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전문가가 필요한가?

  • 최고봉 | 2008-08-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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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제일 하기 힘든 직업 중 하나가 축구감독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전 국민이 축구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해서 심지어 선수교체 타임까지 간섭하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공격수가 문전 앞에서 몇 번 헛발질하면 빨리 교체하라고 난리를 치는 게 우리다. 오죽했으면 오래전에 월드컵 중간에 차범근 감독을 여론에 밀려서 교체했을까? 그만큼 우리나라는 전문가가 대접 받기 힘든 사회다. 전문가를 인정하는데 인색한 사회다. 전문가나 자신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들 생각한다.

우리 경마팬들은 어떨까?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반풍수라는 말이 있다. 확실한 경지에는 못올랐지만 그래도 방향 잡고 좌청룡 우백호 정도는 거론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많은 경마팬들이 적어도 반풍수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경마 한 일년하면 거의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는 된다. 그래서 초보자보다는 중수 이상은 다 되고 그중에서도 고수의 반열에 오른 경마팬도 꽤 많다고 본다. 보통 경마한 사람들은 햇수로 십년 이상은 다 되고 경마 공부를 위해서 시간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문가 수준에 다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런 경마팬들이 보기에는 전문가라는 사람이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과대포장을 해서 팬들을 현혹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데 꼭 전문가가 자신보다 월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수영 코치가 수영선수보다 수영을 더 잘 하는 것은 아니듯이 어느분야에서 조언을 해주는 것과 실력과는 상관관계가 약한 게 대부분이다. 은행에서 부자 고객만 관리하는 피비센터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런 부자들에게 재테크를 컨설팅하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보다 한참 가난하다는 것이다. 벤츠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전철 타고 다니는 전문가가 컨설팅을 하는 셈이다. 금전적인 지식이나 경험도 사실 부자들이 전문컨설턴트보다 더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그런데도 왜 부자들이 그들의 조언을 들을까? 부자가 못나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자료조사나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는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으면서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한 다음 결정은 부자가 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전문가의 견해를 취사선택하고 응용하고 실천을 하는 데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이나 정보를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해서 부자가 된 것이다.

사실 필자의 고객 중에서도 필자보다 더 고수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필자의 정보를 이용하는 이유는 생업에 쫓겨 시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도 시간만 충분하다면 필자와 같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업이 아닌 이상 매 경주를 복기하고 스피드 지수를 연구하고 전개를 연구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다. 자신이 원하면 대가를 치르고 얼마든지 남이 연구한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간이 충분해서 스스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혹시 자신이 못 본 것이 있나없나를 검증하기 위해서 필자의 예상을 참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들은 필자의 예상과 견해가 자신의 것과 일치하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지만 자신의 생각과 틀리더라도 필자의 예상이 합당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어찌 보면 경마 정보를 제공하는 필자는 하루에 일이만원을 받고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복기분석을 제공하고 레이스 전개를 추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다. 고객이 할 수 없는 일이나 귀찮은 일을 돈 받고 대신해주는 서비스업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고객보다 잘 나거나 경마 지식이 월등해서가 아니고 필자가 그쪽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자해서 고객이 얻을만한 자료나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상 경마장에 오랜만에 오게 되면 말 이름도 생소하고 전에 뛴 경주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럴 때 복기를 잘해주는 전문가를 이용하면 그동안의 공백을 충분히 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마예상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예상은 아주 중요하다. 왜 축을 꺾는지, 왜 복병마를 축으로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공하는 정보가 의미가 있다. 경마를 단순히 돈을 따기 위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추리를 통한 적중의 기쁨을 중시한다면 경마 추리를 위한 보조자로서 전문가는 유용할 것이다. 전개를 중시하는 사람은 전개를 잘 풀어내는 전문가에게 용역을 주면 되고 복기를 중시하는 사람은 복기를 잘하는 사람에게 용역을 주면 된다. 과거의 주로상황이 궁금하면 스피드지수를 잘 연구하는 전문가를 찾으면 된다.

대부분의 경마팬들은 전문가가 필요 없다. 그들 자신이 전문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고수들도 전문가에게 용역을 줄 수는 있다고 본다. 경마를 연구하는 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혹은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결정적인 요소를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내가 다 못하면 하청을 주어야 한다. 이점이 경마에서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