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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지와 마방수득상금
최고봉
|
2009-04-04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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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마를 하면서 우승마를 추리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스피드 지수를 연구하거나 전개를 따지거나 주로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따진다. 그 중 하나가 승부의지를 추론하는 것이다. 모든 말이 한달에 한 번씩 나와서 매번 강승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승부가 걸렸는지 안걸렸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러한 승부의지를 따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이 기수 기용에 따른 승부의지다. 보통의 기수를 기용하다가 특급 기수로 안장이 교체되면 사람들은 강한 승부의지가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마방 특유의 승부패턴, 게이트 유불리, 조교강도, 부담중량 등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승부의지를 가늠한다. 그 중 한가지가 마방의 수득상금에 따라 승부의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수득상금으로 승부의지를 따지는 논리에 깔린 전제는 단순하다. 상금이 모자라면 강승부를 할 것이고 상금이 넘쳐나면 쉬엄쉬엄 갈 것이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아주 합리적인 추론으로 들린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잘 들여다보면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상금이 아주 많은 마방이라고 해서 소속 마주 전체가 다 상금이 많은 것은 아니다. 어떤 마방이 대상경주 우승을 포함해 몰아치기로 많은 상금을 획득했다고 해도 전혀 상금을 못 벌은 마주의 말은 승부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상금을 많이 벌은 마주가 있다고 해도 그 마주의 말 중에서 1년 동안 상금이 없는 말이 아주 약한 편성을 만나 입상할 절호의 찬스를 만났다면 강승부를 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할지 더 기다려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방 수득상금이 많다고 승부를 느슨하게 한다는 추론은 합당하지 못하다.
수득상금이 턱 없이 부족할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마필 자원이 풍부한 집에서 일시적으로 상금이 부족할 경우는 어느 정도 승부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필자원이 부족한 집에서 거의 매달 상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조건 강승부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주 위험하다. 경마팬들은 마필자원이 부족한 마방에 대해 저집은 뭘먹고 사나 하면서 조금만 말 능력이 되면 강승부할 것이라고 추론한다. 그러나 마필자원이 부족하다고 매번 강승부해서 상금 획득을 하면 짧은 시간에는 행복할지 모르나 몇두 안되는 모든 말이 승군한 다음에는 상금벌이를 할 말이 없어서 자칫 마방이 부도 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국산 2군에서 1군으로 승군하면 바닥을 기면서 퇴사해야할 말이 있다고 하자. 이 말을 가지고 매번 4착이나 5착을 하면 평균 매 경주 440만원 정도를 번다. 1년에 10회 정도 출주한다고 했을 때 4400만원을 벌어줄 수 있다. 3년이면 1억 1천만원이다. 이런 말을 2착으로 승군시켜서 2착상금으로 겨우 1600만원만 받고 말겠는가? 1군가면 상금 한푼 못 벌 말인데도? 그런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마방운영의 목표가 최대수익을 내는 것이라면 당연히 승군에 목매는 것보다는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착순상금을 영원히 챙기는 방향이 옳다. 이것은 승군제를 시행하고 팬들과 전혀 상관 없는 4착이하의 말에게도 상금을 주는 착순상금제의 모순 때문에 발생한다. 사이좋게 나눠먹어서 모두 잘 살자는 약간 사회주의식 한국적 시스템인 것이다. 마주도 좋고 조교사도 좋고 기수도 좋고 관리사에게도 좋은 기형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니 누가 바꾸겠는가? 즉 3착이라도 해서 연식마권에라도 들어올 필요가 전혀 없는 시스템이다.
한국경마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4착이하에 주는 착순상금을 모두 3착이내에 몰아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승부기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이것을 당장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순진하게도 마방 상금이 부족해서 강승부할 것이다라고 추론했다면 앞으로는 승부안할 이유도 충분히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게임에 임하길 바란다. 민초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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