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와 한국경마

  • 최고봉 | 2009-03-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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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끝난 WBC 야구대회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제는 명실공히 한국야구가 세계 최강의 수준임을 입증한 것이다. 한국 야구 100년 만에 이룩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대화 이후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했고 대부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것에 비해서 경마만큼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고 있는 것도 드물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경쟁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다. 우리 경주마는 미국에 가서 출주할 수 있지만 외국 경주마는 우리나라에 와서 출주할 수 없다. 외국 기수와 조교사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우찌다라는 일본 기수가 부산에 와서 상금을 독식하다시피 하다 일본에 잠시 들어갔고 지금은 서울에 있던 이쿠가 부산에 내려가서 다승 1위를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기수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찌다나 이쿠나 일본에서 초특급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외국과의 교류를 막고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국내에서만 안주해도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경주마의 경쟁력을 비교한다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참담한 지경이다. 외국인이 과천 경마장에 오면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우선 어마어마한 시설에 놀란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매출에 놀란다. 마지막으로 한심한 경주마 수준에 놀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칭찬을 한다. 경마장 시설이 아주 훌륭하다고. 그 이상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문득 그 칭찬이 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경주마를 수입을 마사회가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주 시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한국 경주마 수준은 동양권에서도 거의 최하위권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경마는 우리가 한참 뒤져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일본을 다 깔 볼 수 있다. 일본을 따라잡거나 대등하게 쫓아간 분야도 많다. 하지만 경마에서는 일본은 미국과 태평양에서 전쟁을 하는 수준이라면 우리는 아직도 대원군의 쇄국정책 시대다. 언제 근대화를 이뤄서 비행기를 만들어 싸울꺼나. 지금 개방하면 다 죽는다. 이렇게까지 형편없게 만들어놓고도 한국경마 6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역사만 오래되면 자랑인가.

외국 조교사도 수입하고 기수도 수입하고 관리사도 수입하는 마당에 경주마도 자유롭게 수입해야 한다. 경주마의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서 일정 수준의 이상의 말을 들여오지 않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마주들끼리 경쟁적으로 외산마를 도입하다 보면 외화가 낭비되어서인가 아니면 경주 편성의 편의를 위해서 마필 수준을 일정하게 하향 평준화하려고 하는 것인가. 어느것도 경주마 수입가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다. 경주편성의 편의를 위해서 일정 수준의 경주마로 수입가를 제한하는 게 맞는다면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이다.

WBC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유별난 부분이 있다. 경쟁에서 지지 않고 어떻게든 이기려는 유전자다. 경마에서도 그 유전자의 발휘를 자유롭게 하라. 각종 규제를 풀어서 한국 경마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처음에는 부작용도 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겠는가. 아무 것도 안하고 지금 이대로 가도 아무 지장 없이 우리경마는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한국경마의 발전과 마필산업의 육성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무한경쟁 속으로 스스로 나가야 된다. 그래야 먼훗날 경마도 미국 땅에서 위대한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