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의 더위 사냥! 우린 이렇게 여름을 이긴다!

천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가 연신 시원한 바람을 내놓는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등을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면, 높은 불쾌지수와 함께 온 몸을 뒤덮는 땀으로 쉬이 지치기 마련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입사한 1,000여 마리 경주마들도 무더위에 쉽게 지치기는 마찬가지여서 경주마들의 여름 나기는 그야말로 ‘더위와의 한 판 승부’가 되고 있다. 더욱이 한 마리에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을 호가하는 경주마는 오히려 사람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럭셔리한(?) 여름을 보내곤 한다.


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물이 최고. 경주마도 여름에는 사람처럼 수영장에서 더위를 쫒는다. 하지만 경주마에게 수영장은 단순한 물놀이의 장소가 아니라 지옥훈련의 장소도 된다. 부경경마공원 한 쪽에 마련된 말수영장에서 경주마의 숨 가쁜 호흡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경주마들의 수영조교란 수영을 하면서 뭉친 근육을 풀거나 운동기 질환을 치유하는 것을 말하는데, 심폐기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어 많은 조교사들이 애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경주마가 수심 3M가 넘는 수영장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1,400M 정도의 주로를 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수면 위로 머리만 내밀고 헉 헉 거리는 경주마를 보노라면 한편으론 딱하단 생각마저 든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여름철 각종 찜질로 여름을 잊는다. 경주마는 이동식 원적외선 치료기로 찜질을 받는다. 이것은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 촉진은 물론, 근육을 이완시켜 피로를 풀 수 있고, 피부염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조교사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찜질을 받는 경주마는 사람과 똑같이 두 눈을 감고, 낮은 울음을 운다고 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한편, 얼음찜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얼음을 가득 넣은 팩을 경주마의 신체 중 가장 온도가 높은 다리에 감아주는데 근육경련을 예방하면서도 체온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보양식은 여름철 힘의 원천이다. 몸무게가 평균 470Kg인 경주마는 하루에 16,000Kcal의 열량을 필요로 하는데 사람으로 치면 공기밥 35개 이상이다. 경주마는 매 경주마다 전력 질주를 하기 때문에 많은 열량을 소비해 여름이면 특별한 보양식을 먹곤 한다. 각종 미네랄이 함유된 특별 사료와 인삼가루, 비타민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말이 좋아하는 음식인 당근과 각설탕 등을 별미로 제공한다. 과거에는 채식을 하는 경주마에게 억지로 뱀을 갈아 만든 삼계탕을 먹여 체력을 보충시켰다고도 하니, 경주마에 대한 조교사들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체력 증진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이다. 온 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 후,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기분은 여름만의 특권인데 경주마도 여름이면 더욱 열심히 운동을 한다. 과다한 영양보충과 안락한 생활에 젖어 금새 체중이라도 불어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주마는 트레드밀(Tread Mill)이라고 불리는 러닝머신에 올라 온 몸에 소금기가 생길 정도로 달린다. 가끔 지나친 비만 경주마는 땀복까지 입으면서 달린다고 하니, 다이어트를 향한 노력은 사람이나 말이나 다를 바가 없는 듯 하다.



세계의 경마 축제

경마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유럽 등 서구에서의 경우 경마장은 대중들이 손쉽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또 사회적으로 유력한 인사들의 고급 사교장 등의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유명 경주가 열리는 날이면 경마장에는 대규모 축제가 열리고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마축제는 지역사회 최고의 이벤트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경마의 종가(宗家)라 불리는 영국에서는 매년 왕실 소유의 경마장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리며,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한 왕실과 귀족들이 총출동해 고급 사교활동을 벌인다. 지난 6월 열린 영국의 대표적인 경주인 ‘엡섬더비(Epsom Derby)'가 열린 엡섬다운즈 경기장에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과 왕실 가족들을 비롯해 축구스타 마이클 오웬 등 각계 각층 영국인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왕실 소유의 로얄 에스코트 경마장에서 열리는 에스코트 레이스는 영국 왕실이 주최하는 경기로 경마가 열리는 나흘 동안, 여왕과 왕실 가족이 마차로 장내를 행진하는 ‘팬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이는 1800년대 조지 4세 시대부터의 전통이다.

현재 세계 최대의 메이저 경주마 생산국인 호주의 대표적인 경주인 ‘멜버른컵’은 호주 최대의 축제를 넘어서 호주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자리잡았다. 매년 11월의 첫째 화요일날 멜버른시 플레밍턴 경기장에서 열리는 멜버른컵 경마대회에는 호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며 이날 경기는 세계 30여개국에서 생중계 한다. 멜버른 시가 속한 빅토리아주는 이날을 공식 휴일로 정해두었을 정도. 경기가 열리는 날 플레밍턴 경기장은 패션쇼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한 관람객들로 물결을 이루는 데 특히 이날 여성 관객들은 멋진 모자로 성장을 한 채 우아함을 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600만 US$로 우리 돈으로 60억원에 이르는 상금을 걸고 열리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월드컵 경마대회도 'Best Fashion Award' 대회로 가장 옷을 잘 차려입은 여성, 커플 등을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3대 경마대회(Triple Crown)인 켄터키더비, 프리크니스 경마대회, 벨몬트 경마대회는 이 세 대회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이른바 ‘삼관마(三冠馬’)의 탄생을 염원하는 미국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 지난해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에서 우승을 휩쓸며 26년만의 삼관마 탄생을 기대하게 했던 ‘스마티존스’가 아쉽게도 벨몬트 경마대회에서 역전패를 당했을 때 미국 전역이 슬픔에 빠졌을 정도로 경마는 미국인들에게 ‘이벤트’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오는 7월부터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야간경마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 말들의 질주 그자체로도 장관이지만 각종 공연, 불꽃놀이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경마공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을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경마공원에서 가족 끼리 연인끼리 삼삼오오 즐겁게 노니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러운 정경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경마장’이 가지고 있던 칙칙한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유럽, 호주 등 해외 경마선진국에서처럼 누구나 쉽게 찾아 즐길 수 있는 대중적 놀이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는 셈이다.

7월 경마시행계획 발표
KRA부산경남경마공원(본부장 박성호)은 7월 경마시행계획을 발표했다. 7월 중 경마일은 3주간 총 51개 경주 펼쳐지고 7월 16일(금)부터 8월 22(일)까지 야간경마축제가 펼쳐진다.
주간경마기간 금요경마 제1경주 발주시각은 11:30분, 일요경마는 12:40분이다. 야간경마 기간 중(7.16～8.22) 금요경마 제1경주 발주시간은 14:30분, 일요경마는 16:30분에 부경 제1경주가 시작된다. 경주시간 조정으로 고객입장 시간도 오후 1시로 변경된다. 야간경마축제 기간에는 37개 대형조명탑을 배경으로 다양한 축제행사와 빛을 가르며 질주하는 경주마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7월에는 혼합 1군 경주마들 대상으로 하는 제5회 경남도민일보배 특별경주와 제6회 부산광역시장배 대상경주가 개최된다. 7.23(금)부터 8.1(일)일까지는 혹서기 휴장이 시행된다.

<자료제공 : 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