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조교검사와 능력은폐

  • 최고봉 | 2008-10-08 14:35
  • 조회수3204추천0
각 마방에 신마가 들어오면 순치 과정을 거친다. 경주마는 실전에서 좋은 발주와 함께 기승자에 순응하면서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이 처음부터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훈련은 통해서 발주기에 대한 공포를 없애야 되고 기승자의 의도대로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경주마는 이단계가 지나고 주행조교검사를 통과한 다음 비로소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행조교검사는 마필이 경주마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하는 제도이다. 주행이 불량하지는 않는지, 최소한의 스피드는 보유하고 있는지 등의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해서 그 기준을 통과한 말에게 합격증을 주는 것이다. 모든 신마는 이런 주행조교검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신마에 대한 능력 판단은 이 주행조교검사를 잘 이해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주행조교검사의 속성상 최소한의 기본능력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주마가 전력 질주를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현 통과 기준은 1000미터를 1분 8초에 주파하면 된다. 기준 기록이 아주 낮기 때문에 웬만한 마필은 쉽게 통과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마필의 잠재 능력이 숨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의도적이기보다는 주행조교 검사의 속성상 최소한의 능력만 테스트 해보는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숨겨져 있는 마필의 잠재능력을 잘 파악해야만 능력 있는 신마를 미리 골라내서 추적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

주행조교검사에서 제일 먼저 봐야하는 것이 스타트 능력이다. 초반 출발시 툭 튀어나는 말이 있다. 이런 말은 순발력이 아주 뛰어난 말이다. 더구나 추진 없이도 계속 선두권에서 진행한다면 스피드까지 겸비한 좋은 말이다. 이런 말은 데뷔전부터 승부하는 경우도 많고, 적어도 3,4전 내에 선행승부를 한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는 순발력 좋은 마필 중에서 추진 없이 잡고만 뒤로 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별 다른 추진 의지가 없어서 잡고만 있는 경우와 중간 스피드가 뒤져서 뒤로 밀리는 경우이다. 전자는 능력 은폐기미가 엿보이므로 승부할 수 있는 말이고, 후자는 아직 힘이 덜 찬 경우이므로 능력은폐로 잘못 판단하면 낭패를 볼 수 있어 둘을 잘 구별해야 한다. 세 번째 늦발을 하는 경우다. 이는 늦발 악벽이 있는 경우와 제어하면서 의도적으로 늦발을 시킨 다음 뒷심을 테스트해보는 경우로 대별된다. 전자는 발주연습을 하면서 악벽이 사라지기를 기다려서 승부를 해야 하고 후자는 언제라도 선행 승부가 가능한 말이므로 따로 메모를 해둬야 한다.

다음으로 봐야할 것은 중간의 전개과정이다. 특히 코너링에서 인코스를 최단거리로 돌았는지 아니면 외곽을 크게 돌았는지를 꼭 살펴야 한다. 인코스 펜스를 타고 최적으로 전개한 말은 주행조교검사의 성적이 좋다 하더라도 실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의도적으로 외곽을 크게 돌면서 마필의 걸음을 테스트 해본 말은 실전에서 능력을 보이는 말이 많다. 이런 말은 남보다 1, 2초 이상은 손해를 본 말이라서 실전에서 승부할 경우 입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외곽을 크게 돌은 말 중에서 조심해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밖으로 기대는 악벽이 있는 말이다. 이런 말은 악벽이 순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단지 외곽으로 크게 돌았다는 이유만으로 잠재력이 있는 말로 잘 못 해석할 경우 낭패를 보기 싶상이다. 밖으로 기대는지 안 기대는지는 기수가 고삐로 마필을 유도하는 동작을 잘 관찰하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직선 주행과 결승점 통과 후의 걸음이다. 여기서는 직선에서 탄력이 좋은 말은 물론이고 결승점 지나고서도 힘이 남는 말을 유심히 보고 체크해둬야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탄력이 더 붙는 말이 좋은 말이다. 반면 아주 조심해야할 말이 있다. 선행에 나섰다가 직선에서 눈에 띄게 걸음이 무뎌지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행조교검사에서 선행을 받고 그대로 결승점까지 우세를 보이면서 우승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 결과 데뷔전부터 인기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막판에 급격히 걸음이 무뎌지는 말은 실전에서 인기만 끌고 선행 나섰다가 덜미 잡히는 수가 많다. 이런 말은 동영상을 보면서 따로 메모를 해둬야 한다.

우리는 주행조교검사에서 신마의 잠재능력을 여러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간혹 의도적으로 능력을 은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마필 능력을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도 그에 맞춰서 마필 고유의 잠재능력을 잘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면 되는 것이다. 신마의 잠재능력을 파악한 다음 데뷔전부터 관찰하면서 변화를 추적해 나간다. 그러다 보면 신마가 처음으로 승부할 타이밍과 조건도 유추할 수 있어 적중의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