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한지 두달이 되었다. 기수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경기도 안양에서 두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군포 용호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축구선수로 지내다가 어느순간 체격조건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점차 경쟁력이 떨어졌고 고민끝에 축구부를 그만두게 되었다. 십년정도 해온 축구를 그만 두면서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을 무렵 우연찮게 던져진 어머님의 말씀 한마디로 기수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본가가 안양이고 근처에 준마 아파트가 있었는데 어머님은 준마 아파트 가까운 곳에서 조그마한 미용실을 운영하고 계셨다. 미용실 손님들을 통해 어머님은 경마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셨고 방황하던 나에게 경마 기수라는 것도 있으니 생각 있으면 한번 해보라 권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님은 단순하게 말을 타는 것으로만 아셨던 것 같다.
중학교 동창들은 마필 관리쪽 관계자의 자녀들이 많아 대부분 마사고나 축산고로 진로를 정했었다. 당시에 관심이 없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축구를 그만두고서야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경마기수로의 진로를 고민했다. 친형도 경마쪽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관리사로 먼저 합격해서 43조 마방에 재직하고 있다. 고등학교때는 경험삼아 본 경마교육원 입학 시험에서 낙방을 했고 졸업후에 일년 더 준비했다. 그때쯤에 어머님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경마기수의 위험성을 아셨고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며 만류 하셨지만 그때는 이미 나의 목표가 경마기수로 결정되어진 뒤였다.
고등학교 졸업후 일년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마교육원 입학을 준비했고 합격한 뒤 신인기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다른 선배들처럼 처음부터 경마기수가 꿈은 아니었지만 경마교육원 입학을 준비하고 교육원의 2년 생활이 나에게 정신적인 큰 변화를 주었다. 아무생각없이 준비했던 경주마 기승이 가면 갈수록 말이라는 동물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되고 처음 말을 만져본 날 말꿈을 꿀 정도로 꿈이나 목표보다는 나의 한 부분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시겠지만 말의 눈동자는 유난히 슬퍼 보인다. 새까만 눈동자와 마주치면 마치 내가 발가벗고 있는 듯 하면서 거짓된 마음을 품지 못하게 만든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동물이다. 여기에 기승을 하면서 말과 호흡하고 달리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레이기도 하고 힘도 생긴다. 우연이 인연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 35조와 기승계약을 맺었다. 마방 분위기는 어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족적인 분위기이어서 놀랐다. 물론 마필에 기승할때 만큼은 신인기수라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위해 엄하게 말씀들을 하시지만 이외의 생활에서는 친아들, 친동생 처럼 살갑게 대해주신다.
가장 편하게 해주시는 부분은 각 마필의 성격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고 내 자신의 기승 자세가 완벽히 잡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경주 한경주 끝나고 나면 그때의 기승 자세에 대해 바로 잘못된 부분을 잡아주신 다는 것이다. 또한 상황별 대처 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직접 보여주고 될때까지 도와주신다. 부족한 부분을 바로 잡아내고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편하게 배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인 실전 경험을 위해 최대한의 기승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세심하게 하나하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 마방의 분위기여서 너무 좋다. 배울수 있는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배우고 싶다.
■ 30전을 치뤘다. 첫경주와 첫승의 기분은 어땠나.
모든 경주가 긴장의 연속이다. 데뷔전을 치르는 첫번째 경주는 35조 '원어게인'과의 출주였다. 너무 긴장되어서 실수 할까봐 등자끈을 평소보다 훨씬 길게 잡았다. 여러두의 마필들이 뭉쳐서 빠르게 뛰는 첫번째 경주이다 보니 주위를 너무 자주 둘러보았고 직선주로에서는 마음이 급해져 채찍까지 연타로 계속 때렸다. 경주때는 잘 몰랐다. 동영상으로 복기를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하체는 흔들렸고 손과 채찍은 따로 놀았다. 여러번 돌려 보았지만 다시봐도 민망하다. 아무리 첫번째 경주라도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데뷔후 3전만에 첫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1조의 '레전드걸'에 기승을 하게 되었다. 처음 타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마필인지 여쭤보았다. 초반은 빠른데 가다 서는 마필이니 감량이점으로 말을 믿고 편하게 서둘지는 말고 가는데로 한번 가봐라, 하는 지시였다. 스타트에 가장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발주 경험좀 쌓아보자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경주 전날 인기 예상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모든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인기마인줄 몰랐던 터라 실수할까봐 걱정이 앞섰다. 한편으로 강력한 인기마필이라 첫승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경주가 시작되었고 외측으로 크게 치우치면서도 발주는 빠르게 나왔다. 나도 모르게 말을 더욱 빠르게 몰았다. 코너에서 외측으로 또다시 치우치려해 마필과 힘싸움을 했다. 정상적으로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는데 실수까지 있었기에 졸전을 펼쳤다. 이 경주를 끝내고 주눅이 들어 자신감까지 결여되었다.
다행히 기회는 빠르게 다시 찾아왔다. 4조의 '헤일로버드'와 3착을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고 21조의 '천의강자'로 기쁨의 첫승을 맞이할 수 있었다. 첫승의 느낌은 너무나 짜릿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서 생생하게 기억한다. 우승의 경주전개 느낌을 잊지않기 위해 동영상 복기를 통해 스타트부터 라스트 추진까지 계속해서 기억하려 한다.
경험은 가장 큰 무기인 것 같다. 30전을 치르면서 첫경주때의 어리숙한 긴장감은 사라졌고 스타트와 경주 전개의 긴장감만이 흐른다. 연습한데로의 감각을 실전에서도 펼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 롤모델이 있다면.
경마교육원에서 1년이 지날때까지 롤모델 뿐만아니라 목표의식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주마를 알아가고 경주를 접하면서 선배기수들의 기승 자세나 경주 전개를 분석했고 그러면서 점점 롤모델이 생기기 시작했다.
많은 선배들이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고 각기 다른 장점들이 있어 부분별로 배우고 싶은 선배가 있다. 굳이 그중에서 꼽아야 된다면 이찬호기수와 이상혁기수를 롤모델로 생각한다. 이찬호기수는 전체적인 발란스를, 이상혁기수는 차분하고 여유있어 보이고 강력한 추진과 리듬감을 닮고 싶다. 기승 스타일이 가장 이상혁기수와 비슷한 것 같아 이상혁기수의 모든 경주를 돌려보며 기승 자세를 연구하고 있다.
나만의 기승자세와 스타일을 확고히 하기위해 선배들의 조언도 귀담아 듣고 배움에 있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성격이 급해서 빨리 배워 내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한걸음씩 단계를 밟아서 나아가겠다.
■ 신인인데도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축구를 할때도 그랬지만 나만 특별히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내가 노력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노력을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나 자신을 잘 알아야 된다고 배웠다. 나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나를 먼저 알아야 나의 부족하고 잘못된 것들을 고칠 수가 있다.
나의 부족한 것을 알았다면 이제는 노력해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것이다. 한가지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잠을 못잔다. 계속 머리속이 그 생각으로 가득찬다. 첫번째 경주의 어리숙함이 답답해서 불과 며칠전까지도 동영상으로 매일 돌려봤다. 축구를 할때도 연습벌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을 정도로 한가지에 꽂히면 바뀔때까지 온신경을 집중해서 연습한다. 신인은 당연한것이 아닌가.
■ 앞으로 어떤 기수가 되고 싶은가.
경마교육원에서 동영상으로 경주를 보는 것과는 달리 두달동안 직접 옆에서 선배들의 경주를 지켜보니 훨씬 대단한 분들이었다. 내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선배들은 내 노력 이상을 몇십년동안 하고 있었다. 배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존경심과 기대감이 함께 들었다.
첫승을 실패하고 돌아온 나에게 선배들은 위로를 해주었다. 함완식기수와 조인권기수, 김철호기수, 이찬호기수와 이현종기수. 대기실까지 직접 찾아와 위로와 조언을 해주었는데 선배들 덕분에 더욱 힘을 낼 수가 있었다.
이처럼 어느정도 기수로서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후배들을 아우를수 있는 선배기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박태종기수처럼 30년을 한결같이 성실하게 노력하는 기수가 되고 싶다. 나의 능력치가 얼만큼이든 후회없이 항상 최선을 다해 나아가고 싶다.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후보생때부터 검빛경마 사이트를 통해 조교 동영상을 쉽고 편하게 접했고 선배기수들을 인터뷰로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검빛에 수많은 경마팬들이 계시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다. 예시장이나 하마대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시지만 검빛팬들께서도 미숙한 신인기수에게 응원과 격려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한걸음씩 최선을 다해 나아가겠고 더디더라도 지치지않고 성실하게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