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미터 마일경주가 부산을 강하게 만들었다

  • 최고봉 | 2009-05-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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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마장과 부산 경마장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서로 다른 점이 많다. 결승주로가 서울은 내리막으로 시작해서 오르막으로 끝나는 반면 부산은 시종 오르막이다. 직선주로가 서울보다 부산이 45미터 더 길어서 서울말보다 부산말이 직선에서 더 버티기 힘들다. 경주거리도 대부분은 같지만 결정적으로 틀린 것이 있다. 서울에는 1700미터가 있지만 부산에는 없고, 부산에는 1600미터 마일경주가 있지만 서울에는 없다.

특히 1700미터와 1600미터는 경주전개가 극과 극이어서 여기에 적응한 서울말과 부산말의 특징을 좌우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1700은 출발하자마자 코너가 있어 속도보다는 테크니컬한 코너링기술이 필요하다. 내주로를 뛰다보니 곡선이 가팔라서 속도를 줄이고 무게중심을 펜스쪽으로 치중해야한다. 스피드보다는 코너링기술이 중요해서 잘못할 경우 외측으로 삐져나가 사행을 하게 된다. 짧은 코너를 연이어 4개를 돌아야 하므로 인코스에 자리잡는 것이 아주 유리하다. 외곽을 돌면 돌수록 거리손실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강하게 몰아치는 말몰이보다는 힘안배와 자리잡기를 잘해야 한다. 초반 자리잡기가 아주 중요해서 게이트번호가 승패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1700에서의 입상은 마필 능력도 중요하지만 초반 자리잡기와 경주중의 힘안배 등 기수의 전개능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능력에다가 요령도 필요해서 능력은 좀 처지더라도 얍삽하게 전개를 잘 하는 말도 살아남을 수 있다.

반면 1600미터는 곡선보다는 거의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주로의 가장 긴 구간을 뛰는 것으로 뒷직선이 655미터이고 앞직선이 445미터로 1600미터 중에서 1100미터가 직선주로로 되어 있다. 따라서 1600미터에서 우승하려면 긴 직선주로를 견딜 강인한 체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뒷직선도 서울보다 길고 결승주로도 서울보다 길어서 서울주로에 적응되었던 말이 부산의 마일경주에 가면 직선에서 견디지 못하고 하위권을 맴돌기 일쑤다. 반면 부산말이 서울에 오면 짧아진 직선주로 때문에 훨씬 수월한 경주를 하게 된다.

서울주로와 부산주로의 차이점 중에서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가 결승선 직선주로가 부산이 서울보다 더 길다는 점이다. 서울은 결승선 직선주로가 400미터인 반면 부산은 445미터로 45미터나 부산이 더 길다. 더구나 서울은 내리막으로 가면서 탄력을 붙인 다음에 오르막 구간이 나오지만 부산은 시종일관 오르막 구간이다. 부산은 직선주로가 길이도 45미터 더 긴데다가 오르막 주로만 있어서 경주마 입장에서는 서울보다 부산이 두배, 세배 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부산말과 서울말의 파롱타임을 비교해 보면 부산말이 결승점으로 갈수록 힘이 더 든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같은 1000미터 거리라도 구간 타임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인다.
4월5일 서울 4경주 1000미터 SF13.8/ 2F11.6/ 3F12.5/ 4F11.8/ GF12.7 주파기록 1:02:4
5월8일 부산 1경주 1000미터 SF13.6/ 2F11.2/ 3F11.6/ 4F12.2/ GF13.5 주파기록 1:02:1
즉 서울말은 막판 4F에서 내리막에 가속을 붙여서 속도가 빨라진 다음 GF에서 느려지고,
반변 부산은 시종 구간타임이 갈수록 더 느려짐을 알 수 있다. 파롱타임이 서울은 내리막으로 직선초입을 시작하므로 빨라졌다가 느려진 반면 부산은 시종 오르막이라서 갈수록 타임이 느려지기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산은 서울보다 결승점 직선주로가 더 긴데다가 시종 오르막이라서 힘안배보다는 뚝심 있는 말이 살아 남는다. 부산은 경주주로의 특성상 요령보다는 힘이 있는 말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 부산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길고 오르막으로만 이뤄진 직선주로에서 버티지 못한 말은 모두 도태되고 만다. 특히 부산에만 있는 1600미터 경주는 서울과 부산을 통 털어서 직선주로가 가장 길기 때문에 이 경주에서 단련된 부산말이 서울말보다 우세를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자원의 말로 출발선상은 같지만 서울과 부산의 다른 경주로 구조의 차이로 인해서 마필의 경주력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같은 차이는 구조적인 문제라서 앞으로도 부산말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