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지만 경력에 비해 기승 두수가 많지 않아 10년의 시간이 와닿지않는다. 군대를 다녀왔고 해외 연수라던지 해마다 당한 부상등의 시간들을 조금씩 합하면 본의아니게 쉬었던 기간이 생각보다 많았던 듯 하다. 운이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 매년 부상이 있어 몇 주씩 쉬어야 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하루 집중하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데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말을 탔다면 지금은 경주마의 능력에 상관없이 직전보다 나은 성적을 내기위해 생각을 많이 한다. 노하우가 쌓여 가는 듯 하다.
신인때를 뒤돌아보니 달라진것이 너무 많다. 가장 크게 변한것은 마음가짐이다. 예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비슷할텐데 기수로 데뷔하고나서 의욕만 앞세운채 무작정 앞만보고 달렸다. 항상 이길수만은 없듯이 달리다가 주춤거리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기가 많이 힘들었다. 기대한만큼 실망이 컸었다. 정상에 있는 선배들을 보고 나도 될 수 있다라는 자신감만 가득차 있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알게 되었다. 정상에 있는 선배들이 왜 정상에 있는지를. 왜 선배들이 좋은 마필에 기승을 해야되고 기승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어떤 가르침을 받아도 신인때는 알 수 없었던 부분이다. 지금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경력이 쌓여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알게되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다. 낮은 자세로 둘러보니 후배들에게서 내가 겪었던 절차가 보인다.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최근 컨디션은 매우 좋다. 여유가 생겼고 시야가 넓어졌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나만의 기본 방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으로 컨디션은 꾸준히 맞춰왔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 공백 이후에 바로 적응하며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몇달전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오해가 풀리면서 잘 마무리가 되었다. 제재를 받았지만 정신 무장과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모든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재충전을 해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 정도 아무것도 하지않고 잠만 잤다. 10년치의 모자랐던 잠을 다 잤던 것 같다. 잠으로 피로를 풀고나자 몸이 찌뿌둥해졌고 기초 체력 단련을 서서히 시작했다. 운동을 좋아하는데 너무 심한 운동은 경주 기승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어 지칠때까지의 운동은 부담스러웠었다. 그런데 쉬는 동안 원없이 산악 구보를 할 수 있었다. 정상까지 뛰어올라가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큰 숨을 몰아쉴때의 기분은 경주에서 우승할때와 맞먹는다. 쉬는 시간을 보내면서 머리도 맑아졌고 체력도 더 좋아졌다. 복귀를 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주에 임하니 성적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좋아지고 성적도 좋아지니 이래저래 발전을 해가는 것 같다.
■ 드러내지 않고 묵묵하게 노력하는 스타일인 듯 하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더 그렇게 보였나보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을뿐이고 무조건 묵묵부답은 아니다. 그래도 검빛 인터뷰를 할때가 제일 말을 많이 하는 듯 하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달성할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모든 기수들이 함께 열심히 즐겁게 해나갔으면 좋겠다.
■ 16조 마방에 소속되어 계약 기수로 활동중이다.
2015년에 프리 기수로 활동을 하면서 여러 마방을 알게 되었다. 다시 계약 기수로 전향을 했고 계속 이어오는 와중에 쉬는 동안 16조 조교사님께서 연락을 해주셨다. 16조 마방의 마필을 전담하면서 함께 열심히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이셨다. 현재 서울 과천 경마장의 54개조 마방은 전부 다른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중 16조 마방은 10년정도 꾸준한 성적을 내왔고 최근에는 변화를 시도하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16조 마방은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젊은 층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열정적으로 더 배우고 열심히 하려 한다. 힘들고 고된일을 누가 먼저랄것 없이 서로 하려 나선다. 처음에는 조교사님과 관리사분들과 소속기수인 나까지 호흡이 맞질 않았다.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삼박자가 맞춰지기 시작했고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위탁중인 경주마들도 성적이 좋아지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승하고 있다. 함께 노력하며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 최근 기승한 마필들 중 애착이 가는 마필이 있다면.
공백기간의 극복을 도와준 고마운 마필들이 있다. 실전에서 적응을 하며 자신감을 심어줬던 16조의 '천빛'은 직전경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해볼만한 상대를 만나 입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대보다 좋은 탄력을 이끌어내며 우승을 안겨줬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지체될까봐 부담스러워했던 나에게 하면된다라는 자신감을 주었다.
16조의 '슈마'는 직전경주에 기승하기전 올해 3월에 호흡을 맞춰봤던 마필이다. 당시에도 입상을 기록했는데 오랫만에 만나서 우승을 차지했다. 유난히 나를 더 따라주는 마필이라 애착이 간다.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했고 아직 어린 마필이라 성장 가능성에 기대가 간다. 승급을 했지만 꾸준히 나아지는 경주력을 보일 것이다.
16조의 '백산아일랜드'는 한동안 상태가 좋지 않았던 마필이다. 마방 식구들이 한참을 공들이며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었고 직전경주는 상대도 잘 만났다.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마필이 훈련을 통해 보강이 되면서 우승을 차지하니 상당히 기뻤다.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백산아일랜드'처럼 보람된 성과를 내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백산아일랜드'는 여전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서 조금씩 거리에 대한 적응을 해주면 꾸준히 뛰어줄 수 있는 마필이다.
■ 차후 기대가 되는 마필이 있다면.
어린 마필들을 몇 두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 한 두만 말씀을 드리겠다. 16조의 외산마필인 '리처드오브뉴스테'이다. 너무 영리한 마필이다. 발쓰임이 상당히 부드럽고 정석적이다. 똑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기승자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기승자가 요구하는 것을 마치 선심 쓰듯 들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똑똑한 마필들은 신경이 더 많이 쓰인다. 머리가 좋은 경주마는 기승자가 겁을 먹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안다. 특히나 기승자를 떨어트리는 맛을 알게 되면 반대로 위험한 마필이 되어버린다. 모든 기승자를 깔보게 되면서 멋대로하기 일쑤다. 그래서 관리하는 분들께 부탁을 드렸다. 예쁘다고 오냐오냐 하지 말고 칭찬할때는 칭찬해주되 혼낼때는 엄하게 혼을 내주십사 말씀을 드렸다. 실전에서는 과연 얼마만큼 기량을 뽑낼 수 있을지 뛰어봐야 알겠지만 '리처드오브뉴스테'는 앞으로 기대가 된다. 아직은 재갈을 뱉는 단점이 있는데 금방 순치가 되는 부분이라 큰 걱정은 없다.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마필이라 꾸준히 성장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