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 조교사를 위한 변명

  • 최고봉 | 2010-03-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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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고박진희 기수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경마가 진행됐다. 고인을 추모하는 동료기수들이 기승을 거부하는 바람에 19조 김영관 소속조 마필들이 대거 취소되는 등 경마가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고박진희 기수가 유서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수세계의 극심한 경쟁구조가 주는 스트레스와 19조 김영관 조교사와 연관된 폭언과 북극성에 관한 사항이다.

북극성이란 말은 박진희 기수가 아꼈던 애마다. 데뷔전부터 5연승을 박진희기수와 함께했다. 1군승군후 마틴으로 기수가 교체되었고 1군에서 마틴이 2착을 한다. 그후 박진희 기수가 기승해서 13두중 13위, 조성곤기수가 기승해서 12두중 12위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다. 그러다 히토미가 타서 4착, 1착을 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고박진희 기수는 자신이 사랑했던 애마를 다른 기수가 타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하지만 이것은 경마장에서 늘상 있는 일이어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조교까지 다 시켜놓고 다른 기수가 타는 일도 허다하다. 다만 최근에 성적이 아주 저조한 상태에서 그 상실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관 조교사는 여자 기수에 대한 편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자 기수를 타조로 기승시키는 조교사는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패전처리용으로 쓴다. 19조는 부산의 최고 명문마방이다. 서울에서 명문마방이라고 하는 집의 기수기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4천왕에다가 정기용, 함완식 등 6인 외에는 감히 얻어탈 수도 없다. 특급기수와 소속조 기수로만 운영하는 것이 명문마방의 특징이다. 그런데도 김영관 조교사는 박진희 기수에게 기회를 줬다. 그것도 승부용으로 태워줬다. 대부분의 조교사는 여자기수와 상종도 하지 않는다. 최근 박진희 기수에게 기승기회를 준 마방이 부경 30개 마방 중에서 소속조 제외하고 2개 정도다. 그것도 거의 부진마라서 착순에도 들지 못했다.

경마팬들도 여자기수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 여자기수가 타면 무조건 빼고 마권구매 한다는 사람이 있다. 조교사들도 여자기수는 대체로 기피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김영관 조교사는 여자기수에 대한 편견 없이 동등한 기회를 줬다. 여자 기수에 대한 편견이 있는 조교사는 처음부터 기회를 안주지만 편견이 없는 조교사는 똑 같은 기회를 주는 대신 여자라고 봐주지는 않는다. 남자기수와 똑같은 결과를 요구할 것이다. 여기에 부응하고 못하고는 기수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남자와 같은 능력을 보이면 된다.

조교사만 여자기수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고 마주들도 여자기수를 기피한다. 모든 마주는 자신의 말에 최고의 기수를 태우고 싶어한다. 이 중간에 낀 조교사는 소속조 기수도 기회를 줘야하고 다른 기수도 배려를 해야기 때문에 곤란한 입장에 처한다. 조교사도 마주와 기수 사이에서 접점을 찾느라 애를 먹는다. 그런 와중에서 여자 기수를 패전처리용이 아닌 승부용으로 기용하는 조교사는 거의 없다. 김영관 조교사가 북극성에 고박진희기수를 5연승후 2착할때까지 계속 태워준 것은 대단한 일이다.

스포츠에서 선수기용에 관한 문제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감독의 최선의 결과를 예상하면서 선수기용을 한다. 요미우리의 이승엽 선수가 하도 2군을 들락거려서 이제는 2군에 있는지 1군에 있는지 헷갈린다. 맨유의 박지성 선수도 벤치를 지킬 때가 많다. 그렇다고 박지성 선수가 퍼거슨 감독에게 출전시켜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아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감독이 알아서 할 문제다. 북극성 기승에 대해서 박진희 기수가 조교사에게 간절히 부탁할 수는 있어도 요구할 사항은 아니다. 더구나 원망할 사항은 더더욱 아니다.

작년에 문세영 기수가 나이스초이스로 코리안더비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6착을 했다. 그 후 그말은 경쟁관계에 있는 조경호 기수가 타고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그런 일이 있은후 문세영 기수가 모예상지와의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심정을 밝혔다. (전략) 이런 상황이나 반대의 상황은 기수라면 누구든 겪는다. 내가 못하면 빼앗길 수도 있고, 잘하면 다른 기수의 말이 내게 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기분 상하거나 소심해지지는 않는다.(웃음) 이번에 경호형이 우승했으니 앞으로 잘 탈 것이다. ‘나이스초이스’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뛰어 많이 우승해줬다... (후략)

이처럼 자신의 대표마를 남에게 뺏기는 일은 경마장에서 다반사로 있는 일이다. 이것을 극복하는 일도 기수의 몫이다. 자존심이 강했던 고박진희 기수가 북극성 문제를 잘 넘겼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경마의 속성상 경쟁체제 자체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므로 극심한 경쟁체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수들을 위해서 심리상담 센터같은 것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19조 김영관 조교사는 여성에 관한 편견이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고박진희 기수를 소속조 기수로 기용한 적도 있다. 그 후로도 고박진희 기수에게 타조기승으로 되는 말을 태워줬다. 또한 19조는 국내 최초의 여성관리사도 있는 마방이다. 폐쇄적인 경마장에서 명문마방으로서 전향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 고박진희 기수의 죽음은 안타깝기 그지없으나 김영관 조교사가 여성기수에게 잘 해준 부분마저 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폭언에 관한 부분은 김영관 조교사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해준 부분까지 구별 없이 비난만 한다면 앞으로 조교사들의 여성기수 기피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