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외국인전용장외발매소 “예정된 논란”
워커힐 장외발매소, 소수 전문도박단 이용, 평균 환급률 110%
마사회, 자동 구매 프로그램·마킹 프린터 이용 세금 회피 방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베팅을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매출을 창출한다는 명목하에 지난해 개설된 한국마사회 워커힐 외국인전용 장외발매소가 외화 유입은 커닝 오히려 수백억 원의 국부를 유출하는 창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모 언론에 따르면, 외국인 프로 도박단 6개 팀이 지난해 6월부터 워커힐 장외발매소에 상주하면서 경마를 통해 모두 210억 원을 환급했다. 도박단은 국적별로 대만 3명, 프랑스 4명, 홍콩 4명, 중국 4명, 영국1팀 6명, 영국2팀 6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것이다.
마사회가 국감을 위해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워커힐 지점은 지난해 개설 이후 올해 9월까지 매출액은 1979억 원이다. 하루 평균 베팅액은 9억8000만 원으로 이 중 일반 관광객의 베팅액 242만 원을 제외하면, 외국인 도박단 27명이 1인당 평균 3600만 원 가량을 베팅한 것이다. 이는 내국인이 이용하는 지점의 1인당 평균 베팅액 58만 원의 60배가 넘는 액수다.
지난해 6월 개설된 워커힐 장외발매소는 외국인만을 위한 외국인 전용 발매소로 구비된 좌석 수는 많지 않지만 팀별 이용이 가능한 개별룸과 발매소 내 환전소를 구비하고 있고,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구매상한선을 적용하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워커힐 지점에서 환급받은 돈은 모두 2189억 원. 베팅 원금 1979억원에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고도 무려 210억 원을 수익을 거뒀다. 24억 원을 베팅한 지난 2월 5일에는 모두 50억 원을 환급받아, 하루만에 26억 원을 따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한국 경마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 것이다.
외국인 도박단들의 환급률은 평균 110%로 전체 평균 환급률 70.3%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외국인 도박단들은 수십에서 수백 배의 고 배당에 집중 베팅하면서 소액·중복 베팅을 통해 세금을 피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
지난해 10월28일 제주 경마장에서 벌어진 제4경주. 워커힐 장외발매소의 외국인들은 5900만 원을 베팅해 9배가 넘는 5억6000만 원을 환급받았다. 이 가운데 복승식 게임에서는 구매 마권 4508장 중 3304장이 적중했고, 삼복승식에서는 2만9601장 중 4505장이 적중했다. 워커힐의 평균 입장인원이 36명인 것을 감안하면 복승식에는 1명 당 평균 92장, 삼복승식에 125장의 동일한 마권을 산 것이다.
구매상한이 적용되지 않는 워커힐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이 마권을 소액으로 나눠 분산 구매한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이다. 배당률이 100배를 초과한 경우 환급금의 22%를 기타소득세와 지방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워커힐의 외국인들은 환급금이 10만원 이하인 경우 과세하지 않는 소득세법의 예외규정을 악용, 몇 백원 단위로 베팅을 해 최대 9400여만 원의 세금을 피해갔다. 배당률이 100배를 넘지 않는 게임에서는 환급액이 2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소액으로 분산 구매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했다.
이 때문에 올해 워커힐 장외발매소의 기타소득세 납부 실적은 전국 발매소 중 최하위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워커힐에서 발생한 환급액은 1505억 원이었으나 기타소득세 납부액은 3억9000여만 원에 불과했다. 환급액 대비 기타소득세 납부비율은 0.26%로 전체 34개 발매소 가운데 꼴찌였다.
이와 같은 일은 마사회의 지원 또는 방치가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도박단들이 마권 자동 구매 프로그램과 마권 마킹 프린터를 통해 한꺼번에 수백에서 수천장의 마권을 분산 구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사실 워커힐 장외발매소가 개장을 하면서 문제발생의 우려가 있었다. 특히 개장 직후 워커힐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의 환급이 지나치게 높은 것에 대해 ‘경마용 알파고’를 사용한다는 낭설이 퍼지기도 했고, 워커힐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이 경주 마감 직후에 외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짧은 시간 고액의 베팅을 하고 있어 불법적 경마정보 취득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 된 바 있다. 또한 상한선 파괴에 대해 일부에서 국내 경마팬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사회는 알파고 운운하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이며, 상한선 문제도 별다른 구매상한선이 별도로 없는 외국의 사례를 들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구매상한선이 없는 외국인 전용 장외발매소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과 높은 적중률을 통한 높은 환급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결국 워커힐 장외발매소는 개장부터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마사회의 방치 아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매출 증대 및 한국 경마 소개라는 당초의 목적을 상실한 채 외국인 전문 도박단에게 최적의 장소를 마련해 주며, 탈세를 묵인하는 장소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질책에서 벗어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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