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꿈] 꼴찌에게 박수를..

  • 운영자 | 2011-08-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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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말 경주마로 활동했던 당나루는 우리경마에서 부진마의 대명사로 경마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무려 95전을 치르는동안 승리없이 단 한번의 2위만을 기록하고 은퇴했던 경주마였다. (3위 2회, 4위 4회, 5위 3회) 그렇게 부진한 성적을 낸 탓에 단 한차례의 2위를 기록했을때 9두가 출전했음에도 복승식 배당이 800배가 넘는 초고배당이 나오기도 했다. 그 경주에서 당나루가 기록한 단승식 배당은 285배로 압도적(?)으로 최하위의 인기를 기록하기도 했다. 좋은 쪽으로 기억되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을 수 있는것은 눈물나게 부진한 성적 탓이었으니 재미있다.

당나루가 은퇴한지도 10년이 넘어가고 있고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지금 또 하나의 경주마가 당나루의 아성(?)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차밍걸,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부진마의 대표적인 이름이다. 올해 6세된 암말인 차밍걸은 지금까지 63전을 치르는 동안 승리도 2위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승률, 복승률 모두 0%다. 그래도 3위 7회, 4위 7회를 기록해 당나루보다는 나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볼 수 도 있다. 당나루와 차밍걸은 모두 400kg초반대의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면 경주마가 작다는 것은 대성하기 어려운 조건임은 분명한것 같다.


2005년 태어난 차밍걸(부 퍼시픽바운티, 모 트웨들스, 외조부 GOLDEN JUGGLER)은 3세가 되던 2008년 1월에 데뷔전을 치렀다. 첫 번째 경주부터 남다른 경주능력을 보여주며 하위권을 전전했고 많은 부진마들이 그렇듯 많은 경주 출전으로 자신의 밥값을 하는 처지가 되었다. 3세때 1년동안 14차례의 경주출전을 했고 4세때에는 무려 22회의 경주에 출전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경주마들이 평균적으로 1년에 10~12번의 경주에 출전을 한다고 봤을때 차밍걸의 경주출전수는 엄청난 것이다. 지난해는 15차례로 조금 줄었지만 올해는 벌써 12차례 출전을 했고 이번주 경주에 열세번째 경주에 출전을 한다. 이런 추세면 부상이 없을 경우 올해도 20번 이상의 경주출전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경주 출전을 하다보니 출전주기가 평균 2~3주 정도로 짧다. 대부분의 경주마들이 경주 출전후 2주정도 쉬고 2주 조교후 출전하는 것과 달리 차밍걸의 조교상황을 보면 1, 2주 쉬고 1주 조교후 경주에 출전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충분히 쉬고 조교를 충실히 한다고 해도 워낙 능력이 안되어 성적을 내기는 힘들겠지만 휴식도 짧고 조교도 적다보니 경주에서 성적을 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마주나 조교사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사료값이라도 벌려면 부지런히 출전해 출전 수당으로 메꿀 수 밖에 없어 답답할 것이다. 보는 경마팬 입장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차밍걸도 성적이 안좋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출전할때마다 인기순위는 늘 바닥권이다. 그래도 당나루가 이변을 일으킨 것처럼 차밍걸이 언제고 이변을 일으킬수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소액으로 꾸준히 사는 팬들도 꽤 있다.

차밍걸은 아직 당나루의 성적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30전 정도의 출전횟수가 부족한데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간다면 내년이면 충분히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거세마였던 당나루와 달리 차밍걸은 암말이지만 내년까지 은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내년이 아니라 힘이 남아있는한 현역 은퇴를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워낙 경주능력이 부진하고 성적이 안좋아 은퇴후 번식마로 활용하려는 생산자도 없을 것이고 승용으로 매각하는것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한 경주출전이 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나루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차밍걸이 가장 최근에 3위를 기록한 경주


매년 수백마리의 경주마가 데뷔를 한다. 그 중 팬들의 기억속에 남는 경주마는 몇이나 될까?

대상경주에서 우승하거나 연도대표마정도 되야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라도 해주지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팬들에게 기억되지 않는다. 이름을 알려보지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경주마들도 부지기수다.


당나루도 그렇지만 그 기록을 넘어설 유력한 후보인 차밍걸은 불명예스런 기록이지만 그래도 팬들의 기억속에 남는다. 기억이 된다는것 그게 어딘가. 당나루나 차밍걸의 기록이 불명예스럽긴 하지만 부끄러운 기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1등도 있지만 1등이 있기 위해선 그를 돋보이게 해주는 수많은 조연이 있기 때문에 1등이 더 빛나는 법이다. 온갖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묵묵히 경주에서 열심히 달려주는 차밍걸같은 경주마가 있기에 1등이 있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것을 비난하거나 욕을 해선 안된다. 차밍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자기의 능력없음을 비웃는 경마팬들을 보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한달에 두 번씩 경주에 나서며 열심히 달려주는 차밍걸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팬들의 응원을 받은 그녀가 당나루처럼 언젠가 이변을 일으킬 수 도 있는거다.
다음에 출전할때 그녀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한번 해보자.




출처:사랑과꿈님의 네이버블로그 "And justice for all"
(http://blog.naver.com/ljk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