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이변'은 "이변"이 아니다.

  • 양정민 |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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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할 정도의 결과가 비일비재하게 속출하는 경마.
속절없는 승부의지 탓으로 돌릴 수 많은 없다고 생각한다.
경마의 이변적 속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마의 이변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경마의 기본속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경마는 기록게임이 아니라 순위게임이다"란 명제에 대해 알아보자.

경마는 레인을 정해놓고 타임을 측정하는 게임이 아니라 정해진 레인없이 상대편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 되는 게임이다.

경마가 순위게임쪽으로 규정을 맞추어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마의 도박쪽 측면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점에서는 경륜도 마찬가지다.
만약 순수하게 어느 말이 더 빠르냐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시켰다면 육상이나 수영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레인을 뛰게 했을 것이다.

다수를 상대로 해서 도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베팅욕구를 일으키게 해야하는게 필수조건이다.
만약 경마가 지금처럼 각질의 충돌로 인한 치열한 자리싸움없이 레인을 정해놓고 어떤 마필이 더 빠르냐 이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변수가 상당히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어느 특정 마필 쪽으로 베팅이 심하게 편중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배당형성이 문제가 될 것이고 도박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경마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선 정해진 레인이 없다보니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경주내내 치열한 몸싸움이 필요하고, 때론 상대마의 견제도 필요한 것이 경마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감안할때 경마는 오히려 인간스포츠중 누가 더 빠른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육상, 수영보다는 상대 선수를 이겨내야 하는 투기종목의 속성과 더 가까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마의 이런 특성때문에 "기록게임이 아니라 순위게임이다."란 명제는 옳은 명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마가 그렇다고 투견처럼 물어뜯고 타 마필을 쓰러뜨리면 이기면 되는 방식은 분명 아니다. 인간의 육상, 수영 스포츠가 탄생하게 된 계기와 마찬가지로 누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냐의 궁금중에서 출발한 것이란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육상과 수영이 올림픽정신에 힘입어 누가 더 빠른가를 측정할 수 있는 쪽으로 계속 경기방식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같은 개념으로 출발한 경마는 반대로 겜블쪽으로 발전하면서 철처히 순위게임 양상으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기본 속성은 누가 더 빠른가를 바탕에 둔 순위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즉, 하고 싶은 말은 경마는 다른 스포츠와 비슷한 보편성 보다는 여타 다른 스포츠와는 분명히 다른 경마만의 특수성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경마를 여타 스포츠와 비유해서 얘기하곤 하는데 그렇게 설명할 경우 계속해서 부딪히는 오류를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기본 개념부터 타 일반 스포츠와 다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동물이 주가 되어 경주를 펼치는 특이성까지 감안한다면 이제는 경마를 타 스포츠와 비교해서 이해하려는 우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스포츠에서의 이변이란 개념과 , 도박쪽 측면을 위해 이변자체가 많을 수 밖에 없게 설계된 경마에서의 이변이란 개념을 동일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역시 마찬가지이고 많은 경마팬들과 전문가들이 "이변만 없다면 입상 유력하다" 표현을 하는 마필들이 있는데 그런 마필의 경우 사전에 입상을 못하는 상황은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실 경주에서 그런 마필들이 무너진 사례는 수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즉, 이변이 속출할 수 밖에 없는 경마만의 속성을 무시하고 타 스포츠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동일시하여 경마를 바라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사고의 한계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불확실한 변수를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쉽게 확신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경마에서의 이변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겜블쪽으로 발전하면서 결과의 다양한 경우의 수를 요구하는 쪽으로 설계된 경마의 속성 자체에 이미 "이변"이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