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칼럼
경주마 육성 정책의 전환기가 왔다.
최고봉
|
2010-04-0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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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끝난 KRA컵 마일 경주는 머니카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머니카의 우승은 통합 3관 경주에서 처음으로 서울말이 우승했다는 점과 민간목장 씨수말의 자마가 우승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몰고 왔다. 특히 이번경주에서는 민간목장 씨수말의 자마가 1위에서 4위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마사회 소속 씨수말의 자마로는 볼포니의 자마인 새로운태양이 겨우 5착에 턱걸이 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혈통적으로 본다면 더더욱 기막힌 결과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머니카의 부마와 새로운태양의 부마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차이가 난다. 새로운태양의 부마 볼포니는 미국에서 G1경주 우승을 포함해서 블랙타입에서만 4승 2착 7회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말이다. 총수득 상금은 318만불이다. 반면 머니카의 부마 뉴스프린트는 11전 2승이 전부이고 그것도 클레이밍경주에서 거둔 것이 전부다. 총수득상금은 겨우 1만3천불로 볼포니와 무려 300배의 차이가 난다.
뉴스프린트의 자마 중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선봉불패도 있어 마사회에서 들여온 고가의 씨수말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다른 민간목장 씨수말 캐피털스팬딩은 2위마 트리플신화와 4위마 포리스트윈드를 배출한 말이라서 앞으로 민간목장 씨수말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말도 총상금이 미국에서 겨우 10만불로 12전 2승 2착 4회하는 동안 블랙타입 입상은 한번도 없다.
이렇듯 민간에서는 성적은 떨어지지만 혈통적으로 잠재력이 있는 씨수말을 도입해서 아주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마사회에서 도입한 고가의 씨수말들은 온갖 지원을 받아가면서 최고의 씨암말들과 교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형편 없는 결과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마사회 씨수말은 자랑할 것이 말값 비싼 것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머니카의 모마를 보면 더욱 기가 찬다. 머니카의 모마는 피노키오인데 이말은 5전 1승이 전부인 말이다. 겨우 국산 6군을 벗어나서 5군에서 한계를 보이자 퇴사시켜 씨암말로 전환한 말이다. 만약에 뉴스프린트가 마사회 고가의 씨수말처럼 좋은 암말과 교배를 할 수 있었다면 머니카 선봉불패보다 더 뛰어난 자마를 배출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열악한 조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민간목장의 씨수말 도입이 활성화되려면 종부료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마사회가 무료로 종부를 시켜주는 시스템에서는 자율적인 경쟁체제가 이뤄지기 어려워서 어찌보면 마사회가 앞장서서 민간목장에 씨수말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세농가지원이 문제라면 해마다 우수한 씨수말로 판정될 경우 종부료를 마사회에서 농가에 무상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마사회 씨수말과 교배하나 민간목장 씨수말과 교배하나 무료로 똑같지만 민간목장 입장에서는 마사회로부터 농가 대신 종부료를 받을 수 있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찌보면 편법이라서 궁극적으로는 시장원리에 의해서 종부료를 내고 교배를 해야할 것이다. 당연히 무료교배는 없어져야 종부산업이 살 것이다.
앞으로 말 산업이 커지려면 마사회가 주도하던 경주마 육성사업에서 손을 떼고 민간의 경쟁체제를 유도해야 한다. 전국의 마사회 목장을 별도 법인체로 독립시키든지 민간에 불하하는 방법으로 자생력을 키우고 자율경쟁을 시켜야 한다. 말 산업의 태동기에는 마사회가 직접 투자를 하면서 이끌어갈 필요가 있으나 이제는 규모가 커지고 기반이 갖춰지기 시작한 터라서 외려 마사회가 마필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번 KRA컵 마일 경주가 그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KRA컵 마일 경주를 계기로 국산마 생산정책을 한국마사회라는 거대한 공기업이 중심이 되어 끌고 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순발력 있는 민간목장에 맡기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마사회에서 직접 고가의 씨수말을 도입해서 교배를 시켜줄 것이 아니라 씨수말 도입과 교배를 민간에 전적으로 맡기고 한국마사회는 간접적인 지원을 하는 체제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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