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경주에서 있을 수 없는 작전 실패

  • 최고봉 | 2009-09-1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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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등록부터 5두만 등록해서 숱한 화제를 몰고 왔던 제 5회 경남도지사배 대상경주가 막을 내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를 제치고 인기 3위인 영웅만세가 우승을 해서 다시한번 경마의 의외성을 일깨웠다. 모든 사람들이 국산 외산을 통 털어서 최고의 능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아름다운질주와 개선장군 두 마리의 우승 다툼을 예상했다. 특히 아름다운질주는 전경주 외산마 대상경주인 경남도민일보배에서 우승한 말이라서 명실공히 부경 국산 외산 통합챔피언이었다. 4연승을 달리던 개선장군도 전경주는 외산마 경주에 나가 부경최강을 3마신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던 말이다.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믿고 있던 두 마리가 우승에 실패하면서 복승식 최저 배당인 1.5배가 깨지고 말았다.

강력한 우승후보 두 마리가 우승에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전개작전의 미스다. 우승후보 두 마리 다 마필 각질에 맞는 전개를 펼치지 못했다. 아름다운질주는 선행이나 선입을 하는 말이고 개선장군은 추입마다. 얼핏 보면 당일 5두가 전개랄 것도 없이 뭉쳐서 달렸기 때문에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요는 전체적으로 레이스가 아주 느렸다는 점이다. 2번마 콩커러도 선입마인데 하도 선행 나서는 말이 없으니 선행에 나서게 되고 아무도 넘어가지 않으니 시종 레이스를 주도하면서 직선주로까지 왔다. 이러다 보니 콩커러는 힘 소진이 거의 없어서 직선에서도 거의 버틸 뻔했다. 이번에 콩커러가 대상경주에서 별 착차 없이 몰려들어오면서 아름다운질주에 붙었다고 해서 콩커러가 능력이 신장된 것이 아니다. 다른 말들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망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다음 경주에서 같이 붙는다면 아마도 아름다운질주에 5마신이상 대 차이가 날 것이다.

선행마가 없어 아주 느리게 레이스가 전개되면 직선까지 오는데 힘 소진이 거의 없어 1800미터 경주가 500미터 경주를 하는 효과가 난다. 그렇다면 직선싸움에서 승패를 가리기가 아주 어렵게 된다. 즉 거리를 대폭 줄인 효과가 나오기 때문에 입상할 수 있는 말이 많아지면서 능력차가 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당일 GF타임을 보면 우승마 영웅만세가 12.2초, 2착마 개선장군이 12.0초, 3착마 아름다운질주가 12.2초, 4착마 콩커러가 12.4초로서 막판 스피드가 차이가 거의 없다. 이는 4코너까지 레이스가 느려서 모든 말들이 힘이 남아 직선싸움에서 승부를 가리기가 힘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선행 나선 콩커러가 거의 버틸 정도로 힘소진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막강한 탄력을 자랑하는 추입마 개선장군이 우승마인 영웅만세와 불과 0.2초 빨라서는 직선에서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추입마는 앞선이 죽어줘야 빛을 발하는 법이다.

이것을 기수나 조교사가 모를 리 없다. 이렇게 레이스가 느려지면 무조건 추입마도 앞선을 넘어가야 한다. 더구나 선행성 마필인 아름다운질주는 더 말해 무었하랴. 모든 말은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레이스를 운영할 때 최대의 능력이 나온다. 레이스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면 능력마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다른 말이 어부지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주에서 가장 덕을 본 말은 물론 우승마인 영웅만세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콩커러를 위한 게임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아름다운질주와 개선장군이 능력발휘를 못한 최악의 전개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어떻게 대상경주에서 모든 말이 결승점을 통과하고 힘이 펄펄 남게 뛰는가.

또 하나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게 있다. 5두만 뛰는 대상경주에 그것도 강력하게 두 마리가 팔리는 경주에서 복승식 배당이 1.0배로 시작하는 것은 맞는데 왜 중간에 배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1.7배를 터치하고 1.5배로 마감되었는지 하는 의문이다. 필자의 예상은 서서히 올라가서 1.3배 정도로 마감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중간에 1.7배로의 폭등은 설명할 방법이 없다. 쌍승식 최저배당도 개선장군 축에 아름다운질주가 3.3배로 시작되었다. 어떤 조합이든 2.0배 이하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더구나 쌍식에서는 복승식과 달리 개선장군이 축으로 팔렸다. 일부에서 개선장군이 아름다운질주를 이긴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적정배당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서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필자의 경험상 복식 쌍식 배당판에서 인기마가 약간 흔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든 경마팬들은 자신의 추리가 맞는 것에 즐거워하면서 경마를 즐긴다. 더구나 대상경주는 능력마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기 때문에 추리하기가 어렵고 그런 만큼 대상경주에서 자신의 추리가 맞으면 더욱 열광하는 것이다. 대상경주에서 전개상의 미숙으로 입상 유력마가 탈락한다면 팬들의 흥미가 반감될 것이 뻔하다. 각 레이스에서 최선의 질주가 이뤄질 때 아름다운 질주가 될 것이고 경마팬들은 이에 환호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