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칼럼
이기려 하지 말고 즐겨라
최고봉
|
2009-01-0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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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정의하는 여러 말 중에서 생각하는 사람이란 뜻의 호모사피엔스는 인간을 여타 동물과 구분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호모사피엔스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말이 유희하는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루덴스이다. 우리의 생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평생을 일과 유희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일생이 일하는 것 아니면 노는 것 아니겠는가? 노름이라는 말도 어원은 놀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을 생각한다면 경마를 비롯한 많은 오락은 놀이의 일종으로 인류와 역사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놀이에 열광하는가? 원시시대의 사냥과 전쟁에서 비롯된 공격성을 그대로 가진 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승패가 확연해서 사람을 열광케 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지고는 못사는 성격은 진화과정상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인류는 자연재해를 이겨내야 했고 맹수의 공격으로부터도 자신을 지켜내야 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과제에 도전해서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경우 집요하게 도전해서 반드시 이기려는 욕구가 있다. 왜냐하면 주변을 정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승심은 인류생존의 본능적인 유전자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경마에서 패배했을 경우 의기소침한 채로 포기하는 것보다 다시 도전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암시를 한다. 여기에는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하는 진화과정상의 생존 유전자가 작용한 것이다. 경마에서 자신이 졌을 경우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사람이 드물다. 심지어는 자신을 속이고 엉뚱하게 남의 탓만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원시시대에서 자연이나 맹수에게 패배를 했을 경우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경마팬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즉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어찌 보면 생존본능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을 이해해야만 너그럽게 패배를 인정할 수 있다. 놀이에서는 생존본능을 찾을 필요가 없으므로 패배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놀이자체를 유희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반드시 이기려고 하는 투쟁심이 생존본능에서 나왔다면 놀이에서 생존본능을 찾는 것은 좀 안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놀이는 어디까지나 놀이이지 목숨 걸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놀이는 속성상 유희적 요소와 투쟁적인 요소를 같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둘은 좀 안 어울리는 한쌍이다. 오히려 놀이하는데 투쟁심을 앞세우는 것은 생뚱맞다고도 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 게임에 열광하다 보면 상대편 선수를 폭행한다든지 심지어 심판까지 폭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놀이에서 투쟁본능이 과다하게 표출되어 승패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 심한 경우 관중까지 난입해서 서로 싸우는 원시시대 전쟁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이건 놀이가 아니고 전쟁인 것이다. 놀이는 투쟁심을 순화시키는 것이지 극대화 시키는 것이 아니다.
경마의 본질은 재미있는 놀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스트레스 거리가 아닌 것이다. 매주 마장에 와서 재미있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한갓 놀이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인생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기필코 승리해서 뭐하겠는가? 누가 상이라도 주는가? 패배를 도저히 용납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너그럽게 이해하라. 우리의 생존을 위한 유전자가 작동하는 것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라. 그러면 반드시 이기려는 헛된 욕망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놀이를 말 그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새해부터는 경마장에 와서 신나게 놀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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