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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면허(license to kill)
최고봉
|
2009-11-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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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은 살인면허를 받았다.’ 김연아 선수가 지난 15일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자신의 신기록을 다시 갈아치우면서 세계신기록을 세우자 해외 언론에서 극찬의 논평을 냈다. 살인면허(license to kill)라는 말은 영화 007시리즈 중 하나의 제목에서 나왔다.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할 때 쓰는 배경음악이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이용하기 때문에 김연아를 본드걸이라고도 하고 이영화의 제목에 빗대 살인면허를 가진 여왕이라고도 한다.
살인면허를 받았다는 말은 기량이 그만큼 월등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런 뜻으로 살인면허를 해석한다면 경마에서도 살인면허를 받은 기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우승열패를 가리는 경마의 속성상 기수들이 기량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몇몇 기수들은 월등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조경호 기수는 나이가 들수록 완숙미까지 더해지고 있어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살인면허를 가진 기수라고 할 수 있다.
15일 막이 내린 제 6회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예상대로 인기 1위마였던 나이스초이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조경호 기수는 6번의 대통령배에서 무려 4번이나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정말 대통령배의 사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 될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계속 갱신해 나가고 있듯이 조경호 기수 자신만이 이 대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다.
조경호 기수는 정규 20기로 데뷔해서 통산 전적이 11월 16일 현재 2967전 457승 2착 425회로 복승률이 29.7%다. 복승률로는 박태종 기수와 동률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1년 성적을 보면 545전 109승 2착 84회로 복승률 35.4%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통산전적과 최근 1년전적 공히 복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어 명실공히 과천벌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조경호 기수의 기승술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게 특징이다. 초반부터 다부지게 모는 박태종 기수나 문세영 기수와는 다르게 마필에 무리를 주지 않고 물 흐르듯이 타는 기승술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특히 그는 큰 경주에 아주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외국과의 교류경주나 대상경주에서 더 두각을 나타낸다. 2006년 제 2회 국제기수교류 대회에서는 종합우승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천벌에는 조경호 기수만 있는 게 아니다. 주지하다 시피 조경호 기수에 버금가는 기수로는 박태종, 최범현, 문세영 기수가 있다. 이들 조경호, 박태종, 최범현, 문세영 등을 모두 살인면허를 가진 기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최근 1년 복승률은 조경호 35.4%, 박태종 33.5%, 최범현 32.9%, 문세영 30.6% 등으로 다른 기수들보다 보통 두 배 이상의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필자는 이들을 4대천황이라고 부른다. 살인면허를 가진 이 4대천황을 빼고는 과천 경마를 논할 수 없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연구하지 않고는 과천 경마 정복은 요원한 일이다. 입상을 자주 하려면 살인면허를 가져야 한다. 쉽게 말해 아무나 결승점을 1위로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 경주 4대 천황 중 한사람이 입상을 하거나 4대천황끼리 우승 준우승을 나눠 가지는 경우가 많다. 라이선스를 가진 이들의 입상 여부만 잘 연구해도 과천경마의 절반을 정복했다고 봐야 한다. 허락 받은 자만 결승점을 먼저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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