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페이스

  • 최고봉 | 2008-09-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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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복기를 하다 보면 무리한 경주 운영으로 제 능력 발휘를 못한 말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말은 다음 경주에서 최적의 경주를 운영할 경우 입상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메모를 해 둬야 한다. 능력은 충분한데 경주 운영을 무리하게 해서 제 능력 발휘를 못한 경우를 우리는 오버페이스라고 한다. 즉 어떤 말이 제 페이스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경우 막판에 힘이 부쳐서 제 능력 발휘를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잘 체크해 두면 나중에 이런 말을 노려서 고배당을 적중할 수가 있다.

오버페이스가 나오는 이유는 아주 많다. 그중 하나가 말에 끌리는 것이다. 끄는 버릇이 있는 말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말에게 끌리면서 폭주하는 경우이다. 견습기수나 힘이 약한 여성기수에게서 많이 나올 수 있다. 간혹 고참기수도 방심하다가 끌리기도 하고 특급 기수라도 말의 힘이 너무 쎈 경우에는 끌리기도 한다. 예전의 풀그림이나 최근의 섭서디 등이 그런 예이다. 보통 힘이 좋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끄는 말은 잘 제어해서 힘 안배를 해야만 제 능력 발휘가 가능하다.

다른 경우는 선행을 잡으려고 서로 경합하다가 둘 다 자멸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선행경합은 선행을 가야만 입상할 수 있는 선행만이 답인 경주마에서 종종 일어난다. 선행을 나가려고 하다가 안쪽에서 다른 말이 강력하게 밀고 나오면 선행경합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서로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밀다가 둘 다 오버페이스를 하게 된다. 만약에 혼자 레이스를 주도했다면 오버하지 않았겠지만 둘이 경합하다가 오버페이스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직선에서 아주 저조한 성적을 내게 되지만 후에 제 페이스대로 경주를 운영하면 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또 하나는 상대마의 페이스에 휘둘리는 경우이다. 레이스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앞선을 쫓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페이스를 조절하며 후미로 갔다가 직선에서 역전을 노려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저 앞만 보고 쫓아가다가 오버해서 직선에서 바로 죽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는 기승자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관찰하는 우리도 주의해서 봐야만 알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의도적으로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 걸음을 재보는 수가 많다. 어떤 말이 걸음이 늘은 것 같기는 한데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 일부러 강한 편성 장거리 경주에 출전한다. 대체로 걸음이 늘고 있는 신예마인 경우 이런 방법을 자주 쓴다. 그럴 경우 입상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초반부터 무리하게 치고 나오면서 시종 강하게 말몰이를 한다. 즉 무리할 경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실험을 해보는 경우가 있다. 그 다음에 거리를 줄이고 나온다면 이런 말은 승부가 강한 것이다. 이런 말도 잘 메모해 두면 후에 고배당을 잡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석연치 않은 오버페이스이다. 분명히 오버페이스를 하면 안 되는데 이상한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이다. 추입마가 뒤에 있다가 3, 4코너에서 무리하게 외곽을 돌면서 화면에만 보였다가 사라지는 경우이다. 잘 참고 가다가 직선에서 한발 써야할 말이 이런 작전을 쓴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가는 경우다. 신마가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어서 걸음을 재볼 이유도 없는 말이 무리하게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인기마가 이런 말몰이를 할 때에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이상한 경우다. 이런 경우도 무리한 오버페이스를 체크해 뒀다가 다음 경주 노려볼 수 있다.

경주마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면 경주중에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초중반에 너무 무리하면 종반에 힘이 모자랄 것이고, 초반에 너무 힘을 아끼면 막판에 힘이 남아서 제 능력 발휘를 못하고 만다. 경주마의 능력이 모두 다르듯이 경주마마다 적정한 페이스가 다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각 경주마에 맞게 적정한 페이스로 경주를 운영해야만 경주마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무리한 경주 운영으로 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고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다음에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으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오버페이스한 말만 잘 관리해도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