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많았던 선행그룹 부진이 가져온 선물 “초고배당”
한국경마의 전개흐름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추입마가 득세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단거리에서 앞 선에 나서는 말들이 좀 더 유리한 것이 일반적이긴 했지만 기본능력이 우수한 말들은 전개와 크게 상관없이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그림 같은 추입력을 선보이며 경마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경주마들의 전력이 평준화 추세를 보이면서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웬만한 단거리 경주에선 선행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아무리 추입력이 좋더라도 초반 전개에서 후미로 밀리면 쉽게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등급(군)에 따라 거리가 거의 고정화 되었던 시기와 맞물려 상위등급으로 진출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리고 스피드를 강조하는 경마흐름에 맞춰 마사회는 하위등급에서 장거리 경주를, 상위등급에 단거리를 늘리는 편성으로 경주의 묘미를 추가했다.
경마의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단거리는 선행마, 장거리는 추입마가 유리하다는 속설이 정설로 자리 잡고 있지만, 언제나 이것을 뒤집는 결과가 나오면서 고배당이 선사된다.
22일 서울 일요경마 제3경주도 보편화된 정설을 뒤집으며 초고배당을 선물했다. 이미 몇 번의 입상 경험을 가진 말들이 출전하는 5등급 경주이며, 최단거리인 1000m에서 펼쳐진 이번 경주는 12두의 출전마가 있었지만 승급전 치르는 상승세 말과 현등급에서 꾸준하게 착순권을 기록 중인 말들이 인기를 모았던 경주다.
하지만 경주결과는 단식 인기 11위의 ‘파티파워’와 8위의 ‘초오롱마’가 동반 입상하면서 복승식 275.3배, 쌍승식 667.3배, 삼쌍승식 4649.7배라는 초고배당을 선물했다.
초반 흐름은 인기도에 근접한 모습이었다. 인기 2위의 ‘아름다운소풍’이 선두에 나섰고, 인기 5위권내 말들이 뒤를 따르며 총 6두의 말이 앞 선 그룹을 형성했다. 4코너까지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되는 듯 했지만 결승선 직선주로를 선회하고 100m 남짓을 지나면서 선두권 마필들의 발걸음에 비해 후미 앞 선에 포진했던 ‘파티파워’와 ‘초오롱마’의 순간 탄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선두권을 형성했던 말들이 경주로 중간부근에 뭉쳐 있던 때에, ‘파티파워’가 인코스에서 탄력을 붙이며 선두를 향해 질주를 펼쳤다. 그 뒤에선 최하위권을 따르던 인기 1위마인 ‘사이먼미사일’이 거리차를 줄이며 결승선을 향하며 경주를 마무리 하는 듯 했다. 하지만 4코너 선회 이후 외곽주로에서 탄력을 붙인 ‘초오롱마’의 무시 못 할 탄력이 앞서며 2착과 3착이 코너승부를 펼치며 이변의 대단원이 막을 내렸다.
‘파티파워’는 최근 1300m에 주로 출전을 하면서 추입력을 선보였지만 항상 아쉽게 입상권에는 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주는 출발지의 이점을 보며 선두그룹과의 거리차가 그리 크지 않았고 내측 추입이 원활히 이뤄지며 데뷔 후 27전에 첫 승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경주는 고배당 생성의 원인을 어떤 한 가지로 딱 꼬집어서 말하긴 힘들다. 굳이 찾는다면 선추입이 가능했던 인기 1위마가 어느 때보다 늦은 추입에 나섰다는 점, 선두그룹이 비교적 두텁게 형성되며 서로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점 등을 꼽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승을 차지한 부민호 기수와 15조의 상승세 케미도 이변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인기마들의 경주기록을 세세하게 살펴보면, 경주 전반에 걸쳐평소와 엇비슷한 기록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상에 실패한 것은 결국 이번 경주 입상마들이 평소보다 좋은 걸음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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