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달리자

  • 최고봉 | 2009-05-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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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마공원에 다니면서 경마에 치중하느라 잘 모르고 지내는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서울경마공원에서 시행하는 무료승마강습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접수를 하고 추첨해서 당첨이 되면 완전히 무료로 승마강습을 받을 수 있다. 승마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좋은 기회라서 매번 신청자가 폭주하면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우리 경마팬들은 경마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승마에는 별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라는 동물을 단순히 베팅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더운피가 흐르는 사랑스런 동물로 대하다 보면 경주마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되어서 베팅 일변도로 흐르기 쉬운 경마중독을 치유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갈과 고삐로 말을 제어하는 법이나 좌구보와 우구보를 구분하는 등 경주마의 질주습성을 이해하는 또 다른 시각을 갖게 해줘서 경마에 대한 이해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필자도 한 십여년 전에 마사회의 무료승마강습 덕택으로 승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는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두 과정을 모두 수료했다. 말의 복대를 매고 고삐와 말 갈기를 잡고 말에 처음 올라타는 법 등 초보적인 것에서부터 좌속보와 경속보 위주로 강습을 받았다. 경마공원 과정을 모두 마친 다음에는 더 배우고 싶어서 포천으로 용인으로 사설 승마장에 다녔다. 예전 뚝섬 경마장에 있는 승마장에도 최근까지 다니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보를 내게 되었고 점점 더 승마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승마는 여러 가지로 건강에도 좋다. 말을 타는 기승자가 안장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 말이 불편하게 되고 말이 불편하면 사람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기 때문에 낙마를 하게 된다. 이처럼 승마는 말 위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운동이라서 체형 교정에 좋다. 특히 여성분들에게 더 좋다고 본다. 서양 귀부인들의 우아한 자태와 걸음걸이는 승마를 하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말이 달리면서 오장육부를 다 흔들어 주기 때문에 소화기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아주 좋다. 말이라는 동물과 교감을 하면서 부조를 통해 내가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반대로 말이 몸짓으로 하는 의사표현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말이 장난을 치기도 하고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러면서 말이라는 동물을 좋아하게 되고 경마를 관전하는데 있어서도 경주마에 대해서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결심이 서서 마사회에서 승마강습을 받으려 한다고 해도 바로 강습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사회의 무료승마 강습이 경쟁률이 높다보니 몇 번을 추첨에서 떨어져야만 가까스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재수 삼수는 기본이다. 필자도 추첨에서 몇수를 했는지 모른다. 더구나 주말에는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평일이 좀 낫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몇 번씩 추첨에서 떨어지곤 한다. 평일에 시간이 되지 않는 사람은 어렵지만 주말에 꾸준히 신청하다보면 강습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마공원 승마장에서 말을 타다가 해피빌이나 럭키빌에 와서 경마도 즐기면 좋지 않겠는가.

말이 뛰는 것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우리 경마팬들은 아마도 전생에 말이었던지 아니면 마부나 목동 등 말하고 연관된 직업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말을 단순히 달리는 기계로만 보지 않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볼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무료승마 강습 운영비는 모두 우리가 베팅하면서 낸 돈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경마팬들은 이미 승마강습 회비를 지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경마팬은 매주 승마 강습비를 내고도 강습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경마공원에 베팅만 하러 올 것이 아니라 말을 타러도 오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