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경마 결산감동과 기록의 반년, 한국 경마에 새 역사를 쓰다
- 한국경마 곳곳에 발자국 남긴 2025년 상반기 성과 톺아보기
- 글로벌히트의 두바이 도전, 문세영 기수의 2천승, 빈체로카발로 스프린터 삼관, 이종훈 마주 300승 달성
2025년의 절반이 흘렀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한국경마는 말과 사람의 숨 가쁜 레이스를 쉼 없이 이어왔다. 매주 수백 마리의 경주마들이 각자의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달렸고, 그 곁엔 묵묵히 말과 동고동락한 기수와 조교사, 관리사 그리고 마주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경마를 숫자의 세계라 말한다. 순위와 시간, 기록과 수익률이 얽혀 있는 데이터의 바다. 그러나 실상 그 안엔 숫자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감정과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말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우연과 전략, 땀과 직감이 만나야만 완성되는 승부는 그 자체로 스포츠를 넘어선 서사다.
2025년 상반기는 특히나 '전환점'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굵직굵직한 성과들로 가득했다. 수치로도, 서사로도 기록될 만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쏟아졌고, 어떤 순간은 팬들의 가슴에 오래 남을 감동으로 새겨졌다. 그 가운데, 특히 조명할 만한 네 가지 이슈를 통해 올 상반기 한국경마의 흐름을 되짚어본다.
■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 두바이에서 한국 경마의 자존심을 세우다
3월 1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서는 ‘두바이 월드컵’의 예선전 슈퍼 새터데이(Super Saturday)가 개최되었다. 두바이로 원정을 떠난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는 이날 ‘알 막툼 클래식’(G2, 2000m, Dirt)에 도전해 3위에 입상하며 한국 경마의 위상을 높였다.
작년 국내에서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모두 제패한 ‘글로벌히트’는, 한 달 간 두바이 현지 적응과 함께 기초적인 출발연습부터 다시 시작하며 차근히 경주를 준비했다. 그 결과 4번 게이트에서 100점짜리 출발을 보여주며 전 세계 유명 경주마들을 제치고 선행에 성공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결승선을 400m 남겨둔 지점에서 최고 인기마 ‘임페리얼엠퍼러’에게 추월당하고 결승선 직전 ‘아토리우스’에게 간발의 코차로 밀려 아쉽게 2위도 넘겨주었지만 ‘킹골드’, ‘카비르칸’, ‘카리브’ 등 인기마들을 제친, 경주마도 기수도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당당한 3위였다.
글로벌히트의 성과는 한국경마가 세계무대에 ‘도전 가능한’ 수준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혜선 기수는 “그동안 느껴왔던 ‘히트’의 잠재력을 세계무대에 보여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저 또한 한국경마의 가능성을 몸소 느낀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글로벌히트와 김혜선 기수의 도전은 인간극장, KBSN Sports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남겼다.
■ 경마황태자 문세영의 한국경마 두 번째 2,000승 달성
올해 3월 29일, 한국경마 역사에 또 하나의 금자탑이 세워졌다. 현역 최고의 기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문세영 기수가 개인 통산 2,000승을 달성한 것이다. 이날 하루에만 무려 4승을 몰아치는 기염을 토하며 맞이한 기록이다. 이로써 그간 한국경마 사상 단 한 번뿐이었던 ‘경마대통령’ 박태종 기수의 기록을 ‘경마황태자’ 문세영 기수가 나눠 갖게 되었다.
문세영 기수는 2001년 데뷔 이후 24년 동안 9,000회가 훌쩍 넘는 경주를 치르며, 48번의 대상경주 우승과 9번의 최우수 기수 수상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이번 성과는 후배 기수들에게는 도전의 이정표로,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4월 12일에는 문세영 기수의 2,000승을 기념하는 팬미팅이 개최되어 지난 24년간의 커리어를 돌아보고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문 기수는 “2,000승은 저의 기록인 동시에 팬 여러분의 기록이기도 하다. 경마팬분들의 응원과 질책 모두 감사드린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 빈체로카발로, 스프린터 삼관(三冠)으로 단거리 최강자에 오르다
’빈체로카발로‘가 한국경마 최초로 ’스프린터 시리즈‘ 삼관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3월 부산일보배, 4월 SBS스포츠 스프린트, 5월 서울마주협회장배 세 번의 경주를 모두 우승함으로써 단거리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막판 직선주로에서 보여주는 ’빈체로카발로‘의 폭발적 추입은 경주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낸다.
’빈체로카발로‘는 국내산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외산 단거리마의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한국 단거리 무대에서 국산마가 무려 삼관왕을 차지한 것은 국내 육성 시스템의 저력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특히 경매가가 3천만 원에 불과함에도 수득상금이 이미 1억 4천만 원을 넘어선 점이 인상적이다. ‘빈체로카발로’를 관리중인 서인석 조교사는 “늘 달리려는 의욕이 넘치는 말”이라고 평했다.
‘승리하리라’라는 뜻의 ‘빈체로(VINCERO)’와 말을 의미하는 ‘카발로(CAVALLO)’가 더해진 ‘승리의 말’ 빈체로카발로. 하반기 코리안 스프린트 무대를 준비 중인 그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 한국 경마계 새로운 이정표, 이종훈 마주 300승 달성
6월 15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이종훈 마주가 경주마 ‘벌마킹’의 우승으로 한국경마 최초 마주 30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마주의 100승은 기수나 조교사의 100승과 달리 절대적으로 희소하며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마주의 100승은 기수와 조교사의 700승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종훈 마주의 300승은 20년이라는 세월을 한국 경마와 함께하며 엄청난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맺은 땀의 결실이다
아델스코트C.C와 ㈜에이스나노켐의 대표이기도 한 이종훈 마주는 2005년 마주로 데뷔해 총 17차례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벌마의꿈’, ‘벌마의스타’, ‘오아시스블루’ 등 명마들이 이종훈 마주의 품에서 탄생했다. 이종훈 마주가 지금까지 보유한 경주마와 이를 통해 경주에 출전한 횟수는 여타 마주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종훈 마주는 현재까지 총 186두의 경주마를 보유했는데, 이는 서울·부경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경주마를 보유한 김창식 마주와도 39두의 차이가 난다.
이종훈 마주는 “경마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레저 스포츠로 인식되는 날까지, 더 나은 경주를 위해 좋은 말을 공급하고 경마 문화 발전을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도전과 성실함의 결실... 2025년 2분기 말관계자 다승 달성 포상 행사 개최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는 지난 22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올해 2분기 다승 달성에 성공한 말관계자에 대한 포상행사를 열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꾸준한 노력과 열정으로 도전의 결실을 이룬 마주, 조교사, 기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분기 수상의 영예는 100승을 달성한 마주 2명, 조교사 2명, 그리고 500승과 100승을 기록한 기수 2명에게 돌아갔다.
■ 김형란, 최몽주 마주의 100승 고지 달성
첫 순서는 마주 부문에 대한 시상으로 시작됐다. 김형란 마주와 최몽주 마주가 각각 100승을 달성하며 박수를 받았다. 2017년부터 마주 활동을 시작해 벌써 5번의 대상경주 우승 경험을 보유한 김형란 마주는 지난 5월 3일 5경주 ‘롯폰기드래곤’의 우승으로 감격의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또한 ‘업타운위즈’ 등 ‘위즈’ 군단을 이끌고 있는 최몽주 마주는 이번 달 8일 2경주 ‘와일드위즈’의 우승으로 마침내 세 자리 수 승수의 고지에 올라섰다.
마주의 승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말의 부상 위험, 경기 변수 등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를 감내하며 길게는 10년 이상 인내와 열정을 쏟아야 가능한 성과이기에, 이날 수상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 문병기,토니 조교사의 데뷔 후 첫 100승
이어 조교사 부문에서는 문병기 조교사와 토니 조교사가 각각 데뷔 후 첫 100승을 달성하며 포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문병기 조교사는 지난 4월 19일 제9경주에서 ‘매직포션’의 우승으로 2022년 조교사 데뷔 후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평균적으로 100승까지 3~4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프랑스 출신의 토니 조교사 역시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실을 맺었다. 2019년 데뷔 이후 차곡차곡 실적을 쌓아온 그는 지난해부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6월 8일 8경주에서 ‘브라운골드’의 우승으로 100승을 밟았다.
■ 장추열 기수 500승, 조상범 기수 100승
마지막으로 기수에 대한 시상이 이어졌다. 기수 부문에서는 장추열 기수가 500승을 달성했다. 지난 3월 22일 10경주에서 ‘영웅부활’과 함께 세운 기록이다. 장 기수는 2010년 데뷔 이래 15년 간 굳건히 승수를 쌓으며 활약해왔으며 올해는 특히 20.4%라는 좋은 승률을 기록하며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있다.
조상범 기수는 오랜 기다림 끝에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99승 이후 한동안 정체기를 겪으며 아홉수의 벽에 막혔지만, 지난 5월 24일 1경주 ‘슬링스타’와 함께 마침내 세 자리 수 승수의 벽을 넘었다
말과 하나 되어...그 시작과 끝에 함께 선 조교사 5인방
- 세대교체 바람 부는 렛츠런파크 서울, 30~40대 젊은 조교사 전성시대가 온다! 성상현, 정하백, 홍윤화 조교사
- 말만 바라보고 살아온 40여년 뒤로하고 영예로운 정년 맞아 떠나는 안해양, 유재길 조교사... 경마팬들에게 보내는 은퇴인사, 오는 6일 서울 3경주 후 만나볼 수 있어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가 오는 6일 과천에서 위치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조교사 2인의 은퇴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규 개업하는 조교사 3인방도 경마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말과 함께한 40년 외길 인생을 마무리하고 정년을 맞이한 조교사는 23조 유재길 조교사, 26조 안해양 조교사 2명이다.
젊은 시절 기수로 활약했던 유재길 조교사는 지난 2000년 데뷔해 6322전을 치르며 1~3위를 1448회 기록하는 등 우수한 기록을 세운바 있다. 2007년 마주협회장배에서 당시 최고 인기마였던 ‘섭서디’, ‘밸리브리’를 꺾고 ‘과천룰러’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안해양 조교사는 85년도에 마필관리사로 말과 처음 만난 이후 99년 조교사로 데뷔했다. 지난해 경기도지사배에서 ‘세이렌’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7번의 대상경주 우승을 기록했다. 아들인 안승현씨도 대를 이어 현재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한편 떠나는 선배 조교사 뒤를 이어 새롭과 꿈과 희망을 안고 조교사에 도전하는 새 인물들도 눈길을 모았다. 바로 성상현, 정하백, 홍윤화 3명이다. 30~40대의 젊은 피인 이들은 한국경마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답게 일본, 아일랜드와 같은 경마선진국을 직접 찾아다니며 선진 조교기술을 익히는 등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1993년생으로 3인방 중 최연소이자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출신인 정하백 조교사는 고교 시절부터 조교사를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해 온 젊은 인재로, 코리아컵을 휩쓴 일본의 신타니 코이치 조교사 마방에서 연수를 받는 등 역량강화를 위한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
“재작년 처음 응시한 조교사 시험에 한번에 합격하는 등 일사천리로 조교사라는 꿈을 향해 달려왔다”고 밝힌 정 조교사는 개업과 동시에 16두의 말을 위탁받는 등 많은 마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들 3인방은 7월 1일부로 마방 문을 열고 몸풀기 기간을 거친 후 9월 코리아컵을 필두로 펼쳐지는 대상경주를 정조준 할 예정이다.
<자료제공: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