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초의 승부

  • 최고봉 | 2011-05-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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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를 보통 선행마 놀음이라고도 한다. 이말은 그만큼 경마에서 선행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상징하는 말이다. 경마는 초반 기선을 제압해서 경주를 자기 페이스대로 이끄는 선행마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까닭에 통계적으로 봐도 선행마의 입상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경마팬들은 선행마만 잘 분석해도 승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선행마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 하지만 앞선에서 레이스를 주도한다고 해서 다 같은 선행마가 아니라서 강한 선행마인지 약한 선행마인지를 잘 구분해야 한다. 약한 선행마와 강한 선행마가 만났을 경우 표면상으로는 같은 순발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약한 선행마는 강한 선행마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어 졸전을 펼치고 인기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보통 선행마의 빠르기를 구분할 때 초반 SF 타임을 기준으로 한다. 발주후 200미터까지를 나타내는 start furlong이 1400미터까지의 경우 보통 13.5초 정도면 빠른 선행이고 14.0초가 넘어서 선행에 나설 경우 느린 선행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으로 나타난 스타트 타임만 가지고 분류하는 것이라서 누가 강한 선행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발주직후 기수가 선행을 받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대부분의 선행마는 1400미터까지의 경우 7초 이내(발주후 약 100미터 이내)에 선행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서 별 다른 추진 없이도 순발력이 좋아서 선행을 쉽게 받는다면 순발력이 아주 좋은 말이다. 필자는 이것을 강선행마라고 부른다. 반면 강하게 밀어서 선행을 받되 7초 이내에 선행을 받는다면 나름 순발력이 있는 중선행마로 분류한다. 발주후 7초를 넘기고 간신히 선행에 나서는 경우 이를 약선행마로 분류한다.

같은 13.5초의 스타트 퍼롱을 기록했다고 해도 강하게 밀고 선행을 받았느냐와 잡고서만 선행을 받았느냐에 따라서 선행력이 다르다. 따라서 복기를 할 경우 초반에 강하게 밀고 있는 시간이 어느정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강한 추진을 하는 구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기수의 기승자세에 있다. 기수가 강하게 말을 추진하려면 무게중심이 안정적이어야 하므로 초반에 강추진을 할 경우 엉덩이가 안장에 붙게 된다. 그러다 선행에 성공할 경우 엉덩이를 들게 되는데 이때까지의 시간을 체크하면 된다.

5월 1일 일요일 마지막 11경주에서 3착한 6번마 로즈라인은 선입형 마필이다. 그런데 최근 선행으로 두 번 승부를 했으나 결과가 아주 상이하게 나와서 좋은 공부재료가 된다. 2월 26일 경주에서는 그랜드퍼스트가 선행에 나설 때 로즈라인의 원정일 기수가 초반 7초만 밀어보고는 선행에 못나서자 선입으로 전개하면서 머리 차이 2착에 댔다.

그 다음 3월 26일 경주에서 로즈라인은 또 그랜드퍼스트와 만났다. 이번에는 조경호 기수 안장이라서 강한 인기마로 팔렸다. 이경주에서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조경호 기수가 전과 다르게 강한 선행작전을 펼쳤다. 초반에 무려 13초 동안이나 그랜드퍼스트와 선행경합을 하였다. 거의 200미터 구간을 둘이 전력질주하면서 경합을 하고도 선행에 성공하지 못해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결과 초반 오버페이스로 인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7착에 그치고 말았다.

그 다음 5월 1일 경주에서는 초반에 별다른 추진 없이 잡고만 나오고서도 13.5초의 스타트 타임이 나와 순발력이 훨씬 좋아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초반 무리하지 않고 편하게 선행을 받은 결과 거의 버틸 뻔 했다. 이경주가 이말의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주라고 할 수 있다. 편한 선행에다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레이스를 주도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걸음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경마분석에서 선행마의 선행능력을 파악해서 서로 비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같은 SF타임이라도 초반 기수의 추진 여부에 따라서 내용상으로는 아주 다른 선행능력을 보일 수가 있다. 동영상으로 경주분석을 할 때 반드시 강추진을 했는지 잡고 나왔는지를 잘 체크해야 된다. 하위군에서 연전연승하는 선행마가 SF타임이 좋더라도 그동안 강하게 추진하면서 선행을 받던 말이라면 승군전에서 선행에 못나서고 탈락하며서 고배당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복기할 때 강선행마인지 약선행마인지를 잘 구분해 놓으면 약선마가 인기를 끌 때 빼고 고배당을 노리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