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주마의 국제 경쟁력

  • 최고봉 | 2008-06-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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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한국경마사상 첫 해외원정을 계획하고 있다. 최초로 해외원정에 나설 마필로는 부산경마공원의 픽미업으로 최종 결정이 되었다. 픽미업은 부산의 대표적인 국산마 강자중 하나이다. 통산전적은 40전 7승, 2착 12회로서 승률 17.5% 복승률 47.5%를 기록하고 있다. 이 말이 대단한 것은 최근 60kg에서 62kg의 과도한 부담중략을 짊어지고도 꾸준히 입상권에 드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담중량을 1년 이상 견뎌대는 말은 과천과 부산을 통 털어서 유일무이하다. 그래서 픽미업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웬만한 수준의 경주에서는 통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픽미업은 검역과 수송 준비를 끝내고 7월 중순경에 미국 메릴랜드 주에 위치한 페어힐 트레이닝 센터(Fair Hill Training Center)에 입사한다. 당 센터는 450개의 마방과 1마일(1600m)더트 주로를 갖춘 시설로, 출전대상으로 삼고 있는 3개 주의 접경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픽미업은 이 센터를 거점 삼아 델라웨어주, 메릴랜드주, 펜실베니아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하게 된다고 한다. 한국경마사상 첫 해외원정이고 기수의 복장에 태극문양도 넣는다고 하니 모쪼록 대단한 성과를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어속담에 late better than never 라는 말이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늦더라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포니를 수출한지가 30여년 된다. 이때부터 시작해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로 등극한 것이 불과 10여년전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 경마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30년 전 포니를 수출하면서 교두보를 쌓은 다음 미국 앨라배마에 현지공장을 세운 현대처럼 이번 첫 해외원정을 계기로 경주마의 질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데 힘써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경마팬들은 세계적인 매출을 올려주면서 팬으로서 응당 누려야할 수준 높은 경주를 못보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 또한 대단해서 질 낮고 공정성이 훼손되는 경주에 대한 질책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호주산 뉴질랜드산 일본산 변마들이 뛰는 과천 주로는 훌륭한 시설의 경마장에 형편없는 경주마가 뛰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50만불짜리 대통령배에 대상경주라면 응당 그에 합당하는 50만불짜리 말 정도는 달려야하지 않을까? 기껏해야 5만불 정도하는 말이 50만불짜리 G1경주에서 우승을 하니 만약 대상경주를 개방한다면 외국에서 원정 온 말이 다 휩쓸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국산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마사회가 여러 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30억 40억이나 하는 고가의 종모마를 도입해서 무료로 교배를 시키고 있다. 하지만 씨가 좋으면 무엇 하는가? 밭이 받쳐줘야지 않겠는가? 우수한 씨수말이 있다면 우수한 씨암말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현재 2만불로 제한하고 있는 외산마 도입가를 암말에 한해서라도 규제를 풀어야한다. 고가의 능력 있는 암말이 수입돼 경주를 마치고 은퇴한 다음 후대를 생산하게 해야 한다. 10년 20년 후라도 국산마의 질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려면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 높은 수입가를 지불한 말이 과천에서 그랑프리도 우승하는 등 충분히 투자비를 뽑을 수 있게 하고 은퇴해서 후대를 생산하게 하여 국산마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하도록 해야 한다.

외산마 도입단가에 상한제를 두는 명분 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개별구매를 하게되면 일괄적인 수입이 아니라서 도입되는 경주마의 질적 불균등으로 인한 편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마주들간의 지나친 도입경쟁으로 인한 마필 도입가 상승으로 불필요한 외화의 낭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조화롭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대신 빨리 국산마의 질을 높여서 수출할 생각을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수입상한선이나 두면서 허송세월을 하면 우리는 영원히 마필 수입국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마필 수준을 향상시킬 방법을 한편으로 막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고가의 씨수말을 도입하는 것은 서로 상충되는 정책이다. 이제라도 암말에 한해서라도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