될듯하다.

'후..자석1착 찬란한영광 2착..가장 환수가 좋을 배당이다..'

뿌~~~~~~~~~~
발매마감 종료가 울렸다. 한마리 한마리 게이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자!! 달려보자!! 이제 나의 운은 하늘에 맡긴다!!!!'

타당!!
게이트가 열리고 마필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아! 늦발이다!
찬란한영광이 머리가 들린채 출발이 좋지 않았다. 올해도풍년,루시,자석,구비룡이 선두권을 형성했다..선두경합이 치열하다.. 김형수기수가 왠지 루시를 세게 몰고 나오지 않는 듯하다.. 이런! 선행을 나설수 있을텐데.. 함완식기수도 선입위치로 빠지지않고 외곽에서 함께 경합을 펼친다. 불안해진다......속이 빠삭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렇게 외곽으로 무리를 해서는.. 내심 내측선입을 바랬것만, 평소 질주스타일과 다르게 외곽선행경합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4C를 선두4필이 나란히 선회를 한다..거의 동시에 직선에 접어드는 마필들..아! 3-4마신 뒤로 정출이 보인다! 그래! 됐다! 정출 뒤로는 찬란한영광도 바싹 따라붙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희망적인 순간이였다!

역시 직선에선 자석이 멈춤없이 쭉쭉 뻗어나오고 있다.. 그래! 완식아! 그렇게 가자! 뒤이어 정출의 모습이 보이지만, 이런..탄력이 좋지않다.. 오히려 찬란한영광이 더 나은 걸음을 보인다.. 결승선이 다가왔다..

여전히 선두는 자석! 근데! 저건..저..저건!!
용기기수의 하루센이다!! 인코스를 선회하고 곧 내측으로 쳐박힌 듯 했는데, 다시 탄력을 붙히고 무섭게 따라붙고 있다!!
안돼!!
자석의 옆구리에 머리를 갖다댄다! 한발늦게 찬란한영광도 자석옆으로 쫓아든다!
정표야! 좀더! 제발! 정표야~~~~~~~~~~!!!!!

......................................

자석의 1착은 확정적이였다. 하지만, 후착이..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하루센이냐..찬란한 영광이냐..
아..하루센이 저렇게 달릴줄은 ....
속이 빠삭빠삭탄다..제발....
........................................
아!! 성공이다!!

1착 자석 2착 찬란한영광 3착 하루센... 모두 목차 머리차의 박빙의 승부 그 자체!
전광판 불빛이 햇살만큼 눈부시게 보인다. 싸늘한 과천벌 겨울바람이 옷속을 파고들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따뜻한 봄햇살로 가득차 있었다....

C씨의 승부경주 제2R 국4 1000
1착 자석
2착 찬란한 영광
단식 14.2배 복식 124.4배

-끝-

[큰나라]님이 클럽에 올렸던 글입니다. 인상 깊게 읽어 갈무리 했다가 올립니다. [큰나라]님의 허락없이 올립니다.
[큰나라]님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