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에서 멈추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다. 명예와 승수는 과정일 뿐이고 계속 달리고 싶다."
함완식 기수
소속조: 52조 (김동균)
생년월일: 1978/01/01 (38세)
데뷔일자: 1998/06/15
기승중량: 53kg
통산전적: 4831전(603/597/547/533/432) 승률: 12.5% 복승률: 24.8% 연승률: 36.2%
최근 1년: 368전(49/56/43/44/23) 승률: 13.3% 복승률: 28.5% 연승률: 40.2%
고 - 600승을 달성했다. 경주 내용과 느낌은 어땠나.
함 - 31조의 '클린업천하'와 함께 600승을 기록했다. 장거리 경주였기 때문에 굳이 선행을 나가려 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마필의 상태가 워낙에 좋다보니 벌써 선두권에 나가있었다. 미리 세워둔 작전대로 경주를 풀기 위해 힘안배에 들어갔다. 생각대로 초반 '황금탑'의 이상혁기수가 선두권에 치고 나갔다. 첫코너를 지나고 직선주로가 나왔다. 이때쯤에 박을운기수의 '치프레드캔'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서둘지 않고 참으며 '치프레드캔'을 기다렸다. 꼭 넘어 올 것이다. '황금탑'과의 거리도 유지해야 했고 넘어오는 '치프레드캔'도 기다려야 했다. 계속 곁눈질로 상황을 살폈다. 아니나다를까 3코너에 들어서기전 박을운기수의 '치프레드캔'이 외곽에서 튀어 나가 선두권을 장악했다. 더이상 진로 방해할 마필은 없었다. 3코너를 추진 타이밍으로 잡고 추진을 시작하며 '황금탑'의 외측 옆에서 '클린업천하'에게 추진 신호를 보냈다. '클린업천하'는 내 신호에 맞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황금탑'을 넘어섰고 '치프레드캔'을 넘어서며 '언비터블'의 추격을 뿌리쳤다. 기다리던 600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경마팬들의 기대보다 늦은 600승이었던터라 세레모니도 할 수 없었고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며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기뻤지만 600승이라해서 더욱 기쁜것은 아니고 항상 모든 우승은 너무나 기쁘다.
고 - 500승때는 두달이 걸렸고 600승도 쉽진 않았다.
함 - 미신을 믿진 않는다. 아홉수 때문에 유난히 더 늦은 승수를 기록한 것은 아닌듯 하다. 물론 600승도 행복하다. 하지만 500승은 다른 느낌이다. 신인시절의 내 꿈이었다. 100승을 채울때마다 드는 느낌은 매번 다르다. 특히 500승이었을때는 눈시울을 붉힐 정도였다. 그럴수밖에 없던 것이 신인때 첫 꿈이 500승이었고 도중에 부상을 당했을때는 '과연 내가 이래서 기수생활을 하는 동안 500승을 할수 있을까.'하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고 꿈과 목표의 기준점이 항상 500승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500승에 가까워지며 느꼈던 감정은 꿈에 다가가는 설레임보다는 다가갈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더 많았다. 모든 승수가 과정이지만 500승 만큼은 조금은 특별하다.
500승은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대기실에 들어와 얼굴을 닦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가족들 생각이 났고 어린 후배들 생각도 나면서 신인시절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갔다. 나도 저런 신인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덧 500승까지 올라왔구나, 하며 뒤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자존감도 좀 생기는 것 같고 책임감도 투철해졌다.
600승은 또 달랐다. 한달여의 기간동안 많은 팬분들의 질책이 있었다. 죄송스럽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질책도 질책이지만 600승을 힘차게 응원해주시고 큰 인기가 아니었던 마필에 기승할때도 배당이 떨어지면서 나를 믿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나이를 먹고 기수생활도 고참이 되어가면서 팬들께 잊혀지지않고 질책이든 환호든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600승은 하루라도 빨리 팬들께 보답해드려야 된다는 생각이 컸고 늦었지만 이룰 수 있어 좋았다.
고 - 지난해 영예기수에 선정 되었다. 조교사 면허에 관심이 있는가.
함 - 아직은 조교사 면허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언제까지나 기수이고 싶다. 작년에 영예기수에 신청한것은 조교사 면허를 위한 것이 아니고 팬들께 인정 받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과연 경마팬분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알고 싶기도 하고 영예기수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에 두려웠지만 거리를 몸소 느끼고 싶었다. 꼭 당장 되고 싶었던건 아니다.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얼마만큼 달려왔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좋은 점수를 매겨 주셨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기수가 좋다.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생길지는 몰라도 조교사를 목표로 기수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뛸 수 있는한 기수만 했으면 좋겠다.
고 - 올해 다시 계약기수로 전향했다.
함 - 지난해 마필 기승이 상당히 힘들었다. 체중 문제이다. 레이팅 제도로 바뀌면서 핸디캡 경주가 많아지고 승군하는 마필들의 부담중량이 낮아졌다. 적정부중이 53kg이었던 나로서는 51~52kg의 부중을 달고 뛰어야하는 마필들에 기승하기 힘들었다. 단순히 체중을 1~2kg 줄여서 기승 할수는 있다. 하지만 내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에는 벅차다. 그 1kg을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은 사실이다. 두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해본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레이팅 제도의 피해자중 한부류가 53kg대의 기수들이 아닐까 한다. 마사회에서 파트2로 올리기 위한 정책이니 할말은 없다.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할 뿐이다.
작년에 힘들었던 기억으로 올해는 계약을 맺었다. 프리기수나 계약기수의 장단점은 많이 아실 것이다. 기승 두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약간 편해졌고 심리적으로도 훨씬 부담이 적어졌다. 거기에 따르는 성적은 중요치 않다. 기승 두수가 많으면 당연히 확률은 높아지겠지만 기수 두수가 적더라도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성적도 자연히 따라 올 것이다.
고 - 최근 가장 애착이 가는 마필이 있다면.
함 - 최근 2두의 마필을 말씀드리고 싶다. 31조의 '클린업천하'와 '클린업조이'이다. 두 마필 모두 유난히 애착이 가고 사랑스럽다. 두 마필을 굳이 비교하자면 성격을 들 수 있겠다. 같은 컨디션일때의 두 마필 능력은 분간 할 수 없다. 수말들이고 성격은 뚜렷하게 다르다.
먼저 '클린업천하'는 남자답고 힘이 좋다. 안좋았던 뒤가 좋아지면서 발주도 좋아졌고 스피드가 살아났다. 그에비해 '클린업조이'는 여성적인 면이 있다. 민감한 성격이고 샤프하면서도 뛰는게 날렵하다. 작년 그랑프리에서 아쉽게 졌지만 실수로 진것이 아니고 최선을 다했기때문에 5세때 보자하는 생각으로 칼을 갈게 되더라. 두 마필중 더 마음에 드는 마필을 고르라면 고를 수 없다. 두 마필 모두 좋은 말들이고 똑같이 애착이 간다.
고 -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함 - 검빛경마에 처음으로 내 생각을 밝히고 싶다. 내년에는 부산경마장으로 내려갈 생각도 하고 있다. 아직 기수로서 여러가지를 경험해보고 싶고 좀 더 나를 성장 시키고 싶어서이다. 정확한 것은 시간이 좀 흘러봐야 알겠지만 지금의 계획은 그렇다.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기수로서 항상 꾸준히 성실하게 맡은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고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함 - 외국의 경마장 풍경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대상경주는 그렇지 않아도 일반경주에서는 인기마가 깨지든 복병마가 들어오든 관심 없이 개인적으로 즐기기만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경주 한경주 모든 경주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많은 경마팬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모든 경주와 모든 기수, 모든 마필이 경마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것이 경마에 대한 사랑이 아닌가.
욕을 하시는 분들이나 응원하시는 분들, 질책, 성원, 환호. 모든분들이 경마팬들이시다. 경마는 경마팬이 있어 경마가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가 되니 팬분들의 모든 감정들이 전부 사랑이고 애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변함없이 계속해서 기수들과 경마를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응원과 성원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
[취재기자: 고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