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의 보리고개

  • 최고봉 | 2014-06-0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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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고개는 지난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을 가리키는 말이다. 농가생활에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운 고비라서 춘궁기(春窮期), 또는 맥령기(麥嶺期)라고도 한다. 쌀고개는 없고 보리고개만 있는 것은 보리를 수확한 다음 벼가 익는 가을까지는 대략 4개월로 기간이 짧아 문제가 없으나 가을 추수를 하고 기나긴 겨울을 지나 보리가 여물기까지는 대략 8개월이 소요되어 그동안 식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마장의 마필수급에도 보리고개가 있다. 작년에 데뷔전을 치른 신마중에서 능력마들은 모두 상위군으로 올라가고 새로 들어오는 신마는 아직 데뷔전을 치르기 전인 5,6월이 경마장의 보리고개다. 이때가 되면 하위군 경주는 극심한 마필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상위군으로 승군할 말은 이미 다 올라갔고 능력이 떨어지는 3세마와 능력부진한 4,5세마끼리 패자부활전을 치르는 경주가 대부분이다.

서울의 경우 국산6군 5군과 혼합4군 대부분의 경주가 부진마 편성으로 짜여진다. 마필능력의 우열이 잘 가려지지 않기 때문에 고배당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보여준 능력이 거의 없고 다 고만고만해서 경마팬들이 경주를 추리하기도 매우 어렵다. 이 때가 경마팬이건 예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건 적중률이 떨어지는 시기라서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부진마경주에서는 축마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하도 말이 없다 보니 착순이라도 들고 특급기수가 타면 강한 인기를 끌 경우가 많다. 5월 25일 3경주는 총9두가 출주하고 최저배당 조합으로 6번마 커피타임(문세영) 4번마 요동특급(이쿠)이 팔렸다. 커피타임은 5전 0/1의 전적으로 1000미터에서 겨우 2착한 번 한 말이었고 요동특급은 7전 0/0의 전적으로 전전경주 3착한번 한 말로 이쿠기수의 거품이 있었다. 문세영 기수의 커피타임은 카바나여신(종현)의 선행에 밀려 외곽을 돌다 5착을 했다. 인기순위 1,2위마 둘 다 빠지면서 고배당이 나온 경주였다.

이런 부진마 경주에서는 축마가 있다고 하더라도 후착후보가 모두 변마급으로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다. 1위마는 대차이 압승을 거두고 후위그룹은 멀리 떨어져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인 결과 복병이 입상하면서 고배당이 나온다. 5월 25일 2경주 혼4군 1200미터 경주에서 우승한 바다질주는 7전 0/1의 전적이지만 최근 두 번의 경주에서 걸음이 터진 말이라서 대차이 우승을 했다. 하지만 후착은 8마신 떨어져 11전 0/0의 부진마 2번마 단기천리가 코 차이로 간신히 들어왔다.

보리고개 부진마 경주의 특징 중 하나는 기습선행으로 고배당을 터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동안 편성이 강해서 납작 업드려 눈치만 보던 말이 편성이 약해진 틈을 타서 갑자기 선행으로 일순하면서 고배당을 자주 낸다. 5월 31일 2경주 국6군 1200미터에서 인기 7위인 38조의 3번마 동방태양(7전 0/0)이 최근 5전동안 선행에 안나서다가 편성 약해지고 인코스 내려온 틈을 타서 기습선행으로 2착을 했다. 앞에 말한 5월 25일 3경주 카바나여신(9전 0/0)도 기습선행으로 버티면서 고배당을 낸 경우이다.

보리고개의 또 다른 특징중 하나는 외산마의 자원이 국산마보다 더 부족해서 혼합4군 경주가 편성이 아주 약해지고 출주두수가 적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산마가 대거 혼합군 경주로 진출해 입상에 도전하면서 혼전이 많아진다. 이 경우 약한 국산마가 과도한 인기를 끌고 입상에 실패하면서 고배당이 나오기도 한다. 5월 25일 2경주의 1번마 프레시캣은 4전 1/1로 전적은 화려하지만 국산5군 1000미터에서도 덜미 잡힌 말이라서 막판에 덜미를 잡히면서 고배당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처럼 경마장 보리고개인 5,6월에는 의외의 결과가 속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잘 해야 한다. 능력마가 아닌 인기마가 축으로 팔릴 경우 과감하게 축을 부러뜨리고 고배당을 노려야 하고 그동안 숨죽여 있던 기습선행마를 잘 찾아 배당을 노려야 한다. 혼합군에 국산마가 많이 포함될 경우 과대평가된 국산마를 가려내야할 것이다. 보리고개의 특징을 잘 파악해서 미리 준비하면 승리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