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나고 창피한 경주였다. 대상경주 이후로 정신적인 데미지를 많이 입었다. 올해들어 가장 아쉬웠고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게 했던 경주였다. 한달여정도 다른 일이 손에 안잡힐 정도로 나한테 실망을 많이 했었다.
지난 6월의 '스포츠조선배'대상경주에 출전을 했었다. 18조의 '가속불패'라는 마필에 기승을 했었고 대상경주 출전 경험은 많았지만 우승의 기대를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마필이었다. 좋은 마필이었지만 2000m 장거리에는 처음 도전을 했다. 나름 고민을 많이 했고 준비도 보다 철저히 했다라고 생각한다.
선행으로 경주를 주도했고 4코너 까지는 괜찮았는데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가속불패'는 한참을 남겨놓고 힘이 빠져버렸다. 안으로 치우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상대마필에 방해를 줬고 기승정지를 처분 받았다.
우승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한번의 경주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경주 자체에서 더 곱게 탈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고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생각처럼 힘안배를 못한 것에 나 자신에게 실망을 했다. 어느새 8년차의 기수 생활인데 아직까지 마인드 컨트롤을 못한 것에 다시한번 나 자신을 뒤돌아 보는 좋은 시간을 갖게 해줬다.
아직도 그정도 실력밖에 되지 않는다고 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준 경주였다. 아마 다시 경주를 뛴다 할지라도 지금의 실력으로는 우승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다시한번 시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경주이기도 하다. '가속불패'는 고마운 마필이다. 한달정도의 시간동안 낙담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의지를 다지는 시간도 만들어 주었다.
실망과 반성의 시간을 뒤바꿔준 마필도 있다. '가속불패'가 나의 단점을 일깨워주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면 52조의 '천지스톰'은 그 반대의 나를 일깨워 주었다. 나의 장점과 자신감을 불어주었던 마필이다. 역시나 '가속불패'와 더불어 가장 고마운 마필이다.
'가속불패'에 기승하면서 긴장하고 떨렸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천지스톰'에 기승할때는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다. 그래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고 자신있고 확실하게 기승을 하다보니 오히려 자신감에 호응하 듯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그 이후로 다른 마필에 기승할때도 조금씩 성적이 좋아 지는 듯 하다. '가속불패'와 '천지스톰'에게 배운 점들을 잊지않고 발전 시킬 것이다.
■ 항상 여성기수 최초라는 꼬리표가 달라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