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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용] 심심한 말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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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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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거의 하루종일 갇혀있는다.
출전을 앞두고 있는 녀석들이야 새벽에 조교(훈련)를 한다고 주로에 잠깐 나갔다 오지만 거의 대부분의 말은 관리사가 잠깐 끌어서 몸을 풀어주거나 워킹머신을 이용해서 뺑뺑이를 돌린다. 그래야 하루에 2~30분 내외...
심심할거다. 그러면 대개 내리쬐는 햇볕을 즐기거나 위의 놈처럼 주둥이로 걸쇠를 달그락거리거나 한다. 좁은 마방안에서 어떤 녀석은 처키처럼 혓바닥을 내놓고 좌우로 흔드는 녀석도 있고 , 그거 실제보면 진짜귀여워죽는다.
봄이되면 발정기가 온말들이 이성의 냄새를 맡는 행동(플레멘)을 한다.
웃는것처럼 보이지만 앗! 숫놈이다, 암놈이다 하는것과 같은것이 아닐까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문제다. 말이 심심해서 그런건지, 성질나서 그런건지 자세히 아는데도 한계가 있다. 가끔 보게 되는것이 사람이 화가 나 있을 경우엔 평소와 같은 행동이라도 오해를 하게 되고 화풀이를 말에게 해대는 사람들이 있다. 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말에겐 다정다감하게 대하는것 같다. 말그대로 말이 하고자 하는 바를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화를 낼 수가 없다고 한다.
말은 텔레파시가 있다고 전해진다. 말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언어라고 하는 저급한(ㅎ) 수준의 의사소통 방법을 쓰는 사람들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다.
"우리 말(馬)들에겐 아주 오래전 오이히프스 때부터 전해내려오는 말(言)이 있거든...LLCUG들과는 어울리지 마라... Low Level Communication User Group 즉 인간이지..ㅋㅋㅋ힝힝힝"
마방에 말과 같이 있다가 잠깐 몇초정도 말이 움찔거리거나 하는 느낌을 받으면 이내 말이 방마(말이 관리사없이 혼자 마사지역을 달리는것)되어 따그락 소리를 내면서 옆을 지나간다. 그러면 말이 흥분을 하면서 난리를 친다. "저놈 뭐야???" 하듯이...
몇 조에선 조교사님이 말을 일부러 풀먹도록 놓아주는 경우가 있다. 그럼 다른 조에서 말을 끌다가 말이 사람이 없이 혼자 풀뜯어먹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는 말이 놀라고 관리사는 그말 진정시키느라 땀을 빼니 그 조를 자꾸 원망한다고 한다. 주로에서 타고 들어오는것이 아니라 내려서 걸으면서 고삐도 안잡고 혼자 유유히 걸어오면 말이 그 뒤를 졸졸 따라오게 만드는 정도의 실력이긴 한데 가끔 말들이 탈출을 감행해서 온 경마장을 시끄럽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화요일이 특히 방마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수요일겠지만... 휴일 다음날인데, 이틀동안 마방에 갇혀 지내다가 운동을 하려고 밖으로 나오면 흥분을 하는 말들이 많아서 많이들 놓친다.
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조교와 경주 이겠지만 그 상황에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숨이야 헐떡거리지만 말이다.
출처:유주용님의 네이버블로그 "부산경남경마공원마필관리사"
(http://blog.naver.com/ako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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