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주를 짜고 친다는 음모론

  • 최고봉 | 2013-06-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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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conspiracy theory이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런 단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 저변에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엔 절대 우연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이 엿보인다.

음모론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9.11테러의 미국조작설, 아폴로11호 달찰륙 연출설 등이있다. 한때 인터넷에 루스체인지라는 다큐멘터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9.11테러의 배후는 미국이라고 주장하는 그 영화에서는 비행기 충돌로는 그 거대한 빌딩이 무너질 리가 없고 내부에서 폭파장치를 작동시켜야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아폴로 11호 달착륙 사진에 진공상태의 달에서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고 음모론자들은 아폴로 11호는 달에 가지 않았고 모든 사진이 세트장에서 연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후 NASA는 그사진만 사진빨을 잘 받게하려고 깃발위에 철사를 넣었다고 시인했다. 나머지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렇듯 음모론의 주장은 일견 합리적인 것도 있고 아주 드물게 후에 진실로 밝혀지는 것도 있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온갖 루머가 횡행하는 경마장에서도 음모론은 활개를 친다. 음모론은 좋아하는 사람들의 견해로는 모든 경주가 조작된다고 주장을 한다. 기수는 말 위에서 쇼를 하는 것이고 들어올 말은 이미 다 정해져 있다는 식이다. 갈말 안갈 말이 미리 정해지고 각본에 선행 나갈말이 따로 있어 모든 사람이 선행마로 지목한 말은 늦발을 하거나 낙마를 한다는 것이다.

간혹 터지는 경마부정 사건은 이러한 음모론자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킨다. 나중에 보니 어떤 특정 경주가 기수들에 의해 조작되었던 것이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음모론자들은 거의 전경주의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본인이 적중하지 못했을 경우 그 경주가 조작됐다고 입에 거품을 문다. 하지만 본인이 적중을 했을 경우는 원래는 못 맞출 것을 경주가 조작된 덕분에 자신이 적중할 수 있었다는 말을 안한다. 거봐 내가 이거 한방뿐이라고 했잖아라고 본인 능력을 자랑한다. 극과극의 모순이다. 희한하게도 자신이 틀린 경주만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승복하지 못한다.

음모론적 시각으로 접근하다 보면 마필능력보다 승부의지를 많이 연구하게 된다. 어떤 말의 능력이 그경주에서 될지 안될지를 연구하는 것보다 어떤 조교사나 기수가 승부를 할지 안할지를 연구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많이 쓴다. 게다가 연대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조교사나 기수가 친한 집단이 따로 있어 끼리끼리 밀어주고 끌어준다는 주장을 한다. 실제로 이 개념을 예상에 적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접근할 경우 향후 입상마 추리를 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다는 점이다. 승부의지라는 것을 어떻게 연구한단 말인가. 말 그대로 안가면 그만인 것이라서 그 사람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걸 연구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다. 만약에 경주가 조작된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완전한 정보가 있어야만 그것을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돈 되는 정보가 아무 댓가도 없이 시중에 흘러다닐 리가 만무하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역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설령 경주를 짠다 하더라도 능력이 안되는 말을 가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마필 능력을 철저히 연구해서 안되는 말만 제외해도 입상마를 가려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마필능력을 연구하는 방법은 경주가 능력대로 되든 조작으로 되든 상관 없이 적중을 할 수 있으나 승부의지를 연구하는 방법은 실체도 모호하고 적중도 어려워 괜히 적중률만 떨어질 뿐이다.

경주결과가 조작됐다고 보는 음모론은 이해할 수 없는 복병마가 입상하거나 강축이 빠졌을 경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경주는 들어올 만한 말이 입상하고 빠질만한 말이 빠진다. 어쩌다 한 두 경주 이해가 안된다고 해서 전경주를 음모론에 입각해서 분석하다 보면 자신의 경마실력만 떨어질 뿐이다. 경주가 조작됐다고 남 탓하기보다 더욱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적중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음모론은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 이익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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