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울즐리

  • 최고봉 | 2009-03-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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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용병 1호 조교사인 울즐리 조교사의 행보가 장안의 화제다. 3월 첫째주 총 5두의 경주마를 출주시켜서 4승 2착 1회로 복승률 100%를 기록했다. 경마팬들 사이에는 울즐리네 말은 조금만 능력이 되면 눈감고 축으로 사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이렇듯 팬들의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울즐리 조교사도 처음에는 짐싸서 집에나 가라는 조롱을 받았다. 울즐리 조교사의 행적을 보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국내 용병 1호 국대감독인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의 염원인 16강을 호언장담했지만 성적은 아주 참담했다. 프랑스,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2연속 0-5 패배를 당하자 사람들은 그에게 ‘오대영 감독’이라는 별명까지 붙이며 조롱했다. 국내 용병 조교사 1호인 울즐리 조교사도 처음 우리나라에 왔을 때는 선진경마를 한국에 소개한다고 큰소리 쳤으나 3개월 동안 단 한 마리도 입상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저사람 곧 짐싸서 호주로 가겠다고 여기저기서 수군댔다. 울즐리 마방에 말을 위탁한 마주들은 거의 6개월 동안 상금 한 푼 못 벌어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초반의 이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둘 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여 한국에 맞게 발전시켜 나갔다. 히딩크가 그동안 소외됐던 선수들을 발굴해서 최고의 선수로 키워냈듯이 울즐리 조교사도 경매에서 소외받은 1000만원짜리 카오산이란 말로 4연속 입상을 하면서 국산1군 승군전에서 바로 입상했다. 그경주에 예전의 명마 루나가 5착했고 미국 원정 다녀온 픽미업이 4착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성과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부진한 선수나 말에게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조련해서 최고의 성적을 낸 것이다.

이 두사람 모두 처음에는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하면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냈다. 시간이 갈수록 인기가 올라가는 것도 둘이 닮았다. 히딩크가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룩했다면 울즐리 조교사는 마방의 신예 기대주인 임페커블로 삼관마의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파죽의 4연승을 올리고 있는 임페커블은 금년 삼관마 경주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히딩크가 단순히 월드컵 16강의 목표에 머물지 않고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고 하면서 4강의 신화까지 이뤄냈듯이, 울즐리 조교사도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고 삼관마를 배출하고 연도 대표 조교사가 되는 야망을 착착 실현해 가고 있다.

그에게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매경주 적극적인 승부라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승부의지라는 이상한 개념을 울즐리 조교사에게는 들이댈 필요가 없다. 승군 착순에 걸렸건 말건 말이 되면 연전연승한다. 그만큼 말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는 의미도 되고 경주 외적인 것에서 자유롭다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에게 이런 게 신선한 충격이라는 점이 한정된 자원 내에서 승군제를 하는 우리 경마시스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한다.

한국에서 새롭게 성공신화를 쓰는 울즐리 조교사를 보면 우리 경마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나를 돌아보게 된다. 세계 여기저기 떠돌던 조교사가 한국에 와서 자리를 잡을 만큼 우리 경쟁력이 모자란다고 봐도 된다. 그가 여기서 대만족을 하고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상금체계나 대우가 외국에 비해 과분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경쟁은 없고 대우만 좋은 것이다. 울즐리 조교사의 성공신화를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능력 있는 외인 용병 조교사를 수입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자꾸 새로운 자극을 주입해서 한국경마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