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전개와 빠른 전개

  • 최고봉 | 2008-10-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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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끝난 농수산식품부 장관배는 예상대로 부산 마필의 완승으로 끝났다. 개선장군과 절호찬스의 압도적인 우세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서울 마필은 남촌파티가 대 차이가 나는 3착에 겨우 턱걸이를 하면서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였다. 개선장군과 절호찬스는 걸음이 더 늘어서 과천과 부경의 1군 최강자급으로 진입했다고 본다.

사실 이 경주는 국산1군 중에서 3세마로 한정된 경주라서 예전의 경우 1군 오픈 대상경주에 비해서는 약간 순준이 낮다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금년의 결과를 놓고 볼 때는 오히려 1군 최강편성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고까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분석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다음에 열린 1군 핸디캡 2000미터 경주였다.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경주인 10경주가 국산1군 핸디캡 경주로서 2000미터의 같은 거리였다. 두 경주의 레이스 전개를 상호 비교하면 많은 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두 경주의 기록차가 심하다는 점이다. 9경주 대상경주는 개선장군의 우승기록이 2:09:7이고 10경주의 우승마 새벽동자의 기록은 2:12:0이라는 점이다. 두 경주의 기록차가 무려 2초 3이나 된다. 여기서 장거리로 갈수록 레이스를 주도하는 말과 경합의 정도에 따라서 기록차가 많이 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경마가 단순히 기록경주가 아니고 순위경주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9경주는 절호찬스를 비롯해서 발빠른 마필들이 초반부터 심한 경합을 하면서 레이스가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10경주에서는 출주 두수도 8두로 적은데다가 뚜렷한 선행마가 없는 편성이라서 5번마 사운드호크와 6번마 신흥강호가 초반에 14.1초라는 느린 기록으로도 선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신흥강호가 뒷직선에서부터 선행을 주도했으니 전체적으로 초중반이 한 없이 늘어지는 느린 경주가 된 것이다.

두 경주의 화롱 타임을 비교해 보면 더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다.
통과거리 200 400 600 800 1000 1200 1400 1600 1800 2000
09경주 0:13.6 0:11.5 0:13.4 0:13.3 0:13.2 0:13.5 0:12.7 0:12.8 0:12.5 0:13.2
10경주 0:14.1 0:12.3 0:13.8 0:13.7 0:13.1 0:12.6 0:12.6 0:13.0 0:12.8 0:14.0

두 경주를 비교해 보면 초반 800미터 까지는 9경주의 레이스가 2초 1이나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800미터에서 1400미터 구간은 10경주가 1초 1이 빠르고 마지막 3F타임에서는 9경주가 1초 3이나 빠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9경주가 10경주보다 2초 3이나 빠른 레이스가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9경주 레이스의 힘이다. 초중반을 빠르게 끌고 가서 중간에서 조금 레이스가 느려졌지만 막판 3F구간에서 다시 빨라진 것은 10경주 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암시한다. 초중반은 선행마에 의해서 빨라질 수도 있고 느려질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서 전반부에 빠르게 질주하면서 힘을 소진한 말이 더 빨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말의 능력이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9경주는 14두나 출주해서 시종 레이스 경합이 심해서 전개도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아직 국산 2군마인 남촌파티가 3착을 하면서 기록한 2:11:2라는 기록은 다음 경주 1군 우승마 새벽동자의 2:12:0보다 기록이 앞선다고 해서 더 우수하다고는 볼 수 없다. 새벽동자는 앞선만 잡으면 되기 때문에 느린 레이스에서 전반적인 기록이 늦어진 것이다. 하지만 새벽동자가 예전에 대상경주 등 빠른 레이스에서 기록한 화롱타임이나 주파기록이 남촌파티가 기록한 2:11:2를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남촌파티가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서울 말 중에서 기대를 많이 받았으나 8착한 프리우디가 다음에도 3착한 남촌파티나 5착한 트리플세븐에 질 것인가라는 점이다. 프리우디는 선입성 각직을 가진 말이라서 초반에 앞선을 따라 붙으면서 강공을 펼쳤다. 프리우디는 뒷심이 막강한 말이 아니라서 초반에 얼마나 앞선에 붙느냐에 따라서 입상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초반에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빠른 레이스에서 약간 무리를 하게되어 직선에서 밀렸다고 봐야된다. 물론 늘어난 거리에 대한 미적응도 있을 것이다. 향후 프리우디가 편한 전개를 하게된다면 남촌파티나 트리플세븐을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전개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이익을 보는 말이 있고 손해를 보는 말이 있다. 프리우디같은 말은 대상경주같은 레이스가 빨라지고 경합이 치열한 경주에서는 손해볼 가능성이 높은 말이다. 반면 선추입 각질인 남촌파티나 트리플세븐 등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 프리우디처럼 레이스 전개가 달라졌을 경우 손해를 본 말을 잘 체크해 두면 후에 고배당의 적중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