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젊은 피 질주가 무섭네

  • 운영자 | 2009-09-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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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젊은 피’ 질주가 무섭네
- 지난 5월 수입된 미국산 2세마 가파른 상승세
- 아이페스트, 캡틴써, 마하전사 좋은 기록으로 첫 승 달성

혼합 4군 경주에서 미국산 2세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이들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수입된 33마리의 신예 마필들로 뛰어난 체형과 명문 혈통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아이스트, 캡틴써, 마하전사 등은 데뷔전 우승을 기록하는 등 선전이 두드러졌다.


지난 8월 30일 1000m로 펼쳐진 부경 1경주에서 한상규 기수가 기승한 ‘아이퍼스트’(2세, 암말, 14조 윤영귀 조교사)는 외곽 게이트의 불리함으로 인해 후미 그룹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막판 뒷심이 폭발하면서 경험이 많은 3세마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최정상의 외산마 ‘황금빛태양’과 형제인 아이페스트는 검증된 혈통과 480kg대의 균형 잡힌 체형으로 외산마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캡틴써’(2세, 수말 8조 김상석 조교사) 역시 최근 데뷔한 신예마중에서 가장 빠른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미 1000m를 1분01.6초로 능력검사를 통과한 ‘캡틴써’는 지난 8월 7일 데뷔전에서 한 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1분 00.7초의 기록으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해 합격점을 받았다.


작은 덩치에서 힘 있는 질주를 보여준 ‘마하전사’(2세, 암말, 2조 강형곤 조교사)도 지난 8월 14일 1000m 데뷔전에서 강력한 선행 작전을 펼쳐 1분 1.4초의 기록으로 첫 승을 달성했다. 같은 경기에서 2위를 기록한 ‘엑톤레거시’와 일반경주에서 2착을 기록한 ‘페이튼파워’ 역시 경험부족으로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잇따라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이들 신마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경마의 본고장 미국 출신답게 체계적인 기초 훈련과 2세마 같지 않은 당당한 체격을 고루 겸비해 호주, 일본 등에서 수입된 경주마들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부경경마공원의 외산마 제왕인 ‘골딩’이 7세 고령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보이는 사이 외산 신예 마필들이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정상정복을 꿈꾸며 치열한 서열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제 갓 데뷔전에 임하는 어린마필에 불과하나 현재 외산마 상위군 판도가 3~4세 경주마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기대치에 따라 빠르게는 1년 내에 외산마 정복을 꿈꿀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말(馬)속의 고사성어, 천고마비? 추고마비!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다. 삼척동자도 다 알 듯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것으로 가을의 청명함과 풍성함을 대표하는 고사성어다.

이 말의 원말은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가을이 깊어 가니 변방의 말이 살찐다)로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의미는 북방의 흉노족이 봄부터 여름까지 말에 풀을 먹여 말을 살찌웠는데,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가을이면 이 말을 타고 중국 변방으로 쳐들어와 가축과 곡식을 약탈해 갔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가을철이면 언제 흉노족이 침입해 올지 모르니 미리 이를 경계하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말을 썼던 것이다.

추고새마비는 당나라 초기의 시인이자 두보(杜甫)의 조부인 두심언(杜審言)의 시에서 당군의 승리와 변방의 평온함을 “추고새마비”로 비유하면서 좋은 의미로 쓰이게 되고, 그후 자치통감 당기(唐紀)에서는 ‘가을’을 변방을 뜻하는 새(塞)를 뺀 “추고마비”의 계절로 표현하면서 현재까지도 중국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즐겨쓴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추고마비'보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을 더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그 이유가 일본에서 건너온 표현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본은 “추고새마비”라는 표현을 받아들이면서, 북방 오랑캐의 침범을 겁낼 까닭이 없으니 '새(塞)'를 빼고 '추(秋)'를 '천(天)'으로 고쳐 '천고마비'라 해 가을철을 수식하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글학자인 정재도 선생은 <한말글연구> 7호(2002년)에서 이런 변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역사적으로 언제나 북방 오랑캐의 침범을 받아왔기 때문에서 “추고마비”로 써야한다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어쨌든 말은 인간과 오랜 문명을 같이 하면서 다양한 고사성어를 낳았다. 그러면 현재도 말이 가을에 살찐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전형선 수의사는 ‘경주마나 번식마는 계절에 관계없이 일정한 중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가을에 말이 살찐다는 표현이 맞이 않다’고 말한다.

한국마사회 통계에 따르면 약 3000의 경주마는 가장 잘 달릴 수 있도록 보통 450Kg내외를 유지하기 위한 반복 훈련과 매일 20~30Kg의 사료를 인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자연방목에 가장 가까운 씨수말도 계절별 중량을 분석한 결과 계절과 상관없이 600Kg내외에서 크게 변동폭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자연방목 상태의 야생마 같은 경우는 가을철에 칼로리가 많은 열매류를 먹기 때문에 가을철에 살이 찔수 있으나, 이는 겨울철을 견디기 위해 미리 많은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 모든 야생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한편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경마계에서는 이것도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인 동물애호정책 때문에 말에 채찍을 사용하는 횟수가 2-3회 정도로 제한되어 있고 실제 경주중에 채찍을 사용하면 오히려 기수와 말간의 중심이 흔들려 속력을 더 내기보다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피마불추외편추(疲馬不畏鞭捶,피곤한 말은 아무리 채찍으로 때려도 두려워하지 않음)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증명된다. 오늘날 경마계에서는 채찍을 때리기 보다는 채찍을 보여주면서 속력을 더 내는 방법을 상용하고 있어 이제는 주마가편(走馬加鞭)보다는 주마시편(走馬示鞭)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40억원이 넘는 씨수말이 하는 일은 먹고 교배하는 일이다. 그에 맞는 모든 관리는 사람이 알아서 해주니 사람위의 상전이나 다름없다. 이쯤되면 개팔자가 상팔자가 아니라 말팔자가 상팔자라는 말도 인구에 회자될 됩하다.

<검빛 취재기자 : 이 희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