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마필관리사 사망 사고에 경마계 '술렁'
8월 2일 부경 마필관리사 자살 추정되는 사망 발생
한국마사회 '조속한 사태 해결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표명
경마창출자의 거시적 해결책 논의 시급
최근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의 연이은 자살로 인해 한국마사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경마계가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마사회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故박경근 마필관리사가 경마공원내에서 자살한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인 8월 2일 또다시 故이현준 마필관리사가 창원시 진해구 한 농장 입구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달 1일 숨진 故이현준 마필관리사의 정확한 사인은 경찰에서 조사 중이지만, 유가족들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故이현준 마필관리사는 소속조의 팀장이 다쳐서 병가를 내면서,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본인 업무에 팀장 업무까지 과도한 업무를 5∼6개월 수행해 왔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병가를 냈던 팀장이 업무에 복귀했지만, 위염•장염 등을 앓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말 훈련까지 맡으면서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컸고, 여기에 경주마 실적 압박까지 더해져, 이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숨진 두 명의 마필관리사 유가족들은 관련 협상을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운노)에 위임한 상태다.
故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 이후 협상을 위임받은 공운노는 마사회와 13차례 협의를 진행해, 고용승계 조건으로 마사 추가 대부 및 가점부여, 미고용자 발생시 조교사와 특별협의 및 해고 요건 명문화 등 고용안정대책 마련에 합의했고, 마필관리사 상금 배분비 명시, 점검 및 경쟁성 상금 비중 축소 등 임금 부문과 전사업장 분향소 설치, 산재신청을 위한 자료 제출 협조, 故박경근 마필관리사 추모식수 및 경마방송 등에 유감 표명 게재 등 명예회복 부문에 합의했다.
하지만 노조활동 보장(집단교섭 틀 마사회 보장 및 노조위원장 복직), 임금(성과급 지급률 관련 최근 6개월 평균 3% 이상 차이 발생 금지), 재발방지(출발보조업무 마사회 시행, 임금저하 없는 인력 충원), 유족 위로금 등에선 공운노와 마사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마사회는 7월 30일 열린 협상에서 위로금 책정수준 등 일부 사안에서 원만한 협상결과 도출을 위해 파격적인 양보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단(마사회)이 제시한 위로금과 공운노 요구액의 괴리로 인해 이견을 좁힐 여지가 없다는 것을 공운노 측에 확인 후 협상 테이블을 떠나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8월 2일 故이현준 마필관리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사업장내에서 발생한 일련의 안타까운 사안에 대해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유가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함은 물론 조속한 사태 해결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시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마사회는 2일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 운영 실태, 제도 개선 등 특별감사를 진행키로 결정한 가운데, 신속한 대처를 위해 곧바로 8월 둘째 주 대대적인 내부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잇단 부경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자살에 대해 모든 언론에서 한국마사회에 대한 비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 부경경마공원 마필관리사에 대한 불합리한 고용구조에 대한 질타가 주를 이루던 기사와는 달리 경마산업 자체에 대한 존폐를 거론하는 강성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마관계자들의 목소리는 안타까움 일색이지만, 한편으론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던 고름이 터진 것이라는 입장도 상당수에 달한다. 변화하는 사회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경마는 과거의 경마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여성기수 자살, 마필관리사 고용 및 임금 문제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마사회가 미온적이고 일시적인 대처로 일관해 왔기에 결국 잇단 죽음을 불러왔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일부 마사회관계자들은 마필관리사 운영 문제에 대한 시급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과도한 요구에 대해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경마시행 100년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경마는 최근 파트국가 진출과 국제경주 시행, 한국 경주마의 경마선진국 경주 출전 및 성적 기록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해 왔다.
하지만 내적으론 끊임없이 진통을 겪고 있다.
개인마주제 전환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마필관리사 고용 및 처우, 경마관계자의 상금 배분, 부경경마 시행으로 발생한 상이한 경마시스템, 과도한 경쟁력 강화 추진, 시행체의 일방적인 경마시행 시스템 변경으로 인한 경마시행 단체간 파트너쉽의 실종, 일관성 없는 경마정책 등 아직도 산재해 있는 문제점이 많다.
한국경마가 퇴보하지 않고 발전을 하려면 경마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주요 국정 정책기조로 추진하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적폐청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련의 안타까운 마필관리사의 잇단 자살은 일시적인 악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국경마의 현주소임을 인식해야 한다. 경마시행을 책임지는 시행체인 한국마사회만이 아니라 마주,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까지 각각의 경마주체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시각에서 현재 한국경마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권순옥 취재기자 margo92@gumv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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