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마장, 보전경주 계획 철회 ‘이번 주 휴장’
마사회 ‘계획된 상금 지급 위해 보전경주 시행’ 결국 철회
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 ‘마사회, 직접 교섭에 나서라’ 촉구
이번 주 부산경남경마장이 보전경주를 시행하려 했지만 고 문중원 기수 유가족의 항의로 결국 휴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는 부산경남경마가 이번 주 혹한기 휴장을 갖는다고 밝혔다. 당초 부경경마장은 고(故) 문중원 기수 사망사고로 11월 30일 취소된 경주를 20일 보전시행 하려고 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유족의 뜻을 수용한데 따른 것.
한국마사회가 연간계획상 휴장일에 해당하는 20일에 취소된 경주에 대한 보전경주를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노총과 문씨 유족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전경기 개최 결정 취소와 마사회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돈벌이에 혈안이 돼 사태해결은 뒷전으로 하고 보전경주를 결정했다”며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유족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순이익이 1827억원에 달한 마사회가 단 하루도 경주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것은 투전판으로 변해가는 경마장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마사회 측은 “보전경주를 해서 상금이 나가도록 원하는 일부 구성원도 있어 보전 경주를 결정했다”고 말하며 보전경주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유족과 노조가 부산경남본부를 찾아 7시간 넘게 항의했고 결국 마사회는 보전경기를 취소했다.
당초 부경경마장은 매년 경마관계자에게 공표하는 경마시행계획에 근거, 지난주 보전경마 시행의 뜻을 밝혔다. 연간 경마상금을 차질 없이 지급하여 마주는 비용부담 경감, 조교사와 기수, 말관리사에게는 소득보전을 보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마사회가 매출에만 급급하다는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사회적 여론도 부정적으로 흐르면서 논의를 통해 20일 보전경마 시행을 전면 취소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취소된 경주는 연내에 보전 시행해야 계획된 경마상금 지급이 가능하다”면서,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아 사실상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당초 20일은 제주 중계경주 14개가 진행되는 정상적인 경마일”이라면서, “(외부의)주장처럼 매출만 고려한 결정이 아니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번 주 금요일은 제주경마가, 토요일은 서울과 제주경마가, 일요일에는 서울경마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고 문중원 기수의 유가족이 한국마사회에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와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의 경마를 멈추는 제도개선을 위해 마사회는 노조와 직접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고 문중원 기수는 부정경마와 조교사 채용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겼다.
유족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마사회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장례절차를 위임받은 노조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측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고인이 고발한 사안들은 마사회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며 “죽음에 이르게 한 비리를 근절할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마사회와 교섭을 해야 하는데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 문중원 기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마사회는 ‘소속 기수들의 심리상담’과 ‘조교사 선발시 외부위원 비중 증대’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유가족과 노조는 외부위원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조교사 선발 평가도 자의적인데다 마사회와 조교사, 기수로 이어지는 갑질구조를 없애는 근본대책은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경쟁성 상금 비율을 줄여 기수 간 경쟁을 완화하고, 조교사가 기수에게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표준계약서 도입을 마사회에 요구했다. 조교사와 기수는 운동경기 감독·선수 신분과 유사하다. 노조는 “정식 교섭을 통해 제도개선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 오은주씨도 마사회에 대화를 요구했다. 그는 “제대로 한도 풀지 못하고 모든 걸 떠안고 가 버린 남편을 위해 마사회는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며 “제 외침이 마사회에 닿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11월 29일 경마부정과 마방대부 비위 등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고 문중원 기수의 장례식은 장례 및 마사회와의 협상 일체를 위임받은 공공운수노조 및 유가족과 마사회가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20일째 치러지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공공운수노조는 △ 고인 죽음의 진상규명 △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 △ 공식적 사과△ 유가족 위로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 사람 죽이는 선진 경마 폐기 △조교사와 기수 간 불평등한 계약관계 개선 △ 마방 배정 심사 개선 △ 마방 배정 적체 개선 △ 기수 적정 생계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순옥 | 경마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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