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도 한국축구처럼 될 수 없는가

  • 최고봉 | 2010-06-1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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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유로 2004 챔피언이자 피파랭킹 13위인 그리스를 피파랭킹 47위인 대한민국이 대 차이로 따돌렸다. 2대 0이라는 경기 결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을 지배하고 리드했던 경기내용이었다. 이제는 한국 축구가 장신의 유럽선수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유럽을 가지고 놀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신세대들은 체력적으로도 서구에 뒤지지 않지만 정신적으로도 즐길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기 내내 여유가 있었고 태극전사의 얼굴표정은 밝고 진지했다.

예전의 우리는 체력 싸움에서 밀리고 기술에서도 뒤져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정신무장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라운드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뛰던 선수들이 투지만으로 안되던 것이 개인기였다. 문전에서 어이 없이 먹던 골 장면에 얼마나 허탈했던가. 바로 그 모습을 우리가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상대로 연출했다. 박지성이 수비수의 패스를 가로채서 드리블을 하고 수비수 두명이 달라붙으면서 태클까지 했으나 피하면서 최종적으로 골기퍼까지 속이면서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과거 우리가 분통터지게 당하던 모습을 역으로 재현한 것이다. 한국이 이제는 더 이상 변방의 축구가 아니고 세계 중심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 일대사건이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뱅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먼저 보여주었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나 피겨의 여왕 김연아 선수 남자 1만미터 경주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는 전세대와 달라진 신세대를 보면서 감격했다. 체력적으로 꿀리지 않는 당당함과 정신적으로 주눅이 들지 않고 이어폰을 끼고서 경주를 기다리는 모습 등은 모든게 열악했던 시절 정신무장을 강조하던 비장한 표정의 국가대표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선배세대가 각고의 노력으로 이들을 키워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얼뜨기 촌놈으로 데뷔한 후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후대를 위해 투자한 결실이 이제 나타나는 것이다. 1954년 6.25전쟁을 치른 후 신생국 대한민국이 처음 월드컵에 출전할 때 우리선수들은 미군 군용기를 빌려타고 가까스로 게임 하루전날 개최국 스위스에 도착했다. 실력도 모자란 선수들이 60시간의 긴 이동시간으로 피로한데다 시차도 적응하지 못한채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헝가리에 9대 0으로 패한다. 그리고 터키에 7대 0으로 패배하고 귀국선에 올랐다. 갈 때는 비행기라도 얻어 탔지만 패배하고 올 때는 몇 달에 걸쳐서 배를 몇 번 갈아타고 귀국했다는 남루했던 시절이었다.

흑백텔레비전도 귀하던 시절 김일의 박치기와 이회택 선수가 출전했던 축구 국가대표팀 경주가 있는 날이면 텔레비전 있는 집 마당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당시 모든 선수들은 결혼만 하면 은퇴했다. 사람들은 결혼하면 기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하니 아마츄어만 있던 시절이라서 운동으로는 생계를 책임질 수 없어 모든 운동선수들이 조기 은퇴한 것이었다. 그후 프로리그가 생기고 외국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한국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과천본장에 한국마사회가 전시하는 경마 60년사를 둘러보면 예전 경마계의 환경은 우리 축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마사회는 주장하지만 베팅규모와 시설등은 커졌을지 모르나 경주마와 경주편성 부분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최하위인 파트3 수준에 머물러있다. 쉽게 말해 경마후진국이요 세계 경마계의 변방이다.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세계수준에 한 참 못미치는 것이 몇 개 안되는데 그 중에서 경마가 들어간다는 것은 시행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일본보다 홍콩보다 못한 경마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해방후 모든 분야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는데 경마만 기형적으로 매출은 성장했으나 질적 성장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경마도 외형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으로 목표를 수정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경마가 한국축구와 같은 수준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