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팅 제도와 승부의지

  • 최고봉 | 2015-04-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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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예상지에는 승군착순이라는 것이 있었다. 승군착순은 각 마필이 몇착을 하면 승군하는 지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것은 승군에 걸린 말이 더 좋은 조건의 승부타이밍을 찾기 위해 승부를 기피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알고자 하는 경마팬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었다. 레이팅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는 승군 착순이 의미가 없게 되어 마사회홈피와 전예상지에서 자취를 감춘 전설이된 분석틀이 되었다.

과거에는 부중 높은 말이 승부를 기피하는 경우가 있었다. 승부를 피하다 보면 별정이건 핸디캡 경주에서건 서서히 부중이 내려가 승부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레이팅 제도하에서는 입상에 실패했다고 해서 바로 레이팅을 낮춰주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말의 능력이 하향세를 보일 경우에만 겨우 1정도 레이팅을 찔끔 낮춰준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레이팅이 높아 과부중을 받은 말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강공으로 승부할 경우가 많다.

4월 5일 8경주 12번마 베스트런은 100점이하의 2등급 경주에서 레이팅이 100이었다. 당연히 최고의 부중인 58.5kg을 달게되어 부중이 전보다 +3.5kg 늘었고 최외곽 12번 게이트라서 초반에 인기 4위정도로 덜 팔렸다. 예전 같으면 이런 말이 과부중으로 두 번 정도 고전하면 핸디캡이건 별정경주건 부중이 내려가지만 새로운 레이팅제도에서는 전경주 우승마가 한번 저조한 성적을 낼 경우는 레이팅 변동이 없다. 적어도 세 번정도 바닥을 쳐야만 지속적인 마필 능력 하향세로 간주해서 레이팅을 찔끔 내려준다. 그러니 부중을 낮게 받고 싶으면 차라리 연속 입상으로 레이팅을 올려 1군으로 승군하는 것이 부담중량 면에서는 더 유리한 전략이다. 발주가 되자마자 강하게 밀어서 대각선으로 선행을 빼앗고 시종 레이스를 주도한 후 2착으로 버텼다.

최근 베스트런이 선행승부를 한 적이 없었던 말인데도 58.5kg의 최고부중에 최외곽에서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선행을 받아 모두 놀랐다. 하지만 새로운 레이팅 시스템하에서는 바닥을 쳐도 레이팅 100이 유지되어 2군에 있는한 다음경주도 최고부중인 58.5kg을 받게된다. 베트스런 입장에서는 차라리 강공으로 3착이라도 들어 레이팅 1이라도 올려 1군으로 가면 최저부중인 51kg을 받을 수 있어 부중면에서는 강공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전략이다. 과부중이라고 탐색을 해봤자 레이팅이 쉽게 안내려가니 계속 과부중으로 고전할 게 뻔하다. 그러느니 빨리 3착내라도 들어 상위군으로 승군해서 부중이 대폭 내려가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베스트런은 2착으로 승군하면서 레이팅이 102가 되었고 다음 1군에서 출주할 때는 1군조건이 101점 이상마들이라 아마도 최저부중인 51kg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경주보다 무려 7.5kg이나 덜 받게된다. 이러니 과부중마가 예전과 덜리 오히려 더 승부의지가 높을 수 있다. 예전에는 과부중에서 마필을 보호한다고 승부를 기피했으나 이제는 과부중에서 마필을 보호하려면 강승부해서 승군해야 부중이 내려간다.

반면 레이팅이 낮은 말의 경우 성적이 저조하면 하위군으로 강급하게 되어 부중이 대폭 증가한다. 2등급에서 81의 레이팅으로 최저부중인 51kg을 달던 말이 계속 성적이 저조해서 레이팅이 80으로 내려가 3등급으로 강급이될 경우 3등급의 최고부중인 58kg의 부중을 달 가능성이 높다. 잘못 강급될 경우 영영 입상 기회가 없을 수 있어 레이팅이 작은 말들도 하위군으로 안떨어지려고 강승부할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승군전 탐색이라는 것도 많이 회자되었다. 예전 시스템에서는 승군할 경우 부중이 거의 같거나 심지어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레이팅제도 하에서는 월등한 능력으로 승군하더라도 상위군에서는 레이팅이 상대적으로 낮아 부중이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어떤 말이 승군할 경우 부중조건이 더 좋아져서 승군전에도 계속 승부하는 경우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처럼 레이팅 제도는 예전보다 마필의 승부의지를 더 높이는 좋은 제도다. 레이팅 제도 하에서는 예전의 분석틀인 과부중에 의한 마필보호차원의 승부기피나 승군전 탐색 등이 의미가 없다. 레이팅이 높은 말이든 낮은 말이든 승군마든 모두 강승부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경주가 박진감이 넘치고 배당도 많이 나올 것이다. 경마팬들도 새로운 경주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대응한다면 앞으로 승리하는 날이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