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칼럼
탐욕을 경계하라
최고봉
|
2008-10-3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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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욕심이 있다. 부자가 되고 싶고 잘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성공하고 싶고 권력을 얻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남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명예를 갖고자 하는 욕심도 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밤새워 공부도 하고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 안 쓰면서 부단한 노력을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욕망은 숱한 실패를 이겨내고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게 인류의 역사이다.
그러나 그런 욕심이 도를 지나쳐 과하게 되면 우리는 이것을 탐욕이라고 한다. 탐욕은 욕망의 순기능이 아닌 해악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를 불황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월가의 탐욕이 미국을 망치고 세계를 망쳤다고들 표현하지만 이는 인간의 탐욕이 극한까지 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우리나라의 펀드시장이나 부동산 시장도 이성이 마비됐다고 볼 수 있다. 투기적인 거래가 판을 치면서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아올랐고 아파트 값은 서민이 죽은 후에 보험금까지 털어 넣어도 못살 정도로 올랐다. 외부적 요인이라고는 하지만 속절없이 무너지는 가격을 보면 예전 가격의 거품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탐욕은 경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탐욕에 눈먼 베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경마로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무리한 베팅을 하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나만은 예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부담 없는 돈으로 긴장과 스릴을 즐기면서 이기려는 욕심을 갖는 것은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확천금을 위해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많은 돈을 베팅하는 경우 실패했을 경우 너무 큰 상처로 남는다.
탐욕은 성공할 경우만 생각하고 실패할 경우는 외면해서 손실을 키운다. 2.0배에 한 장을 넣으면 들어올 경우 십만원을 번다. 능력마에 둘 다 일류기수라서 틀림없이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천만원을 넣으면 1분 30초 뒤에 천만원을 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십만원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일천만원을 베팅한다. 돈벌이가 너무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1.5배도 숱하게 부러지는 마당에 2.0배는 더 잘 부러진다. 안 들어올 경우 십만원만 잃으면 될 것을 탐욕이 부추겨서 일천만원을 잃고 망연자실한다. 그러고는 기수와 조교사 마주 마사회 예상가까지 싸잡아 욕한다. 기수는 잘 못 탔거나 땡겼다고 욕하고, 조교사와 마주는 그런 행위를 사주했다고 욕하고, 마사회는 관리감독을 잘못했다고 욕한다. 예상가는 말도 안 되는 똥말을 인기마로 잡아서 사람을 현혹했다고 욕한다. 이렇게 비난하면 분은 좀 풀릴지는 모르나 그래봤자 나간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탐욕은 건전한 판단과 추리마저 마비시킨다. 자신이 공부한 바로는 마필 능력상 저배당이 유력하므로 그쪽으로 베팅해야 맞지만 욕심이 앞을 가려서 배당 쪽으로 베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배당 쪽으로 간다고 해서 그말이 들어오고 안들어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당 때문에 마권조합을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한 막판으로 갈수록 본전 생각이 나서 합리적은 추리를 팽개치고 오직 본전을 찾을 수 있는 배당만 쫓는다. 경마의 기본이나 본질은 깡그리 무시한 채 오직 돈을 맞추려고 마권조합을 찾는 것이다. 탐욕에 눈이 멀어 이러한 베팅을 했을 경우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결과가 나오면 허탈해 하고 자신이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후회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사실 경마같은 도박성이 가미된 레저는 탐욕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경마라는 것이 탐욕을 기반으로 성립된 바벨탑일지도 모른다. 경주 시작 전에 돈을 딸 수 있다라는 환상이 없다면 누가 베팅을 하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환상이 깨질 경우를 항상 대비해 두어야 한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경마도 내 생각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 결과가 예측대로 안됐을 경우 내가 견딜만하게 베팅을 하고 있는지를 항상 되물어봐야 한다. 탐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우리는 경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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