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마]여왕의 일장춘몽(一場春夢) “더비 우승 마주(馬主)

  • 운영자 | 2011-06-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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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왕의 일장춘몽(一場春夢) “더비 우승 마주(馬主)
- 1981년 첫도전에 이어 30년만의 재도전에도 3위에 그쳐 아쉬움 남겨
- ‘알렉스 퍼거슨’ 경,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 유명인도 마주로 활동





더비우승에 대한 여왕의 꿈이 올해도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버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 열린 제 232회 ‘엡섬 더비(Epsom Derby)'에서 ‘푸르모아(Pour Moi)’가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하면서 여왕의 경주마 ’칼톤하우스(Carton House)'를 3위로 밀어내고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400미터 경주로 펼쳐진 올해 ‘앱섬 더비는’ 총 13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하였다. 경기초반부터 ‘멤피스테네시(Memphis Tennessee)’가 계속 선행을 이끌었으나,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푸르모아(Pour Moi)’, ’칼톤하우스(Carton House)', ‘트레주얼비치(Treasure Beach)’가 일제히 달려 나오면서 경기막판 치열한 경합 벌였다. 경기막판까지 혼전으로 치닫던 경주는 폭발적인 뒷심을 보여준 ‘푸르모아(Pour Moi)’가 ‘트레주얼비치(Treasure Beach)’와 ’칼톤하우스(Carton House)'를 2위와 3위로 밀어내면서 극적인 우승을 이끌어냈다.

영국의 ‘엡섬 더비’는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마대회이다. 올해로 232회를 맞이하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데, 제1차,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도 ‘엡섬 더비’는 시행됐을 정도로 영국인이 ‘엡섬 더비’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 현재 경마를 시행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영국의 ‘엡섬 더비’을 본떠 자체적으로 ‘더비’(예 : 미국 켄터키 더비, 일본 : 저팬더비, 홍콩 : 홍콩더비, 한국 : 코리안더비) 대회를 시행하고 있으며, 자국에서 가장 뛰어난 3세 경주마를 가리는 대회로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경마의 종주국답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경마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다. 왕실 소유의 ‘애스콧(Ascot)’ 경마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매년 25두 내외의 경주마를 보유하고서 주요 경마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4살 때 할아버지인 ‘조지 5세’에게서 조랑말을 선물받은 후부터 말과 경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지만, 끝까지 달성하지 못한 자리가 있었으니, 바로 더비 우승마의 마주이다.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수상보다는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영국에서 ‘엡섬 더비’ 우승마 마주에 대한 영예는 상상 이상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엡섬 더비’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1981년에 ‘처치 퍼레이드(Church Parade)’라는 경주마가 출전했으나, 5위에 그쳤다. 약 30년만의 재도전이었던 올해 더비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미국산 3세 경주마인 ’칼톤하우스(Carton House)'를 내세워 다시 한번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라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려 했지만 3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고, 영국 왕실로서는 1909년 ‘에드워드 7세’가 소유한 ‘미노루(Minoru)'의 우승이후 백 년 동안 더비경주의 우승마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마주(馬主)에 대한 선진국의 평가나 위상은 자못 대단하다. 경마가 중세 귀족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말의 달리기 시합에서 비롯했기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서도 마주는 주로 사회 지도층이나 저명 인사들로 구성됐다. 마주가 되면 단순히 경주마를 소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사교의 기회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이유로 베팅이 불가능한 중동지역의 왕실에서 앞다퉈 유럽 및 북미의 값비싼 경주마를 사들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주가 사회 지도층으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선진국에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이 마주로 활동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나 뉴욕 양키스의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 헐리우드의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미국 미디어계의 큰손 ‘테트 터너’ 등이 그 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서울과 부경, 제주 3개의 경마공원에서 약 1,000여명의 마주가 활약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주라는 개념이 없이 경마 시행체에서 경주마를 일괄 소유했으나, 1993년부터 선진국처럼 개인 마주제를 실시해 왔다. 그동안 마주 선발과 운영에 다소 폐쇄적인 모습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마주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조합마주나 공동마주, 법인마주 등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선진국형 마주 제도로 진화 중이다. 마주들 역시 단순히 경주마를 통한 상금획득이라는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봉사활동이나 불우청소년 장학금 지급 등 사회공헌 활동을 시행하며 국민과 함께 하는 마주의 위상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작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주에 참가 중이다. 현재 과천시, 포항시, 상주시, 장수군, 함안군이 마주로 활동 중이다. 최근 말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마주 활동을 통해 해당 지역의 말산업에 대한 홍보를 도모하고 있다. 경마팬으로서도 프로스포츠의 지역 연고제처럼, 자신의 고향에서 소유한 경주마를 응원하는 재미가 생긴 셈이다. 한국마사회는 올해에도 추가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마주 모집을 시행할 예정이다.
마주는 경마가 ‘왕들의 스포츠이자, 스포츠의 왕(Sports of Kings, King of Sports)’이기 때문에 생겨난 독특한 직업이다. 사회 지도층의 사교 수단뿐만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덕목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마주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나라 경마에서도 마주가 말산업 발전과 국민여가 선용이라는 경마의 존재가치를 구현하는 명예와 영광의 자리로 인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 미국 브로드웨이를 휩쓴 말馬 연극 ‘워 호스’



“말(馬)이 영화와 연극의 새로운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씨비스킷’,‘각설탕’ 등 말(馬)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국내외 이미 많이 등장했고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그 인기가 연극에도 이어지고 있다. 말과 인간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려낸 영국 뮤지컬 ‘워 호스(War Horse)'가 영국을 넘어 미국 브로드웨이를 점령하고 연극ㆍ뮤지컬 부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11 토니상 시상식의 연극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5개 부문에 유력한 수상 후보로 지목 되고 있다.

말과 사람의 우정을 다룬 워 호스'War horse'(연출 톰 모리스, 메리앤 엘리엇)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소년 앨버트와 그의 애마인 조이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 앨버트의 아버지는 술김에 있는 돈을 다 털어 좋은 망아지 한필을 사온다. 그런데 하필 농사일을 하는 말이 아닌 경주마의 종자였던 이 말을, 앨버트는‘조이’라고 이름 지어주고 정성껏 기른다.

앨버트의 정성어린 손길 아래 조이는 늠름한 경주마로 자라고 둘은 함께 들판을 뛰논다. 전쟁이란 단어라곤 연상되지 않던 시골 마을,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전쟁과 함께 모든 것이 변한다. 애마 조이가 군마로 기병대에 팔려가면서 서부 전선인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둘은 슬픈 이별을 맞이한다. 조이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지만 마음속으로는 고향 농장에 있는 앨버트를 그리워하면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앨버트는 애마 조이를 찾아 다시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어린 나이에도 군대에 지원한다. 그 사이 조이는 전쟁의 참혹함과 포화 속에서 프랑스군과 독일군 양쪽 진영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온갖 고생을 겪는다. 조이를 잊지 못해 전쟁에 참전한 앨버트는 조이를 찾아 나서고 마지막에는 앨버트가 조이가 있는 프랑스의 전쟁지역으로 들어가 둘은 재회를 맞이한다.

말과 사람 사이의 우정과 전쟁의 참상이 무대에 펼쳐지는 이 연극은 말의 시점으로 전쟁을 저지른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전장에서의 소년과 말의 우정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자 마이클 모퍼고는 “아군과 적군을 나누지 않고 말의 시각에서 전쟁이 낳는 고통을 다루려 했다”고 창작 의도를 설명했다.

어찌 보면 흔한 스토리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대 위에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말을 보고 있으면 왜 이 연극이 매진 세례를 이루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는 심심한 스토리에 감동과 독특함을 더 하고 말이라는 동물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답고 친근한 존재로 표현된다.



연극에 등장하는 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드러운 촉감의 말 인형이 아닌 뼈대가 그대로 드러내고 최소한의 가죽으로 피부를 표현한 극사실주의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다. 세 명의 배우는 각자 머리, 가슴과 앞발, 뒷발을 표현하며 한 마리의 말을 완벽히 표현한다. 귀를 바들거리고 떨며 재채기를 하고 뒷걸음 칠 때의 엉거주춤한 동작의 말의 소심한 성격까지 섬세하게 표현한다.

진짜 말을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배우들의 정확한, 아날로그적 노력 덕분에 말이 느끼는 순간순간의 기쁨과 고통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인형극이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숭고함마저 느낄 수 있다. 한편, <쉰들러 리스트>됨다.93) <라이언 일병 구하기>됨다.98), 미국 HBO의 10부작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됨2001)까지 전쟁영화를 제작한 바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씼 말이 >의 ‘소년과 말의 우정’에 감동받아 영화로 제작중이다.

이처럼 말이라는 동물은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할 만한 연극, 영화계에서 반가운 소재이다. 한국에서도 말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꾸준히 등장했고 지금도 기수와 사람사이 우정을 다룬 가슴 따뜻한 가족 영화가 올해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챔프>는 절름발이 루나와 아내를 잃고 눈까지 다친 기수의 기적과 같은 도전을 다루는 영화이다. 2009년 은퇴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절름발이 명마 '루나'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실화이기 때문에 더 진한 감동이 예상된다. 배우 차태현이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인다고 하니 영화 각설탕의 성공에 뒤이은 말 영화의 흥행 대박을 기대한다.


자료제공: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