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바꾼 말 잘못 바꾼 말

  • 최고봉 | 2013-05-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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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말도 많은 곳이 말이 뛰는 경마장이다. 연초에 마사회에서 경마장에서 사용하는 말을 많이 바꾸었다. 말에 대한 말이 많이 바뀌면서 경마팬들이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워했으나 합리적으로 바뀐 용어가 많아 대체로 새로운 용어가 무리 없이 쓰이고 있다.

그동안 어려운 일본식 한자어로 된 경마용어 때문에 도대체 무슨 뜻인지도 모르던 용어가 많이 순화되었다. 장제를 말굽관리로 장제사를 말굽치료사 등으로 교체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오래전에 구제역이란 병이 창궐했을 때 도대체 구제역이 무슨 병인가 고개를 갸우뚱했던 적이 있다. 발굽달린 동물들에 생기는 병이란 해설을 듣고 한자투의 어려운 용어를 많이 고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이유로 당세마를 0세마로 윤승을 원형돌기로 모색을 털색으로 부조를 신호로 교체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런데 이미 친숙한 용어로 굳어진 기수를 선수로 교체한 것은 너무 과한 느낌이다. 발표시 교체가 아니고 병용을 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변경된 용어만 강요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말을 탄 선수를 구분해 부르는 jockey라는 용어가 따로 있고 기수라는 말은 언중이 이미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말이다. 그 말뜻이 한자어로 되어 어렵다거나 무엇을 가르키는 것인지 모를 경우에는 용어를 쉽게 바꾸는 것이 좋으나 기수라는 용어는 장제사 당세마 등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굳어지고 쉽게 받아들이는 용어까지 교체한다면 이건 언어순화의 기능이 아니라 언어생활에 혼란을 주는 역기능이 우려된다.

더구나 기수를 선수로 하고 조교사를 감독으로 하면 기수가 자율성 없이 감독의 지시를 받아 역할을 수행하는 부정경마의 뉘앙스도 풍긴다. 감독과 선수라는 용어는 상하관계를 의미하고 명령과 복종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경마에서 조교사와 기수는 엄연히 별개의 개인 사업자이고 서로 계약에 의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대등한 관계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유행하는 갑을관계라고 볼 수도 없다. 잘나가는 특급 기수를 한번 태우기 위해서는 조교사들이 미리미리 예약하고 부탁을 해야하는 처지이다. 이를 감안할 때 조교사와 기수를 한집단 내에 상하관계를 지칭하는 감독과 선수라는 용어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참에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조를 팀으로 바꾼 것이다. 원칙적으로 둘 다 현실에 맞지 않는 용어다. 각 마방은 어디까지나 마사회와 연관이 없는 독립된 개인 사업체이다. 1조에서 54조까지 줄을 세우든 1팀에서 54팀까지 줄을 세우든 모두 마사회의 하위소속기구처럼 보인다. 예전에 모두 마사회 소속의 직제였던 의식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아직도 각 마방을 독립된 기구로 보지 않고 마사회 소속 하위부서쯤으로 여기는 발상이다. 번호순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아직도 조교사협회를 독립기구로 인정하지 않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각조를 팀으로 교체한 것도 한자어를 영어로 바꾼 것에 불과해서 그리 잘한 것도 아닌데 팀의 수장을 팀장이 아닌 감독으로 부르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각조를 팀이라고 했다면 팀의 수장은 팀장이 되어야 하고 팀소속 직원인 관리사는 팀원으로 고쳐야 어법에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각마방을 하위조직 취급하다 너무 미안해서 팀장이란 용어를 안쓰고 감독이란 용어로 격상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주행심사를 능력검사라고 한적이 있었다. 능검결과와 신마의 데뷔전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에 경마팬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이를 주행조교검사로 고쳤다. 한동안 이용어를 쓰다가 조교도 빼고 주행심사로 용어를 고쳤다. 경마팬들은 아직도 능검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주행심사에서 신마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하는 염원이 깔려있어서다. 그래서 주행심사 기준 기록을 1초정도 더 단축하라고 요구한다. 주행심사에서 능력은폐를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능검이라는 용어를 지지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체는 어떻게든 주심을 주행만 테스트하는 것으로 한정하려고 한다. 주심결과와 실전과의 괴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말에는 그속에 담긴 속뜻까지 있어 용어를 선택하는 데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할 것이다. 또한 어떤 말을 바꾸는 데는 언중의 지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연초에 교체한 26개 용어 대부분은 정말 잘 교체해서 상을 줘야할 사항이다. 사람들도 아주 편리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병용하기로했으면서 실제로는 강요하는 몇 개 용어는 그 취지와는 달리 언어생활에 혼란을 주고 있다. 병용기간이 끝나고 마사회가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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