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쪽짜리 국정감사, 내용도 반쪽?
자유한국당 의원들, 국감 보이콧으로 전원 불참
볼거리 없었던 너무나 뻔했던 국정감사
국감을 바라보던 지인이 우스갯소리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국정감사권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말한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말이다. 과연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정감사권이 국민에게 있다면 국감의 모습이 과연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되풀이하게 된다.
10월 27일 서울경마장에서 금요 부경경마가 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마사회 본관 대회의실에서 한국마사회·축산물품질평가원·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과반수에 달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송장악 중단’을 외치며 국정감사 보이콧에 나서 마사회 국정감사에 전원 불참한 가운데,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정감사는 오후까지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론 특별한 이슈도, 이렇다할 볼거리도 없는 무엇을 했는지 모를 국감으로 끝난 것 같다.
이번 국감에 나선 국회의원들은 마필관리사 및 직원의 자살, 고용·근로문제, 위니월드, 마주상금 및 경주마 미보유 마주, 불법도박단속, 사회공헌 지원 감소 등에 대해 질의·성토했다.
국정감사을 앞두고 한국마사회 관계자들은 동네북을 피해갈 수 없다며 만반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음을 얘기했다. 올해초 경마파트 직원의 자살을 시작으로 부경 마필관리사의 연이은 자살, 그리고 이어진 마사회 간부직원의 자살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근로특별감독 결과에서 드러난 근로문제, 687억 원이 투입된 위니월드 문제, 또한 국감을 앞두고 불거진 워커힐 장외발매소 문제 등은 하나하나가 핵폭탄급으로 얘기됐다.
하지만 워낙 최순실의 국정 농단,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 관련 이슈, 끝나지 않은 세월호 의혹, 국정원, 엽기적인 살인 등 끝없이 이어지는 전국적인 이슈 때문에 마사회와 관련된 작은 문제에 대해선 자극이 무뎌진 것일까? 국감장에 선 양측은 모두 마치 숙제 검사받는 아이처럼 빨리 이 시간이 지나길 바라는 모습처럼 보였다.
물론 올해 마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자살에 대해 참석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마사회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질책을 하는 모습이었지만 간간이 나오는 참신하지 못한(누구나 당연히 국감에서 거론될 것이라 예상한), 그리고 타의원과 중복되는 질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국감은 결코 국민이 바라던 국감은 아닐 것이다. 몇몇 질의들은 지나간 국감에서 다른 의원들이 얘기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 업무보고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사회장은 이미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면서 이번 국감에서 질의 될 것이 뻔했던 의원 질의에 대해 내용파악이 안된 듯 얼버무리기도 하고, 몇몇 문제에 대해선 이전 회장 때의 일이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회피성 발언을 한 것은 경마산업을 이끌어 한국 농촌경제를 살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마사회 최고 수장의 모습이라 볼 수 없었다.
푸르렀던 녹음이 빨갛게 몸을 불사르며 내년 봄에 틔울 새싹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계절이다. 마사회는, 아니 한국경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궁금하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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