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현장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인다
김낙순 회장 “경주마관계자와의 소통을 크게 확대할 것”
한국마사회가 최근 부산경남경마장에서 발생한 고 문중원 기수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경주마관계자와 상생협력의 경마시행 환경을 강화해 공정성 제고에 나선다.
한국마사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주마관계자와 상생·협력적인 경마시행 환경을 확립하기 위해 현장 의견수렴 절차를 종전보다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기수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도 경찰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재차 입장을 전했다.
이와 별개로 마사회는 향후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방침이다. 제도를 마련할 때도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먼저 조교사 개업 심사 시 외부위원의 비율을 확대하고 정량평가 비중을 대폭 높일 생각이다. 더불어, 기수 직업의 안정성을 강화하고자 기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한편, 전문가를 활용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경마관계자 1천여 명이 지원대상이다. 상생발전위원회와 별개로 모든 사업장에 긴급 상생발전위원회도 추가 개최한다. 시의성 있는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서다. 참고로 상생발전위원회는 각 경마단체 대표가 참석하는 회의로 분기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조교전문기수제도 역시 부산경남에 활동 중인 기수에게 적극 장려할 방침이다. 해당제도는 경주마 훈련에만 집중해도 안정적인 소득이 나와 기수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 제도다. 서울은 이미 5명의 기수가 조교전문기수로 활동 중이나 부산경남은 그동안 신청자가 없었다.
김낙순 회장은 “상생·협력적인 경마시행환경을 강화하여 경마산업의 공정성을 높일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경주마관계자와의 소통을 종전보다 크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마산업은 그동안 경마부정, 사행성 등으로 사건·사고들이 발생하며 끊임없이 구설수에 시달려 왔다.
한국마사회와 경마관계자들은 경마관련 사건·사고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언론에 크게 회자될 때마다 경마관계자들이 모여 자정의 다짐하곤 했지만, 또다시 사건·사고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경마장에서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떠나갔다.
막대한 돈이 걸리는 사행산업이라 경마관계자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리에 유혹을 노출될 확률이 크고, 간혹은 스스로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경마장에서는 경마부정 등으로 인해 조교사나 기수가 정년까지 활동하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당연시되기도 했지만, 점차 경마관계자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2000년도를 넘어서면서 하나둘씩 정년을 채우는 조교사들이 늘어날 수 있었다.
현재는 경마관계자의 경마부정 관여는 상당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마관계자들은 경마관계자들의 직접적인 경마부정은 줄었지만, 반대급부로 현재의 시스템상 공정경마 시행에 어긋나는 현상을 낳았다고 말한다.
급속도로 심화된 경쟁성 강화가 각 경마관계자들에게 마주와 조교사, 그리고 기수로 이어지는 관계속에서 조교사는 위탁관리마 확보를 위해, 기수는 안정적 기승과 우수마 기승을 위해 일정부분 공정한 경마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도록 요구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경마관계자들이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통해 말을 맡기고, 위탁관리하고, 기승계약을 하고 기승을 하고 있지만, 각각의 경마관계자들이 마사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또한 경마관계자간 상하구조가 형성되어 있어 여전히 상위로부터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상생협력의 경마시행 환경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은 ‘사후약방문’이고,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다만 이전처럼 소나기만 피하자는 일회성 처방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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