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호 기수

  • 운영자 | 2014-06-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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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광의 자리를 꿈꾼다.


내유외강 조경호 기수



낯가림이 심하고 숫기가 없어 많은 오해를 받아왔다.


그를 아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조경호 기수는 겉보기에 강하지만 여리고 부드러운 남자다"





Q_ 오랫만에 '스포츠조선배'대상경주 우승을 차지했다.

- 올해 첫 대상경주 우승이다. 41조의 '금성이'와 함께 우승을 차지했다. 대상경주 우승 경험이 꽤 있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더라도 대상경주는 유난히 긴장이 많이 된다. 선배든 후배든 모든 기수가 마찬가지 일것이다. 처음 '금성이'와 호흡을 맞추기로 언약이 되었을때부터 '금성이'에 대해 분석을 했고, 상대 마필들에 대해서도 밤새 연구를 했다. 작전을 구상하면서도 상대들이 만만치 않아 우승까지는 자신을 할 수가 없었다. 조교시의 '금성이'는 생각보다 힘이 많이 차있었고 뛰려는 의지도 다분했었다.

경주 당일 '금성이'의 상태가 조금 찌그덕거려 조교가 약간 오버되지 않았나 걱정을 했지만 충분히 가볍게 몸을 풀어주자 부드럽게 변하면서 좋은 상태임을 느낄 수 있었다. 경주가 시작되었고 튀어나가려는 '금성이'의 힘안배가 중요해 내측 선입권에서 경주를 풀어나갔다. '금성이'는 외곽 진로를 좋아한다. 이번경주에서도 자꾸 나가려고해 따라가는 과정중 약간 끌렸지만 다행히 제어가 잘 되어서 편하게 힘을 아낄 수 있었다. 4코너에서 외곽쪽으로 진로가 열렸다. '금성이'가 좋아하는 진로와 작전이 제대로 통한 경주였다. 직선주로에서 가장 무서웠던 상대 14조의 '필소굿'이 힘이 빠지기 시작하자 우승까지 예감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했을때의 기분은 너무나 짜릿했다. 기수경력 14년차 이지만 우승시의 기분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특히나 대상경주가 끝나고 나면 몇주간 준비해왔던 시간들과 마방식구들의 노고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이럴때 기수라는 직업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한다.

'스포츠조선배'대상경주를 우승하면서 만감이 교차했고 긴장감이 한번에 풀어지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꾹 참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하마대와 시상대에서 함께 기뻐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리고 싶다.


Q_ 41조와 인연인 듯 하다.

- 우연으로 시작되어 필연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천년동안'이라는 마필과의 호흡으로 '동아일보배'대상경주와 '농협중앙회장배'대상경주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번에 '스포츠조선배'까지 차지하면서 41조와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41조가 우승한 3번의 대상경주를 모두 나와 함께 만들어 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믿어주시고 맡겨주신 것에 큰 감사를 드린다.

41조는 체계적인 마방이다. 신삼영 조교사님을 비롯 부조교사님과 관리사분들의 임무 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고, 마방의 모든 식구들이 마필 한두 한두에 대해 토론하며 의견을 제시해 사소한것 하나라도 개선시키려 노력하는 마방이다. 원활한 마필 수급도 그렇고 꾸준히 상승하는 성적도 마방의 단합이 얼마나 잘 되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다.

소속조 37조는 개업한지 3년된 마방이지만 앞으로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한 마방이다. 기수 출신의 심승태 조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수의 심정을 잘 헤아려준다. 직접 발로 뛰며 쉬는 날 없이 마방에 나와 위탁 관리 마필을 한두 한두 일일이 세심하게 관리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성장할 것이다.


Q_ 최근 몇년동안 많이 변한 느낌이다.

- 의식적으로 변하리라 마음 먹었던 것은 한 2~3년 정도 된 듯 하다. 외모나 다른 것이 변한게 아니라 마음가짐의 변화이다. 기수가 되면서 과연 어떤 기수가 될 것인가에 대해 고심할 무렵, 미국으로 선진경마 견학을 간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도 최고기량의 기수를 보게 되었는데 팬들이 이름을 부르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듣는둥 마는둥 무시하며 묵묵히 경주에 임하는 것이었다. 내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롤모델이었던 기수의 행동인지라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최고의 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뒤도 보지않고 옆도 보지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각인된 생각이 10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앞만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의 이자리까지 와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불과 몇년전부터 느낀점은 '과연 내가 기수로서 얻으려 한 것이 무엇이었나' 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팬들의 야유를 의식적으로 흘려버렸지만 언젠가부터 가슴을 후비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온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 같은 경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마필들이 조경호가 탔다는 이유만으로 큰 인기를 모으는 경우가 많았다. 인기마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많은 분들이 듣기 힘들정도로 욕설을 하셨다. 변명을 대기보다는 지금까지 기수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이 이미지를 그렇게 만든것이 아닌가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여러 고민끝에 몇년전부터 닫혔던 마음을 한껏 열었다. 시야가 넓어졌고 옆과 뒤를 모두 보게 되었다. 10년이 넘도록 하지 않았던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여러 매체들과도 자연스레 대화에 응하고 있다. 막혔던 가슴이 뚫리면서 후련해졌다. 서운했던 팬들과의 소통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난주에 한 팬분이 '경호야'가 아닌 '경호씨,고생했어요. 정말 잘했어요'라고 소리 치셨다. 그 한마디가 경주 우승보다 더 기뻤고 마음을 흔들어놨다. 잊을 수 없는 한마디다. 더욱 변할 것이다.




Q_ 영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기수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누구나 꿈을 꾸는 자리이다. 기수를 하면서 총 3번의 기회가 있고 그중에 두번은 실패로 돌아갔다. 올해가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앞만보고 달려오면서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혼자만 열심히 하면 항상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다른이의 조언도 중요하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상대방도 마음을 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는 아쉽게 0.5점 차이로 팬투표에서 떨어졌다. 팬투표가 모든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팬투표에서 실패해 기수로서는 성공했을지언정 인간적인 면에서 팬들께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따라온 것이다. 팬들이 있어야 경마가 있고 경주가 형성되어 기수라는 직업이 있는 것이다.

영예기수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영광이고 기쁠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고 좋은 변화를 유지할 것이며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팬들과 점점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Q_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 지금 당장은 영예기수로 기수 조경호를 시험하는 시간이지만 계속되는 기수 인생에 있어서 기수라는 직업을 유지하는데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경주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마음을 열어 팬들과 소통할 것이다. 영예기수 선정과 상관없이 조교사 면허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마필에 기승해 경주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고 원하기 때문에 기수가 된 것이다. 전보다는 체력이 조금 떨어지고 있지만 힘이 완전히 소진될때까지는 마필에 기승할 것이다.


Q_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 검빛과는 인연이 깊고 잘 알고 지내고 있다. 특히 조교 동영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많은 검빛팬들중에 잘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안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기대가 큰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임을 약속 드린다. 계속 지켜봐 주신다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건강 유의하시고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대상경주의 사나이 조경호 기수.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력하고 또 노력했겠는가.


그 노력의 시간만 하더라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취재기자:고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